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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바루 2008.07.16

스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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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발레만은 예외다. 발레음악도 좋아하고 발레 자체도 좋아한다. 물론 영화와 만화도. 발레 만화를 얘기해보자면 걸작이라고 해도 괜찮을 swan이 있다. 이 21권짜리 만화책도 사실 본 지 오래되서 완전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대충 말해보자면-이런 류의 만화에서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개성이 다른 두 여자의 대결 구도-주목받는 에이스, 태생이 후계자 vs 재능120% 충만의 듣보잡-에서부터 시작한다.  여러 번의 대결을 거쳐가는 동안 처음의 남루했던 주인공은 여러번 라이벌을 질투나게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대결이고 뭐고 모든 걸 뛰어 넘는달까. 걍 차원이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다. 어린 소녀가 성장과 함께 일종의 구도자의 경지에까지 올라버리는. --_--

스완은 마치 발레가 그렇게 진행되듯이, 또 작가의 그림처럼 그야말로 classic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동작 한 컷 한 컷의 묘사가 아름답고, 특히 두 페이지에 걸쳐 주인공의 모션을 애니메이션처럼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참.. 또 기가 막히게 멋지다.

반면, 스바루는 그림체도 거칠고, 주인공의 캐릭터들도 거칠지만 그게 그저 거친 것이 아니라 파워풀하다보니 오히려 스토리의 성격과 착 맞아떨어지는데다가 또 거기서 오는 역동과 사람을 뒤흔드는 맛이 있어서 재밌게 봤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보니 2004년에-_- 11권으로 완결이 났다. 그것도 매우 허무하게. 뭥미. 이거 정말 완결 맞나? 하고 다시 뒤적거려봤지만 완결 맞다. 대단한 인물 하나 나올 것처럼 분위기는 다 잡아놓고 "그리고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았다" 이렇게 끝내면 다냐 -_-+++ 들리는 소문에는 출판사랑 싸워서 그렇단다. 진짜 뭥미. --_--

그래도 아무일 없었던 듯, 파타리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카나리아 잡아먹은 고양이 같은 느낌으로 시치미 뚝 떼고 12권 나오기를 바라며 -_- 일단 인상깊은 장면이 있어 대사를 옮겨보자면,


즐거웠어. 안무 같은 것도 전혀 없고..., 그 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춤출 수 있었으니까.
발레에는 이런 자유가 없어. 전혀 틀려.
손이 1cm 어긋났다거나, 발등이 쫙 펴지지 않았다거나, 미쳐버릴 것만 같은 일도 아주 많아.
하지만, 정말로 아슬아슬한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춤이 완성되었을때,
등줄기에 전율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만,
그런 때는 아마도 전류가 텔레파시처럼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발레는 거의 즐겁지 않아. 하지만 즐거움 그 이전에.......
1cm, 1mm의 달아나버리고 싶어지는 바늘구멍 저 편에, 무언가가 있어.
죽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것이.


음... 사서 고생하는 것에 로망을 부여하는 나쁜 만화 같으니라고.

+ 오랜만에 스완 보려니까 민망해서 못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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