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정'에 해당되는 글 4건

  1. 복수는 나의 것 2007.02.10
  2.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57 2007.01.27
  3. 귀엽거나 미치거나 E.01 2007.01.24
  4. 김병욱표 시트콤 2007.01.23

복수는 나의 것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p.231

동서사이인 정수와 종옥은 시아버지(신구)의 양갱을 몰래 빼먹다 걸리는데
'종옥이 그랬다.' 라고 정수가 고자질을 하자 종옥은 앙심-_-을 품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정수에게 고생좀 해보라는 의도로
늙은 호박, 한약재, 양모털실을 차례차례 시아버지에게 들고 온다.

마지막은 도토리 한푸대.
도토리죽 쑤라고. --_--


이 시트콤은 전혀 웃기지 않은 게 특징인데.
지금의 하이킥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은 별로 안 보이고
세상에 저런 진상들이 있나 -_- 하는 느낌만 준다.

코딱지 만큼이라도 절대 당하고는 못 산다 캐릭터들.
오기로 똘똘 뭉쳤는데 정말 정 떨어진다.
'복수'에 대해 생각해 보면 받은 만큼 돌려드릴께요처럼 적절한 게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시트콤으로 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게 이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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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57



Original Air Date 2002-3-13

노구(신구)는 놀러 온 배종옥의 딸 미나에게

① 산타는 없다. 있으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②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뒷돈-_-을 찔러줘야만 일이 된다.
③ 세상에 믿을놈 하나 없다. 자기도 어렸을때 아버지가 첩을 들여 마음고생을 했다.

이런 얘기를 차례차례 해 준다.



배종옥이 애한테 왜 그런 얘기를 하냐며 항의를 할 때마다

진실을 얘기해준 거다.
동심이나마나 잘못된 지식은 바로 잡아줘야 한다.
잘 가르쳐줘도 야단들이다.
인생공부 시키느라 해 준 얘기다

-하면서도 알겠다고 수긍한다.



음... 그런데 정말 애들에게는 세상이 동화 같고 믿을 만하며
모든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뭐 그런 식으로 교육시켜야 할까?

어렸을 때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환상과 동화적 상상력이 하나씩 하나씩 깨어지면서
막상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더 문제인 거 같은데.


신구 말처럼(물론 저건 좀 심하고) 일찌감치 현실을 알게 해주면 안 되나?
세상엔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만큼 조심해야 할 사람들도 많아서
낯선 사람은 따라가지 말고, 주는 음식도 낼롬 받아먹어-_-서는 안 되고,
성교육도 나이에 맞게 해 줘야 되는거 아닌가.
나이 들면서 저절로 되는 것 같은 "보통 사람의 일상" 은
사실은 무지하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의 생활" 이란 것도 좀 가르쳐 주고.  


음.....
불쌍한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내 자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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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거나 미치거나 E.01


박경림
박경림 역. 27세. 미술관 큐레이터.

명문대 졸업 후 미국유학까지 마침. 달변이며 직업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자신감에 차있고 쿨한 이미지를 잘 가꿔 나감. 다만 집에서는 바깥에서와 다른 모습으로 오빠인 승수에게 화낼 때 완전히 헐크처럼 변하기도 함..
소유진
소유진 역. 27세. 프리터.

고교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경림의 집에 빌붙어 삶. 몸매와 예쁜 얼굴 빼곤 학력 가정환경 직업 모두 별 볼일이 없음. 게으르고 단순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감정폭도 아주 커 남들 보기엔 사소한 일이나 자기 기 분에 따라 쉽게 조울에 빠짐.
류승수
박승수 역. 34세. 영어학원 강사. 경림의 오빠.

경림의 오빠로 이혼남. 신혼 여행때 신부가 여행 가이드에게 반해 파경에 이른 아픈 기억이 있음. 장난끼와 정이 많고 오지랖이 넓어 남의 일에 간섭하길 좋아함.



Episode 01. Original Air Date 2005-02-28

방영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첫 에피소드부터 이미 패러디와 재벌 까기가 시작되었고,
캐릭터 정립은 끝나 있었다. : )

첫 에피소드의 압권은
김성원회장이 박경림 목소리를
쇠파이프를 송곳으로 박박 긁는 소리가 난다며 -_- 성대수술을 하라고 하자
막내아들 이민혁이 괜찮은데 왜. 목소리 나쁘지 않아요. 라며 편들어 준다.
그리고 당연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송재정이라는 사람은 끊임 없이 등장 인물을 놀려먹는다.
그게 재미긴 하지만 이 시트콤에서의 박경림만큼은 (...)


강자와 약자로 나눌 수 있는 관계가 권력 관계죠.  돈과 애정이 관계를 규정해요.
돈 있는 사람은 강자, 정 주는 사람은 약자. (송 작가)

미완성으로 끝난 이 시트콤에서
모든것을 가졌지만 예쁜 외모만 못 가진 박경림과
예쁜 외모만 빼고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소유진을 대비시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관계의 핵심"은 과연 뭐였을까?

.....미모는 모든 조건에 우선한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재정작가&김병욱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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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표 시트콤



지금 MBC는 그야말로 황금기다.
주말엔 무한도전. 주중엔 주몽과 하이킥.

하이킥의 김병욱PD는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미치거나로 우리나라 시트콤의 역사를 쓴 인물이다.
이 시트콤들은 모두 SBS였는데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조기종영했고
아마 그 이후 MBC로 옮긴 것 같은데... 지금 SBS는 땅을 치겠다. :p


여러분께 드리는 네번째 글이며..아마 마지막 인사가 될듯하네요..
....갑작스런 작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6월27일 방송을 끝으로 <귀엽거나..>는 종영합니다.. 방송국에서
<귀엽거나..>가 투자에 비해 시청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6월6일
방송 저희 TNS 수도권 시청율은 14.9%로 전체 프로그램 5위였는데
시청율때문에 폐지라니 참 아이러니 하긴 하네요..),
시트콤이란 장르가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앞으로 당분간 SBS에서 시트콤을 시청하시진 못하실것 같네요..
지난주 초 통보를 받았는데 연기자 분들이나 제작진에게 한동안
알리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이 녹화였고....그냥 잠시 잊고 즐겁게
촬영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마지막이 돼버린 17회 대본을 작가분들과 급히 수정했습니다.
시간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마무리라도 제대로 했을텐데....
종영을 빨리 시켜야하는 프로그램은 최소한의 품위를 갖추고 죽을
권리도 없네요..ㅎㅎ


그리고 그제 송재정작가로부터 마지막 대본을 받았습니다..
송작가는 "기분이 참 묘하다"고 했고 저는 "마지막 바톤을 건네받은
계주자의 심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일전 새벽 귀가길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을 우연히
들은적이 있습니다..
일요일이었고..새벽 4시쯤이었는데...
여자 DJ분이 "마지막 방송이 하필 일요일이라 여러분들이 많이 못들으실
것 같아 더 안타깝다"며 울더군요..
그 마음이 현장에서 방송을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일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성공과 실패로만 판단할수 없는것들이 있습니다.. 모든 제작현장
에는 자리에 앉아서 프로그램의 존폐만을 결정하면 되는 분들이 사전적
의미외엔 잘 모르실, 눈물과...땀과...희생과...우정...그런것들이 있지요..


지난 6년간 여러분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저희에게 지금은
좌절의 시간인가 봅니다.. 그러나 우리 생애의 좌절들도
다 그 의미를 가진다고 믿고.....
얼마전 원하던 학교에 떨어져 울던 딸아이를 데리고 늦은밤 남산을 걸은
적이 있습니다.. 눈물처럼 반짝이는 야경을 내려다보며 그애와, 그애는
공부에, 저는 일에 지쳐 그동안 한번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우리는 오래도록 했고..그 밤은 그래서 저에게 가장 행복한 밤이 되었습니다..
성공이 가져다 준 것 과는 다른 참 내밀하고 은근한 선물이더군요..
좌절을 통해 우리는 성장함을 믿습니다..


종영이 임박해서야 그동안 저와 함께 했던 분들에 대한 맘 속 깊은 감사를
전하게 되네요.. 빛나는 대본들을 써주었던 송재정 김도상 최정현 황원 작가..
훌륭한 야외연출과 진행을 해주었던 김영기 조유진 피디..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자분들.. 늘 밤을 새고 아침까지 계속되던 촬영을
묵묵히 인내해주셨던 김수미 김성원 선생님..보면 언제나 힘이쏟던 두 주인공
경림양과 유진양..착한 승수군..예쁜 신혜양..맘 고생이 심했을 민혁군 준석군
상혁군... 그리고 지금 일일이 호명할수 없는 연기자분들과 감독님들과
스태프진 여러분들..
모두....함께해서 영광이었고...행복했답니다....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 뭘할까 생각중입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10년간 시트콤만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게을러 익숙한 것만을 하는 편이죠..반찬도 먹던 것만
먹고 길도 가던 길로만 가고..


그저께 아내가 권하던 나물반찬을 첨 먹어봤고 아버지 집에 가던길에 가지
않던 새 길을 가 보았습니다..
나물은 향긋했고 새길은 아름답더군요..


여러분도 인생에서 작지만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시는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건강하시고.. 우리 모두 깊은 울림으로 화이팅............


2005년 6월 7일 김병욱 올림



씨네21과 가졌던 인터뷰를 보니 나와 비슷한 면도 몇 가지 있던데
역시 다른 면도 많구나.
나는 새 음식도 잘 먹고 새 길도 잘 다닌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닮고 싶은 이들은 늘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성공한 사람의 시간을 뒤돌아보면 터널같이 긴 좌절의 기간도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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