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윙'에 해당되는 글 2건

  1. Workaholic 2007.10.11
  2. The West Wing 2007.10.09

Workaholic

2007/10/09 - [screen/dramaholic] - The West Wing

웨스트 윙의 두 번째 좋아하는 에피소드. 4x02 20 Hours in America-Part 2

이 에피소드는 대통령인 제드 바틀렛(마틴 쉰)의 재선을 위한 연설을 따라간 비서실 부국장 조쉬 라이먼, 조쉬의 비서 다나, 공보국 부국장인 토비 지글러가 어쩌다가 차량행렬을 놓치고 헤매는 20시간 동안의 이야기이다.

일행들의 차도 놓치고, 기껏 쫓아갔더니 섬머타임을 실행하는 주와 하지 않는 주 사이의 시간 차로 비행기를 놓치고, 겨우 갈아탄 기차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등 온종일 헤매고 다닌다. 그렇게 헤매다가 막간을 이용해 승부욕이 강한 조쉬와 토비는 내기를 하게 되고, 지는 사람은 당일 하루동안 앞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통성명할때마다
계속 백악관에서 근무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게 조건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절대 아니므로 이건 무지하게 쪽팔리는 벌칙이다.


토비(수염난 유태인 아저씨)가 지고, 이들의 뻘짓에 도움을 준 남학생 타일러가 기차에 올라타는 이들에게 Mr. 라이먼- Mr. 지글러- 라고 부르자 조쉬가 "call me, 조쉬-" 라고 얘기한 후 토비에게 내기를 이행하라고 눈치를 주는 장면.

토비: 난 토비야..... -_- ...백악관에서 근무하지.
타일러: 아,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백악관에서 근무하시는 걸 직접 말씀하시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내게 하는 게 훨씬 멋져보일거예요.
조쉬: (룰룰루~ 도망-♪)
토비: --_-- (말없이 기차에 올라탄다)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절대 구구절절 변명하지 않는다. 나도 알아. 근데 내가 이 사람이랑 내기를 했고 그래서 블라블라~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어찌나 쿨하신지들.



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진짜 이야기는 뒷부분에 있다.

이들은 헤매다 헤매다 비를 만나고 몸을 말리기 위해 근처 호텔에 들러 방을 잡는다. 들어오자마자 호텔로비의 뉴스에서 수영장의 폭탄사고 소식을 보게 된다. 게다가 이 날은 주가가 엄청나게 폭락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뉴스는 아니지만 정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특히나 재선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이 뉴스들의 무게가 다르다. 착잡한 마음으로 바의 테이블에 앉아서 계속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다나가 참다 못해 말하기를, 오늘 우리는 헤매는 동안 8가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낯선 사람 6명의 도움을 받고 12명의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도 당신들은 내내 오로지 바틀렛 vs 리치 밖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당신들을 대신해 (수영장 폭탄으로)희생된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조의문을 쓰고 있으니 자리 좀 비켜달라는 구박을 하고 두 남자는 바(진짜 bar자리)로 뻘쭘하게 옮겨앉는다.


바에서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토비에게 말을 걸어온다. 딸아이는 지금 윗층에 있고,  진학할 노틀담 대학을 구경하러 왔다고 한다. 아이가 있느냐며 토비에게 묻고는, 첫째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 되면 정말 대단한 기분이 든다며, 노틀담 대학은 캠퍼스가 정말 멋지고 딸아이는 아마 오늘 잠도 못잘 거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는 (오늘 주가도 떨어져) 넣어 둔 뮤추얼 펀드도 걱정이 되고, 아들이 공립학교에 다니는데 공립은 한 반에 37명이나(-_-)  되고, 학생 대비 선생님도 부족하고, 미술과 음악 수업도 없고 대학선취점도 없으며 자기는 연봉 55천을 받고 부인도 25천을 버는데도 어렵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자기가 어느 날 현관에서 미끄러져 쓰러지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다.

자식을 대학까지 보내는 건 남자의 자랑이고 남자의 업적이지만 조금만 더 쉬워졌으면 좋겠다. 아주 조금만요. 그런 차이로 모든 게 바뀌잖아요. 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문득 통성명도 안했네요. 맷 켈리입니다- 하고 자기 이름을 말하자 토비가 "토비 지글러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쉬와 눈이 마주친다. (백악관에서 일한다는 걸 말해? 말아? 하는 뜻)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쉬가 손을 저으며 NO-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토비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죠.
잠깐 얘기할 시간이 있으신가요?
저희가 맥주를 대접하고 싶네요.



이들은 하루를 온종일 헤매고도 집에 가서 쉬지 않고 다시 웨스트윙으로 돌아간다. 다나는 정말 둘 다 징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같이 간다.  -_) 가는 길에 토비가 조쉬에게 말한다.

토비: 이 일을 하면서 배운게 있다면 다음 대통령이 어떤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 지 모른다는 점이야.
비전과 용기를 가진 사람, 숭고한 정신을 지닌 사람, 국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일들을 대면하고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룩할 수 있을거야. 누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지를 국민들에게 말해주고 누가 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주기 보다는 그걸 자명하게 만들자는 말이야. 물론 힘이 들 거야.

조쉬: 그럼 힘든 일을 해보자구요.


다음 에피소드에서 토비와 조쉬는 교육비 전액을 아무 조건없이 100%, 니켈 동전 하나까지 세금공제해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고 그걸 추진하기로 한다. 그리고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토비가 전날 바에서 만난 남자 맷 켈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다.

어제 만났던 토비예요. 네. 잘 도착했어요 고마워요.
우리가 하려는 걸 설명 드릴께요.


군림하기 위한 권력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지는 권한. 그리고 그 권한을 가장  쓸모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드라마에서나마) 볼 수 있다. 물론 현실성은 쫌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냐면..이들은 권력을 가졌으나 사심은 없고,  워커홀릭이기까지 한데 여기에다가 유머감각까지 탁월하기 때문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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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est Wing


드라마 제목 웨스트 윙의 뜻은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백악관을 건축했는데 건물이 더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옆에 날개처럼 붙은 건물이 이스트 윙. 그걸 건축하고 다른 한쪽으로 웨스트 윙도 건축한거다. 말하자면 별관 쯤 되려나. 하지만 좀 더 실질적인 의미로는 대통령의 오른팔, 즉 백악관 비서실을 말한다.

설정상으로는 미국의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정부는 역사상 단 한번도 존재한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존재하기 어려울 거다. 그만큼 이상적이다. 프레지던트 Roh가 취임 초기에 이 드라마 밤새워 봤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드라마와는 참 극과 극으로 노대통령의 인선은 최악이었지. 변양균 전 실장이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해주고 있고..

반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내가 워커홀릭 캐릭터에 좀 약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이상을 갖고, 거기에 몰두해 매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홀릴만큼 멋지지 않나?  나만 그런가? -_- 여튼 이들은 (권력의 정점에 닿아있기 때문에 가장 부패하기 쉬우므로) 가장 그러기 어려운 직업, 정치가를 보좌하는 일을 한다. 물론 제드 바틀렛이란 대통령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이들은 질릴만큼 팀웍이 잘 맞는 워커홀릭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너무 멋져 그게 비현실적인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휘말려서는 안돼! 오우- 낯뜨거워- 어떻게 저렇게 옳은 말을 당연하게 내뱉지? 하고 안 좋게 보려고 막 애쓰다가도... 아- 씨. 멋지잖아.. 하고 감동받아버린다.
정치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까를 생각하고 추진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풀어가는 건데 Aaron Sorkin의 작가적 능력은 바로 여기서 빛이 난다.

얘기가 길어지므로 다음 얘기는 나중에 새 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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