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그들을막을수없다'에 해당되는 글 4건

  1. 드라마 vs 현실 2007.02.19
  2. 받은 만큼 돌려드릴께요. 2007.02.11
  3. 복수는 나의 것 2007.02.10
  4.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57 2007.01.27

드라마 vs 현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이 시트콤은 끝날 때가 되자 노홍렬(이홍렬)에게 대대적인 서비스를 한다. (Ep.292)

노홍렬은 아내를 사별하고 딸 민정이를 키우며 홀로 오랫동안 살아오다 옆집에 이사 온 미나엄마 배종옥을 짝사랑하게 되고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짝사랑의 기간동안 그는 좋아하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오랫동안 배려해 주고, 몰래 도와 주는 등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종옥은 그런 디테일까지는 알지 못한 채 그저 그의 마음이 오래 쌓여 온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결혼해 살던 어느 날.

홍렬이 먼 곳으로 잠시 여행? 출장?을 떠난 사이 종옥은 홍렬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자기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으며, 홍렬의 깊은 마음&숨겨진 많은 일들이 많은 사건 뒤에 있었음을 알게 되고 감동한다. 홍렬이 예정보다 일찍 들어와 종옥을 놀래주려 하다가 종옥이 자신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토라지지만 종옥은 비로소 홍렬이 그렇게 듣고 싶어했던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흔치 않게 발견된다. Boston Legal의 James Spader가 분한 변호사 앨런 쇼어. 판사에게는 '당신은 법조인의 수치'라는 말을 듣고, 동료에게는 '당신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힘이 있어요' -_- 등등 칭찬 아닌 칭찬을 듣지만... -_) 그가 진짜 사랑한 여자(이름 까먹었다)에게 '당신 속에는 세 명의 앨런 쇼어가 있어요. 착한, 나쁜, 그리고 개구쟁이 앨런.' 뭐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앨런은 자기가 사귄 그 수많은 여자들 중에 그녀만이 드물게 자신의 core까지 들여다 보고 진가를 알아 주는 것을 알고 티는 안 내지만 하여간 흐뭇해한다.

아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그런 여자 캐릭터로는 유일할 듯한. 얼마 전 끝난 환상의 커플 조안나.
조안나는 건방지고, 싸가지없고, 차가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의 진면목을 꿰뚫어 볼 줄 알고, 사건의 진실을 포장없이 대하며 그걸 그대로 얘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려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고 모든 가족을 잃은 그녀는 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안다. 유일하게 가족으로 생각하는 남편 빌리마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녀를 오해하지만 운 좋게도, 우연히 만난 장철수는 그녀를 동등하게 대하고, 그녀 또한 기억상실 이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간다.

특히 그녀가 멋진 점은, 그녀가 돈이 많아서 돈의 힘을 믿고 당당했거나 싸가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조안나건 나상실이건간에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기억을 잃고 돈 한푼 없는 입장에 서 있어도 당당하고 할 말은 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 중 최고는 아다치 미츠루의 H2에 나오는 쿠니미 히로. 굳이 히로 뿐 아니라 아다치의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거의 이런 패턴으로 행동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히로의 진가를 알아 준다. 정말 모두 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혹은 관계 속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를 더 믿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더 신경쓴다. 숨겨진 의도나 어떤 행동이 있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같은 것이 저절로 드러나는 일은 더욱 드물고, 드라마나 만화에서처럼 변호해 주는 조연도 없으며, 친절한 카메라도 비춰주지 않는 현실의 캐릭터들은 오해 받거나, 묻혀 버린다. 그렇다고 지 입으로 다 얘기하고 다니면 찐따에 열라붕이고 -_)

어쩌면 그건 세상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기 짝인지 아닌지, 내 사람인지 아닌지를 재빨리 판단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즉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서 긴 시간과 많은 사건을 함께 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저런 마라톤형 캐릭터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일 일지도 모른다. 뭐, 그냥 사람이란 다른 사람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하여간 저런 사람을 만나려면 대단한 혜안을 가지던가,  소가 뒷 걸음질 쳐도 쥐를 잡을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나거나. -_-




,

받은 만큼 돌려드릴께요.




복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과연 박찬욱감독의 복수3부작과 김병욱PD의 웬만해선...의 복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어서 전자는 그럴 법도 하다. 라고 생각되는 반면, 후자는 으...저 진상들 -_- 이라고 느끼는 걸까 싶었다.

웬만해선...의 복수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먼저 A가 성격에서 나오는 실수를 한다. 잘난체 해서 B의 자존심을 긁는다든지, 얌체처럼 굴어서 B가 일을 더 해야했다든가, 돈을 많이 쓰게 했다든가, 망신을 줬다든가. A의 딴에는 의도없는 실수다. 그러니 대부분의 경우 A는 자기가 실수해서 B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모른다. 왜냐하면 A는 왕자병이 있다거나, 얌체스런 면이 있다거나, 쪼잔하다거나, 식탐이 많다거나, 배려가 부족하다거나... 하여간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데 B는 이렇게 생각한다.  두고 보자. 내가 이대로 넘어갈 줄 알고? 어디 한 번 당해 봐라. 너도 당해 보면 알겠지. 그리고 의도적인 복수를 한다. 금자씨 표현을 빌리자면 받은 만큼 돌려드릴께요.

그럼 이렇게 복수로 돌려받은 A는 '아. 내가 잘못했을 때 B는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아.. 정말 미안하다...' 하고 반성을 하나? ....설마 -_)  이 시점에서 A는 사건의 발단이 자기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해 새로운 입장으로 복수를 결심하거나 설사 알아챈 경우에도 내가 그랬다고 지금 나한테 이러는 거야? 그래. 어디 한 번 해 보자고-  누가 이기나. s(-_-)z  패턴으로 진행된다. 이 웬만해선...의 에피소드들은 거의 이런 식이다. 어디 너도 한번 당해봐라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이거지?의 연속.

얼마 전에  OFF가 아닌 ON에서 실제로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토론하면서 오고 가는 모든 댓글에 시종일관 "받은 만큼 돌려드릴께요"로 대처하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한 B들이 과연,  아...저 사람도 지금 내 기분 만큼 불쾌했겠구나..했냐면., 그럴리가.  "어디 한번 해 보자 이거지?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로 대응하는 사람과 "뭐 이런 매너 없는 인간이 다 있어?" 반응으로 재수만땅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냥 이럴 때는, (정도가 가볍고, 친분이 있으며, 상대에게 상식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 "너 이런 면이 있는데, 혹은 나에게 이런 실례를 했다. 나 그거 불쾌했고, 너 그거 잘못한거다-" 하는 게 그나마 낫더라. 좋다가 아니라 그나마 낫다고 하는 이유는.... 이렇게 말해도 미안한 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있어서.

,

복수는 나의 것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p.231

동서사이인 정수와 종옥은 시아버지(신구)의 양갱을 몰래 빼먹다 걸리는데
'종옥이 그랬다.' 라고 정수가 고자질을 하자 종옥은 앙심-_-을 품고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정수에게 고생좀 해보라는 의도로
늙은 호박, 한약재, 양모털실을 차례차례 시아버지에게 들고 온다.

마지막은 도토리 한푸대.
도토리죽 쑤라고. --_--


이 시트콤은 전혀 웃기지 않은 게 특징인데.
지금의 하이킥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은 별로 안 보이고
세상에 저런 진상들이 있나 -_- 하는 느낌만 준다.

코딱지 만큼이라도 절대 당하고는 못 산다 캐릭터들.
오기로 똘똘 뭉쳤는데 정말 정 떨어진다.
'복수'에 대해 생각해 보면 받은 만큼 돌려드릴께요처럼 적절한 게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시트콤으로 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는 게 이상한 일.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E.57



Original Air Date 2002-3-13

노구(신구)는 놀러 온 배종옥의 딸 미나에게

① 산타는 없다. 있으면 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②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뒷돈-_-을 찔러줘야만 일이 된다.
③ 세상에 믿을놈 하나 없다. 자기도 어렸을때 아버지가 첩을 들여 마음고생을 했다.

이런 얘기를 차례차례 해 준다.



배종옥이 애한테 왜 그런 얘기를 하냐며 항의를 할 때마다

진실을 얘기해준 거다.
동심이나마나 잘못된 지식은 바로 잡아줘야 한다.
잘 가르쳐줘도 야단들이다.
인생공부 시키느라 해 준 얘기다

-하면서도 알겠다고 수긍한다.



음... 그런데 정말 애들에게는 세상이 동화 같고 믿을 만하며
모든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뭐 그런 식으로 교육시켜야 할까?

어렸을 때 갖고 있던 세상에 대한 환상과 동화적 상상력이 하나씩 하나씩 깨어지면서
막상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더 문제인 거 같은데.


신구 말처럼(물론 저건 좀 심하고) 일찌감치 현실을 알게 해주면 안 되나?
세상엔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만큼 조심해야 할 사람들도 많아서
낯선 사람은 따라가지 말고, 주는 음식도 낼롬 받아먹어-_-서는 안 되고,
성교육도 나이에 맞게 해 줘야 되는거 아닌가.
나이 들면서 저절로 되는 것 같은 "보통 사람의 일상" 은
사실은 무지하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의 생활" 이란 것도 좀 가르쳐 주고.  


음.....
불쌍한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내 자식. -_-


,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