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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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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은 늘 여러 layer를 쌓아서 이야기를 한다.

폐쇄자에서는 아예 그점을 프롤로그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나는 층층이 쌓았으니 여러분이 읽어가실 수 있는 만큼의 layer를 읽어가시라고.

어떤 사람은 거기서 동성애를 읽고 갈 것이고, 어떤 사람은 도망쳐도 도망쳐도 결국 눈 떠보면 정확히 바로 그 자리에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그대로의 자신-그 잔인함과 비참함을 볼 것이고, 어떤 사람은 무채색으로 대변되는 숨막히는 의무 & 강렬한 컬러가 표상하는 자유와의 대치를 읽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세상의 종말이란 말 그대로 세상이 온통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소멸이 곧 세상의 종말임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표식이 keeper라는 숙주를 타고 다니며 끝끝내 살아남으려는 것에서 과연 표식이 살아남는 건가 사람이 살아남는 건가 하는 유전자적 고민을 할 수도 있겠고.

온 역시도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 몇개의 층이 쌓여있다. 현실의 인간들도 겪게 되는 두가지 갈림길. 모든 현실의 인간들이 그걸 겪는지는 모르겠지만. 데온이라는 물질계와 에온이라는 정신계의 조화. 가치판단의 상대적인 속성-그럼으로 그 무엇도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는 것. 거기에 자신이 갖지 못한 단단한 심지를 가진 인간에 대한 선망과 질투, 집착. 등등등.

3권으로 끝낼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결말이 너무 급-해소되어 아쉽지만, 척박한 한국의 만화환경에서 이런 마이너한-철학적인 맛이 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유시진말고 또 누가 있겠나. 유시진의 작품이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살 용의가 있다. 이름 세 글자만 믿고.

나단과 사미르의 논쟁...이라기보다는 사미르의 일방적인 가르침..에는 이황과 기대승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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