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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에서 491로, 그리고 아마도 며칠 후엔 310으로.

 

아름다웠던 소녀는 세포경화증을 앓고 꼽추가 되어버렸다. 한창 아름다운 20대에.  원래도 유난하게 아름다웠던,  천재적인 재능을 가져 다른 사람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가. 클라라 하스킬-하면 늘 따라다니는 이야기다.

 
나한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하면 그냥 이 음반이 먼저다. 맑으면서 가볍지 않고, 깊으면서 둔하지 않다. 노년의 클라라는 마녀처럼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연이은 질병과 고독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피아니스트로 살았고, 모짜르트 스페셜리스트였다. 멋지지 않은가. 나는 아름다운 소녀로 죽어 찬란한 가능성만을 남기지 않고 살아남아 연주자로 기억되는 그녀가 훨씬 멋지다.

며칠동안 K.488과 K.491이 너무 듣고 싶어서 끙끙대다가 씨디를 왕창 학교에 들고 가 아이튠즈를 다운받고 씨디를 변환해 옮기고, USB에 파일을 담아와 집에서 동기화를 하는 삽질을 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씨디롬이 맛이 갔기 때문에 --_-- 잡스의 노예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ㅋ

그리고 이제서야 K.491을 듣고 있다. 모짜르트 피협의 백미라고 하는 K.488보다 K.491을 조금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뭐..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이 모짜르트를 왜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 뻔하게 나올법한 이야기들이다.

몇 년 전에 두 곡 중 한 곡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이 있다. 그때도 도서관이었고,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봐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문채 닭똥ㅋ같은 눈물만 문제집 위로 떨어뜨렸었다. 혹시나 지금 들으면 또 울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런 일은 없구나. ㅋ 그렇게 울어놓고서도 둘 중에서 뭐였는지, 488이었는지 491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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