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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웃어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2007.10.05

웃어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남자의 눈물- (이라고 써놓고 보니 무지하게 느끼;하다 -_- 어쨌든) 이런 주제로 심도 있게 얘기해 본 적이 없긴 한데.. 가끔 화제에 오르면 내 주변 여자들, (그래봤자 표본집단이랄 수 있을 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 몇명은 그렇게 말했다. 남자가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고들 하지만 정말 약해지게 만드는 건 남자의 눈물이라고. 남자가 자기 앞에서 울면 그냥 무너진다(?)고.

내 나이쯤 되면, 남자의 눈물을 대개 몇 번쯤 보게 되는걸까. 우리 나라는 아직 남자가 우는 걸 막는 여러가지 심리적,사회적 fence가 있어서 많지는 않겠지만 뭐 이런 저런 일들로 하여간 남자들도 울고, 그걸 몇 번쯤은 목격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어쩌다 보니 남자들의 눈물을 보거나 울음소리를 듣거나 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런데 희한한 건 나는 남자들의 눈물에는 딱히 약해지지 않더라는 것. 그냥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별로 놀랍지도 않고, 안타깝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좀 짜증이 났다. 그런데 그게 왜 그랬는지 조금 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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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를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은 유희열(위 사진은 그의 손)인데,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에 그가 방송했던 mp3 파일을 들으면서 배를 접고 웃는다. 도서관에서는 듣다가 웃음이 터질 것 같아 나가기도 하고. 이 사람은 노래는 청승대마왕이지만 사실 말하는 건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유치하게 재밌고, 남의 얘기 끝까지 들어주고, 부드럽게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받아치는...그야말로 수다의 달인;이랄까.

오늘은 FM음악도시 마지막 방송을 들었다. 갑자기 멘트가 끊겨서 파일에 lag이 걸렸나 했는데... 운다. @@ 이 사람이 울고 있(었)다는 걸 알고 몇 초간 놀란 상태로 있었다. 울먹이며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겨우 끝내놓고, '오늘은 아무래도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겠어요..' 하는데.. 이거,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든다.



그러고보면 내가 겪은 남자의 눈물들은 테마가 "좌절"이었다. 열심히 노력했고 결과가 그만 못해서 우는 그런 좌절 아니고, 마치 떼쓰는 애들처럼,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해서 흘리는 눈물, 울먹거리는 소리.

순도 높은 타인의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다.
생각과 욕망이 섞이지 않은 그냥 슬픔. 그저 고맙고 미안하고 아쉬워서 흐르는 눈물, 참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울음.  어~ 좋다. 사람냄새. 귀로 느끼는 촉감.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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