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큰 영향을, 누군가에게는 작은 영향을, 또 누군가에게는 아무 영향도
저자 후기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여전히 내겐 마카롱보다 오란다가 어울렸고, 또 입에 맞았다. 마카롱인 척 해보려 더 노력했던 적도 있었는데 영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취향을 훔치는 게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느꼈는데 오히려 기분이 낫기도 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운명이라는 거였고 그게 안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내 것이 내 것일수밖에 없단 것과 같은 말이었다. 뭘 놓았다는 뜻은 아니고 그게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더는 노력하고 싶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 소설은 고급 취향 획득에 실패한 쌈마이 하나가 투덜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혁명이란 투덜거림이 모여서 생겨나는 것 아니겠는가."
어렸을 때 시험기간에 세계문학전집 같은 걸 나쁜짓하는 기분으로 배깔고 읽었던 것처럼, 사실은 할 일이 쌓여있는데 들고다니면서 틈틈이, 아니. 들고 왔다갔다하면서 읽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은 이렇게 주말에 집에서 다 읽었다.
저자는 87년생이다. 이제는 87년생이 글을 쓰는구나. 어허허허허허- 그것도 이렇게 잘.
이 책에는 부제같은 것이 붙어있다. CLUB Anti-Butler.
고양이에 관해 여러 가지 차별을 겪은 몇 명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집사라 칭하며 자신의 취향을 무기삼아 취향이 같지 않은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데에 울분을 느끼며 결국은 혁명(?)을 이뤄내는 이야기인데. 인물 몇몇의 이야기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기도 한다. 또 등장인물들은 곽, 오, 박, 김A, 김B등 이니셜로 처리되는데 이게 더 책을 읽는데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었다. 어떻게 이름을 지어도 소설속의 이름들은 공중에 붕 뜬 느낌이었는데 마지막에서야 등장인물중 한 명이 풀네임으로 불린다. 마치 존재감을 획득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가 도도하고 새침해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솔직히 고양이가 뭔 생각이 있겠나. 걔네들은 그냥 사는거지. 다만 나는 고양이가 멍청해서 좋아한다. 사랑스러워 *-.-* 하지만 고양이를 기를 수는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안 기를 거예요. 첫 번째로는 호흡기가 약해서 고양이 털을 견뎌내지 못할 거고, 두 번째로는 책임감이 희박해서 --_-- 나는 다른 생명을 기를 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욤. 내 한 몸의 일인분도 허덕허덕거리는 것이 현실.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과 성정을 갖추신 분들. 부러워욤. 흑-
어쨌든, 자기 취향은 드러내되 남의 취향은 존중합시다. 그럼 되죠 뭐.
오란다가 뭔지 찾아봤다. 이건 나도 환장하는 거네, 단지 이름을 몰랐을 뿐. ㅋ
"그러니까 취향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동사는 존중하다 정도란 얘기고,
취향이니까 존중해달라고 아까부터 말하고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