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29 프라하 첫 날, 공항에서 호텔, 시장에서 광장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프라하의 공항 이름은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이다. 바츨라프 하벨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마지막 대통령이자 체코공화국의 초대대통령. 체코의 정식이름은 Czech Republic이다. 맞아. 나 어렸을때는 체코슬로바키아였는데. 이 둘은 1992년이 지나며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헤어진다. 바츨라프 하벨은 극작가이자 인권운동가였고 주로 부조리극을 썼다 한다. 벨벳 혁명이란 말을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나중에 체코와 슬로바키아 분리때는 이에 빗대어 벨벳 이혼이란 말이 만들어졌더라.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서 한 말인데, 벨벳이라는 말을 잘 쓰나보다. 체코의 유명한 맥주도 벨벳 맥주라고 한다. 그건 거품이 많고 부드러워서 벨벳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그럼 이렇게 사람 이름을 딴 공항들에는 무엇이 있나. 


일단, 내가 갔던 곳 중에서는 앞으로 아웃하게 될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검색해보면 이것말고도 엄청나게 많더라. JFK 공항이라든가, 사담후세인 공항이라든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공항이라든가... 등등


바츨라프라는 이름은 프라하에서 또 만날 수 있다. 프라하 대표광장 이름이 바츨라프 광장이다. 프라하 국립박물관 앞에 서 있는 기마상이 바로 수호성인 성 바츨라프이고 여기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그리고 프라하 구시가지에서 열리는 시장 이름은 하벨 시장이다. 바츨라프 하벨의 그 하벨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항에서 시내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한다. 우버를 탈 수도 있었으나 앱을 깔아온 사람이 나 하나. 그런 나마저도 인증번호를 안받아 둔 상태. 앱을 구동할 수가 없다 ㅋㅋㅋ 또 다른 옵션은 메트로 타고 버스로 환승. 뭐가 어쨌건 우버를 제외하면 대중교통을 타야한다. 그리고 프라하에서는 이런 교통권을 이용한다. 시간에 따라 이용할 수 있고 그 시간 안에는 환승 자유. 90분권을 샀고 32코루나다. 1코루나는 약 50원 정도라, 코루나를 반으로 나누고 0을 두 개 붙이면 대략 원화 계산. 그러니까 1600원 꼴. 공항에서는 90분권이 있지만 나중에 시내에서 사려면 120분권이 최소단위였다. 동선과 교통계획이 섰다면 공항에서 몇 장 사두는 것이 이익. 



공항정류장에는 이런 기계가 있었지만 나중에 시내에서는 이 기계 한 대도 못봤다. 이 기계는 지폐를 어디다 넣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공항안에 있는 인포에서 샀다. 사서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짐 티켓은 따로라는 걸 알게 됐다 ㅋㅋㅋ 버스 문이 닫히려는 순간 한국인 여성분이 다급하게 알려주심. 짐 티켓 안사셨어요? 안에 들어가서 사오셔야 해요!!!! 그래서 16코루나 사고 짐 티켓을 다시 사옴. 우리가 여행중에 만난 첫번째 귀인이십니다. 감사해요. 



공항에는 7시쯤 도착해서 짐도 금방 찾았는데 이렇게 왔다갔다하다보니 거의 9시가 다 됐던듯? ㅋㅋㅋ버스 안에는 펀칭기계가 있다. 타서 펀칭기에 승차권을 넣으면 시작하는 날짜와 시간이 찍힌다. 검사는 불시에 말 그대로 랜덤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고 프라하에서는 검사하는 거 한 번도 못봤다. 검사에 걸렸는데 만약 펀칭되어 있지 않으면 표를 갖고 있다 해도 고의적인 무임승차로 해석되어 매우 큰 벌금을 물게 된다. 이런 걸 생각해보면 가끔 물리는 이 벌금이 유럽의 대중교통을 책임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안걸리는 사람들은 잘도 무임승차 하고 다닐듯.



나드라지 벨레슬라빈 역. 버스에서 내려서 이제 지하철로 갈아탄다. 여행할 때 흥미를 가지는 포인트가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한 개가 대중교통수단. 굳이 일부러 이용하진 않지만 지하철, 트램, 버스, 전차등등을 타는게 재밌다. 우리와 다른 점을 찾는 것도 재밌고, 비슷한 점을 찾는 것도 재밌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문은 내가 열어야 합니다 ㅋ 사람들에 가려서 안 보이지만 파리와 비슷하게 레버를 제껴서 여는 시스템이었던 듯. 



또 하나 흥미를 가지는 게 바로 이거 ㅋ 맨홀샷이다. 도시마다 다른 맨홀이 있고, 이렇게 문장이나 도시의 마크가 있는 경우가 많아 재밌다. 얘들이랑은 처음 찍는거라 발을 예쁘게 배치하지 못한 사진 ㅋ 정면에서 찍지도 않았고. 



그리고 무시무시한 유럽의 돌바닥 시작 ㅠㅠ 분명 구글로 검색했을때는 10분이었다. 분명 체력 쩌는 구글직원이 파워워킹으로 걸은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일거다. 캐리어를 끌고 가면 체감 30분이다. 



저 보도블럭 경계석이 그나마 가장 매끄러운 비단길이라ㅠㅠ 저기에 아슬아슬 캐리어를 걸치고 끌고 간다. 정말 잘 버텨준 캐리어 바퀴에 그저 감사. 앞으로도 잘 버텨주게 하려면 짐 무게를 줄이는 것이 필수과제.



드디어 도착한 Hotel Adler.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라서 짐만 맡기고 브런치부터 먹고 오기로. 사실 이 때쯤은 반쯤 정신이 나가있었다. 나의 모든 욕구 중에서 가장 앞서는 것은 수면욕과 청결욕구인데 이때는 청결욕구가 이기던 때였다. 만 하루 넘게 씻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했고, 물건도 이리저리 뒤섞여 있는 것에 스트레스 게이지가 한껏 올라 있어서 식사도 여행도 아무 생각 없던 때.



걷다보니 하벨시장 도착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과일류가 많고 오른쪽은 기념품이 많았다. 저기 납작복숭아가 보인다!!! 납복 ㅠㅠ 내 사랑 납복 ㅠㅠ 여행 떠나기전부터 애들한테 우린 반드시 1일 1납복을 해야한다고 납복타령을 메들리로 불러댔기 때문에 일단 납복을 세 개 사고. 무게로 파는데 대략 세 개에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베리류가 넘나 예쁘게 담겨있어서, 믹스된 것으로 한 팩 사고. 역시 베리류도 한 팩에 만 원 정도 했던 듯.



이건 호두까기 버섯. 혹했으나 아무도 사지 않음 ㅋ



체코는 마리오네트로 유명하다. 동생들은 마리오네트에 관심이 많아 꼭 한 개 사고 싶어해서 지나가다 괜찮아보이면 들어갔지만 거의가 다 조잡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인생 마리오네트 가게를 만나게 된다 ㅋ



어! 모차르트가 두고간 그 유령 동상이다!!!!!!!!!!!!! IL COMMENDATORE. 여기가 스타보브스케 극장. 혹은 에스타트 극장. 영화 <아마데우스>의 배경이며, 1787년 10월 29일, 오페라 <돈 지오반니>가 모차르트의 지휘로 초연된 곳. 어 그렇다면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의 기사단장이 얘인 셈인가. 


오스트리아에도 있지만 이게 진품이랍니다. 프라하가 모차르트에게 선물했지만 무거워서 놓고 갔다고 함. 틀렸따면 추후 수정하겠어염 ㅋ 공연이 있을때만 내부관람이 가능하다던데, 검색해보니 제법 멋지다. 일정이 맞다면 미리 예약하고 드레스업하고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도 좋을 듯. 



뜨르들로, 일명 굴뚝빵을 파는 곳. 트르들링크? 체인점인 것 같다. 프라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후 체스키에도 있었고, 심지어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하여간 국경 넘어서도 만날 수 있었다. 버전은 1. 굴뚝빵 플레인. 2. 굴뚝빵안에 누텔라 바른것, 3. 굴뚝빵에 아이스크림 얹은것, 4. 굴뚝빵+누텔라+아이스크림, 5. 굴뚝빵+누텔라+아이스크림+과일토핑


꼭 한 번쯤 사먹어야지 하고 리스트업 해두긴 했는데... 했는데...근데 너무나 덥고 목이 말라서 그나마 남아있는 식도의 습기까지 다 흡수해 닦아버릴것 같은 밀가루덩어리 굴뚝빵 따위 1도 땡기지 않는다. 패스.



이것이 틴 성당. 혹은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조금 더 큰 오른쪽첨탑을 아담, 왼쪽을 이브라고 부른다. 성당 내부에는 티코 브라헤가 잠들어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내부가 꽤 멋지다. 입구 찾기 어려운데 관심있으면 자세하게 나온 블로그들이 많으니 한 번 가보시길. 



광장에서는 누군가 비누방울을 잔뜩 만들어서 뿌리고 있다. 멋지다. 근데 덥다. 목마르다. -_-



하늘도 멋지고, 광장도 멋지고



하늘 멀리 날아가는 비누방울도 멋지고



광장 한 편에는 이런 아저씨도 있고



이건 뭔지 까먹었다.



곳곳이 공사중이다. 올드타운 구시청 공사 안내문, 



안타깝지만 여기 붙어있는 천문시계도 공사중. 이미 공사중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정리는 쉬웠다. 모르고 당했으면 으억. 했을듯. 유튜브로 다시 한 번 달래봅니다. ㅎ




여행 중 여러곳에서 발견할 수 있던 표지판. 공놀이가 가능하다는 건지, 차보고 조심하라는 건지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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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8 인천→도하→프라하


이번에 이용한 항공은 카타르항공이었는데, 발권 후 아마 즉시 온라인으로 체크인이 가능했던 것 같다. 다들 정신놓고 있다가 내가 혹시나? 해서 이틀전인가 하루 전인가 들어가봤더니 이미 거의 다 체크인을 해서 남은 자리는 일곱자리 정도 뿐. 셋이 떨어져 앉게 된 상황 ㅋㅋㅋㅋ 항공사마다 다르니 알아들보시고 출발.




면세에서 워낙 지르는 스타일이라 면세품도 곳곳에서 찾아야하고, 라운지도 이용하고 싶고, 무엇보다 여행할 때 시간에 쫄리는 걸 싫어해서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위탁수하물에 무게제한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있나? 있어도 한 25kg 였을듯) 저울이 있길래 궁금해서 달아보았다. 리모와 자체가 워낙 무거워서 이때 벌써 16킬로가 넘었네 ㅋㅋㅋ 면세품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해진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개고생을 하게 된다 ㅠㅠ


리모와가 워낙 흔하다보니 구분가게 하려고 손잡이에 보라색 끈을 대충 감아놓았는데 동생들이 언니껀 누가 봐도 언니꺼라고 하긴 하더라 ㅋㅋㅋ 워낙 굴러먹던 캐리어라 모서리 까임으로 보나, 찌그러짐으로 보나 내꺼이긴 하지. 저 사이즈의 루프트한자 컬렉션은 생각보다 드물기도 하고. 그래도 구별 잘 가게 생긴 택을 하나 사다가 달아야겠다.



이 가방은 혹시나 늘어날 짐을 대비해, 그리고 정리 안된 면세품을 일단 넣기 위해 들고 간 가방이었는데 여행 내내 어깨가 빠지도록 들고다니게 된다. 흑 ㅠㅠ 그래도 이 가방 덕을 많이 봤다. 사세요 여러분 ㅋㅋㅋㅋ 캐리어 손잡이에 끼워서 끌고 다닐 수도 있고 안쓸때는 접어서 파우치에 넣으면 됨요. 



요렇게. 물론 흐물흐물하기 때문에 바쁘게 끌때는 가방이 뒤집어져 무게가 추가되는 건 흠 ㅋ 헐, 20킬로가 넘네? 라고 생각했다 이때만해도 ㅋㅋㅋㅋㅋㅋ 겨우 20 ㅋㅋㅋㅋ


라운지이용은 실패했다. 약 한 달전에 PP카드 나오는 신한 AIR 1.5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사용실적이 결제일 기준으로 잡히는게 아니라 그들만의 기간이 있는건지 아무튼 주거래카드가 아니다보니 전달실적기준을 넘지 못했다. 동생들만 갔다오라고 하고 나는 밖에서 면세품 정리. 인천공항 라운지 워낙 잘되어있다고 유명해서 이용해보고 싶었는데 ㅠ 흑. 다음으로 미뤄야지. 아. 줄 엄청 깁니다. 가실 분들은 정말 시간 넉넉잡고 가시길. 


그리고 기내식에 사육당하며 도하 경유로 프라하 슝=. 카타르항공의 기내식은 과일도 맛있고, 빵은 정말 맛있다. 그러나 메인에서는 미묘한 중동의 향기가 일관되게 납니다 ㅋ 나는 여행을 떠남과 동시에 식욕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과일과 빵을 먹고 나머지는 간단하게 맛만 보며, 그리고 기내는 건조하기 때문에 오렌지쥬스를 엄청나게 마셔대며 갔다. 카타르항공 기내에서 제공되는 물품에는 립밤도 있는데 나는 이럴줄 알고 내 립밤을 가져갔다. 


다 아시겠지만 혹시나 모르실 분들을 위해, 

  1. 배터리 포함된 건 휴대수하물로 빼세염. 랩탑. 노트북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휴대용선풍기, 보조배터리, 셀카봉 같은거.

  2. 핸드배기지 안의 액체류는 각각의 용기가 100ml 이하여야해염. 200ml짜리 치약이지만 반 이상 썼으니까 100ml 이하겠지? 그런거 없어염. 각각의 용기가 100ml 이하여야하고, 공항에 따라서는 이 모든 게 한 지퍼백 안에 들어있거나 한 곳에 모아져 있어야 해염. 액체류 빼세염- 하고 요구하는 곳이 있어욤

  3. 장시간 비행을 위해서는 슬리퍼 하나는 빼놓으시길. 그리고 유럽은 카펫 깔고 생활하는데다가 건식 화장실+샤워부스인 곳이 많기 때문에 방수되는 슬리퍼면 더 좋음요.

  4. 랜덤검사에 걸릴 수 있어염. 짐검사, 손바닥검사, 슬리퍼검사 등등. 갈때는 손바닥검사에 걸리고, 올때는 슬리퍼검사에 걸렸지욤.

  5. 비행시간이 긴 경우에는 간단한 세면도구와 립밤(기내가 건조함), face spray나 마스크팩 같은거 하나 빼놓는것도 추천. 에어컨이 세기 때문에 긴소매 긴바지 추천. 물론 담요는 제공됩니다. 


그리고 이런 파일을 가져간다. 비행기발권한거. 면세점교환권. 일정표. 여행중간 사용할 교통이용관련 서류. 호텔영수증. 그 외 기타등등.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대체되었지만 그래도 종이로 뽑아놓아야 안심. 저번 유럽에는 이 파일을 캐리어에 넣어 수하물처리하는 바람에 도착 공항 셔틀부터 개고생 -_- 그 이후로 반드시 핸드배기지에 넣는다. 



기내 제공되는 헤드폰은 불편해서 항공잭을 가져가 내 이어폰을 사용함. 요즘 항공잭 두 구멍에서 한 구멍으로 바뀐 비행기도 있던데, 카타르는 두구멍이라 매우 알차게 잘 사용했다.



미친듯이 심심하면 일기도 쓰고, 그날 그날의 가계부도 적고 하여간 이거저거 쓰려고 가져간 몰스킨과 볼펜. 진짜 일기 잘 썼는데 볼펜은 에러. 원래 볼펜을 좋아하지 않아서 필기감때문에 쓰다가 중간중간 욱함. 평소 쓰는, 잘 맞는 필기구를 가져갑시다 여러분. 몰스킨도 원래 일기용도가 아니라서 너무 작았다. 얇고 가볍고 큰 노트를 가져갈 걸 그랬어. ㅠㅠ


경유할때 화장하거나, 내려서 공항에서 화장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아 나는 모르겄다. 체크인하고 샤워부터 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 강력해 그 모든걸 무시함. 그런 이유로 나는 공항에 그지꼴로 도착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고 갔던 버켄스탁은 코르크까지 깎일 정도로 닳아 공항화장실에 버리고 면세품으로 인도받은 새 버켄 착용 ㅋ 둘째가 신은 저 양말은 기내에서 제공되는 수면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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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31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이 날의 일정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하이델베르그(루프트한자 셔틀)→스트라스부르(DB Bahn)

 

 

남방항공 기내식. 비프 or 치킨이었던 것 같은데 비프로 선택. 이때만 해도 국내 출발이었기 때문에 한국승객 입맛에 맞춘듯한 간장베이스 양념이었다.

 

 

초점이 나갔지만 다른 사진이 없으므로.

자다보면 불이 켜지고 음료수 서빙. 조금 있다가 식사서빙. 사육당하는 느낌이다. 삶은 채소에서는 묘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강하진 않지만 매우 진득하게 불쾌해 오믈렛에도 햄에도 배어있다. 과일과 빵만 먹고 대충 맛만 보고 포기. 기내식 남기기는 처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남기게 된다.

 

날아날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 그리고 나는 어이없는 사건의 시작에 부딪치게 된다. baggage claim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내 캐리어가 나오지 않아 설마, 혹시 했지만 그 설마 혹시가 맞다. 내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았단다. 거구의 독일인 공항 에이전트가 나를 부른다.

 

-혹시 너 짐 안왔니?

-어. 설마?

-이리 와봐. 몇 명꺼가 안 왔어. 보니까 한국-중국간의 경로에서 이런 일이 자주 생기더라고. 혹시 분홍색이니?

-이 신발같은....ㅇㅇ 톤다운된 핑크색이야.

-늦어도 이틀 후에 보내줄게. 너 어디에 있을거니?

-나 그땐 파리에 있어.

-ㅇㅇ 그럼 여기에 호텔주소 적어

-이땐 도착하는거 확실하니? 나 이 다음날 바르셀로나로 가. 그리고 이 날은 호텔을 옮기기 때문에 체크아웃해야돼.

-ㅇㅇ 늦어도 오후 1시까지는 호텔로 도착할거야. 그래도 호텔측엔 미리 말을 해두는 게 좋을거야. 니 짐이 도착할 거니까 너 없을때 도착하면 맡아달라고.

-아.. 진짜... 어휴...알겠어.

-이거(사건발생신고서)받고, 이건 handling agent 전화번호야.  이 업체가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리로 보내게 될거야. 그리고 이건 내 이름이야.

-ㅇㅋ

 

이때만 해도 그냥 우려하던 일이 생겼네 정도였다. 내 옆에 어떤 아저씨는 배낭이 안왔다고 했다. 그 비행기를 탄 사람 중 3명이 안왔다고 한다. 거지같은 남방항공. 대략 비행기 한 편에 2~3명이 이런 일이 발생하는 듯. 싼값으로 유럽 여행을 망치고 싶다면 남방항공 추천.

 

 

다른 비행기로 오는 E와는 프랑크푸르트공항 PP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터미널 2에서 내린 나는 공항셔틀트레인을 타고 터미널1로 이동해야 한다. 셔틀 트레인 타는 곳은 그냥 에스컬레이터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왼손 팔목엔 무거운 면세품 쇼핑백이 들려있고, 오른쪽 어깨에는 크로스백 짊어진 상태로 막 찍어서 사진이 수평도 안맞는다.

 

 

터미널 1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라운지를 찾아냈다. 이름은 Luxx 라운지인데 오늘 또 다른 비행스케줄이 없으면 3시간만 이용가능한데 너 지금부터 이용할거니? 라고 하길래 그럼 이따올게- 라고 함.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 라운지가 매우 특이한 경우. 보통 라운지들은 탑승동에서 이용할 수 있는게 대부분. 여기는 시큐리티 체크를 받기전에 이용가능하다. 어쨌든 E가 12시30분 도착 예정이라 그 시각은 맞춰 대략 10쯤 다시 오는걸로. 자 이제 대략 3시간이 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로 나가자니 들고 있는 면세품이 너무 무겁다.

 

 

잘 안보이지만 의자에 참새가 앉아있다. 어딘가에 문이 열려있는지 참새들이 공항에 막 날아다닌다. 비둘기였으면 도망갔겠지만 참새니까 앉아 일단 좀 쉬고, 와이파이를 잡아 한국의 사람들에게 도착소식을 알리고, 이거저거 검색도 해보고, 일단 캐리어가 없으니 그 안에 있는 티켓들을 해결해야 한다. 다시 한번 빡치네 중국남방항공. 당장 오늘 타야 하는 것이 루프트한자 셔틀버스와 DB bahn 티켓이다. 이메일에 접속해 예약내역을 확인하고 캡쳐한다. 혹시나 이런 일이 생길때를 대비해 호텔예약과 교통티켓을 E에게 한장씩 더 뽑아주긴 했는데 워낙 초반 일정이라 이걸 뽑아줬는지 어쩐지 기억이 안난다. E에게 확인해보고 없으면 라운지에서 뽑아달라고 해야지.

 

 

면세품이 무거워 이걸 이용해볼까 했으나 아무리 빼도 안빠진다. 한참 생쇼를 하고 보니 유료 이용. 50센트인가 그랬던 듯. 당연히 공짜로 이용하던 것들이 공짜가 아님을 처음 인식하게 되는 순간. 굳이 쓰려고 해도 아직 동전이 없다.

 

 

어 그런데 금호타이어네.

 

 

기다리다 이제 할 일도 없어서 공항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사실 이때까지 고민한 건 캐리어를 살까말까였다. 이미 무거워서 다른 기념품이나 선물 같은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틀 후에 캐리어가 온다지만 면세품도 너무 무겁고, 어깨에 맨 가방에도 짐이 만땅이라 이렇게는 도저히 못 다닐것 같다. 이 가방은 어디까지나 소지품을 간단히 챙겨 나다닐때 사용하려고 들고 온 건데 이렇게 되면 가방채로 호텔에 놓고 빈손으로 다니거나 모두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둘 다 끔찍하다. 일단 호텔에 가기 전인 오늘이 문제다.

 

선택1.

-사고 싶던 리모와 캐리어를 산다.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돌아볼 계획이 아니므로 공항은 리모와 캐리어를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장점. 이 기회에 사고 싶은 걸 산다. 위기는 기회.

-단점. 비싸다. 택스리펀 받아도 비싸다.

-단점. 내 캐리어를 받게 되면 캐리어가 두 개가 된다. 하나는 버려야 한다.

-한국에서 갖고 온 캐리어는 매우 멀쩡하다. 내 물건 대부분이 그렇듯이 새 것이나 다름없다. 버리긴 아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 캐리어는 TSA lock이 없다. 언젠가 버려야 한다면 그 캐리어를 버리는 것이 맞다.

 

선택2.

-아메리칸 투어리스터나 그 하위로 아무거나 소프트 캐리어를 산다.

-장점. 리모와 캐리어보다 당연히 싸다. 확장형일 경우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다.

-단점. 구 캐리어를 받아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새로 산 걸 버려야 한다. 구 캐리어는 하드케이스다.

-단점. 쌩돈이 나간다. 중국남방항공에서 보상해준다해도 아깝기는 마찬가지다.

 

공항을 세바퀴쯤 돌았다. 리모와 루프트한자 판매점을 갔고, 이런저런 편집샵에서 루프트한자 마크가 없는 리모와도 보았고, 샘소나이트에 가서 샘소나이트와 아메리칸투어리스터도 보았고, 투미도 갔고, 그외의 캐리어를 파는 곳이라면 모두 들러보았다. 들어보고 열어보고 들었다놨다 온갖 비교를 해보았는데 아무리 싼 캐리어라도 택스리펀 이전 가격이라면 유로 환율 1300원 기준으로 18만원 이상은 줘야한다. 그리고 며칠 쓰고 버린다고? 아... 그건 도저히 못하겠다. 그렇다고 하드케이스로 사자니 내 캐리어보다 못생긴 걸 훨씬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한다. 리모와가 사치다 싶어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소프트 캐리어로 마음을 굳혀 계산 직전까지 갔는데 그 순간 바퀴가 눈에 딱 들어왔다. 헐 내 구 캐리어보다 못한 바퀴를 보았네. 아... 이런 걸 쌩돈을 주고 사야하나. 이왕 사는거 왜 하위기종을 사야하나 에라이 리모와로 결정.

 

 

 

그렇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돈을 씁니다. -_- 리모와 루프트한자 컬렉션. 사이즈는 잘 모르겠는데 25인치 정도 되는거 같으니 63일듯. 다시 한번 열받네 미친남방항공아. PP라운지로 와서 면세품을 다 쑤셔넣고 가방에 있던 것 중 당장 쓰지 않을 것들과 전자제품등을 캐리어에 집어넣고 나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무거운 걸 내내 들고 다니느라 손과 팔과 어깨가 너무 아팠다. 다음날 알게 되지만 손바닥에는 물집도 살짝 잡혔다. 그리고 나는 너무 피곤했고 씻고 싶었다.

 

라운지에서 샤워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자 5유로를 내면 샤워실을 사용할 수 있단다. 당연히 무료혜택일거라 생각하고 물어봤던거라 5유로면 좀 비싸잖아? 싶어 잠시 고민했지만 도저히 이러고는 못 살겠다. 나는 샤워를 하기로 하고 키를 받았다. 갈아입을 옷이 있었다면 갈아입었겠지만 나는 캐리어가 없다. -_- 그래도 샤워를 한 것만으로도 좀 살 것 같다. 화장품이 있었다면 화장도 했겠지만 나는 캐리어가 없다. -_- 그래도 얼굴을 씻은 것만으로도 역시 살 것 같다. 수분크림도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막판에 나오면서 쑤셔넣은 샘플 몇 개 뿐. 샘플 하나를 얼굴에 바르니 건조했던 피부가 단숨에 흡수한다. 아... 살 것 같다. 그리고 이 날은 당당하게 쌩얼로 다니게 된다 ㅋ

 

 

이제 여유가 좀 생겨 라운지를 둘러보고, 오렌지주스도 가져다 마시고 빵도 두어개 먹었다. 내부에 이것보다 조금 더 큰 공간이 있지만 거기까지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와이파이를 잡아 계속 앞으로의 일정 검색. 이 모든 것을 한국에서 하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전날 자정까지 달달 볶이다 왔기 때문에 우리는 전날 아홉시에 호텔과 교통편을 한 건씩 더 해결한 것만으로도 스스로 장하다 생각하던 때였다. 일단 당장 오늘것부터. 셔틀타는 위치를 다시 검색해서 확인하고, 이따 기차 탈 위치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먹고 쉬고 충전도 하고, 확인도 다 했을 무렵 E가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다. 이제 셔틀 시간이 촉박하다. ㅋㅋㅋ 하지만 빨리 오라고 재촉할 수는 없으므로 마음은 쫄깃하지만 최대한 티를 안내고 위치를 알려준다 ㅋㅋㅋㅋ 그리고 E가 도착하고 티켓을 확인해보자 역시나. 루프트 한자 셔틀 티켓이 없다.

 

라운지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내가 컴퓨터와 프린터를 쓸 수 있냐라고 하자 저쪽에 고객용 컴퓨터가 있으며 내 이메일로 보내면 뽑아주겠다하지만 고객용 컴퓨터는 먹통이고 나는 더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럴땐 모바일이 빠르겠다 싶어 안 되는 건 빨리 포기하고 내 휴대폰 화면을 띄워 보여주자 직원이 이 pdf 파일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한다. 급할 땐 늘 그렇듯이 이메일은 갑자기 말을 안듣고 파일첨부가 잘 안 된다. 이제 진짜 셔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티켓 뽑는데 성공. 고맙다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셔틀 타는 위치로 달려간다.

 

나는 앞으로도 여행 내내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감사하게 된다. 빠른 판단력. 그리고 좋은 시력. 지금 생각해도 데스크탑 컴퓨터를 오래 붙잡지 않고 빨리 모바일로 바꾸고 직원에게 도움을 구한 건 잘한 일이었다. 내가 조금 더 망설이는 성격이었다면, 조금 더 남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묻기를 껄끄러워하는 성격이었다면, 나는 아슬아슬한 순간들에 부딪쳤을 때마다 매우 많은 걸 놓치게 됐을 것이다.

 

물론 거지같은 남방항공이 내 캐리어만 줬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만. E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짧게 잡아도 6시간이 비는거라 캐리어만 제때 받았으면 나는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한바퀴 돌고 오려 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럽여행을 적은 노력으로 망치고 싶다면 중국남방항공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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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30 인천공항 출발

 

이 날의 일정

인천(환전 찾기, 면세품 찾기)→광저우 경유→프랑크푸르트

 

전날 자정까지 -_- 시달리다가 드디어 출발일. 짐은 이틀전부터 슬금슬금 싸기 시작했지만 워낙 시달리다 출발이라 사실 정신도 없다. 몇 번을 점검해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캐리어는 닫아버리고. 찾아야 할 면세품이 워낙 많아 일찍 출발했다. 4시 비행기지만 여유있게 12시 30분 리무진 타고 출발. 대략 한시간 걸리니까 공항엔 1시 30분 도착예정. 일정은 오후 4시에 출발해 21시간 10분을 날아 현지 시각으로 다음날 새벽 프랑크푸르트 도착.

 

 

캐리어 하나와 숄더백 하나, 그리고 기내에서 신을 슬리퍼를 따로 챙겼다. 배터리, 충전기등의 전자제품은 검색에서 걸릴까봐 모두 숄더백에 집어넣었다. 목록을 정리하고 짐을 챙기면서 줄이고줄이고 줄였는데도 짐이 많다. 정말 이번 여행짐 꾸리기의 모토는 짐 줄이기였는데도 소용이 없다. 옷은 가벼운 코트 하나를 캐리어에 넣었고 두툼한 코트를 입었다. 원래는 패딩을 입고갈 생각이었는데 얼마전 짧은 여행에서 패딩을 입고 돌아다녀보니 온 몸이 지치는 느낌이라 패딩은 패스. 역시 워커 하나를 캐리어에 넣고 레깅스에 운동화로 기내에서 버티기 쉬운 옷차림 장착. 그리고 나는 이 날 나의 선택을 엄청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고마워하게 된다. --_--

 

먼저 어플을 통해 환전한 유로부터 찾고. 환율이 최저치를 찍을때 바꿨어야 했는데 ㅋ 어느새 슬금슬금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정신이 없어 출발 전날 겨우 환전신청해두었다. 환전은 몇 유로 했더라... 500유로 했던가. 50유로 두 장과, 20유로 16장, 10유로 8장 받은거 같다. 50유로 너무 커요. 20유로권+10유로권이 적당.

 

그동안 오빠와 친구들의 면세찬스를 이용하다가 오랜만의 내 면세이다 보니 신나서 질렀다. 열심히 적립금 쌓고 가격비교해서 알뜰살뜰하게;;; 지른 물건들을 찾기 위해 롯데, 신라, 동화, 신세계 네 군데 수령처를 탐방하듯이 갔는데 롯데면세점은 그중에서 특히 중국인관광객들이 많다. 그들은 모두들 바닥에 철푸덕 앉아 면세품을 신나게 뜯고 있는데 이게 뭔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광경이다. 롯데면세점 번호표를 뽑고 나머지 세 군데를 돌고 왔는데도 기다려야 했다. 시간 촉박하게 왔으면 심장 쫄렸을 듯. 정말 욕 나오게 질러서 -_- 뽁뽁이랑 비닐등을 뜯고 버리면서 가는데도 면세쇼핑백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가야했다. 조금이라도 부피를 줄이기 위해 액체류라 밀봉포장 뜯지 말아야 기내반입 가능한 품목을 빼고는 모든 포장지와 상자를 정리했다.

 

파우치 박스가 단단하고 예뻐서 챙겨놓으면 쓸모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버림. 원래의 나는 물건을 사면 거의 구입당시의 상태로 보관하는 편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짐이다. 귀걸이 박스들도 보증서만 챙기고 모두 버림. 시계보관 캔도 버림. 액체류가 아닌 화장품도 박스는 버리고 한곳에 모으고, 짐을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쇼핑백 하나로 만들었지만 부피만 줄었을 뿐 당연히 무겁다 ㅠㅠ 이걸 도착때까지 들고 다닐 생각을 하니 깝깝하다. 대체 왜 그렇게 사댔을까. 왜 그랬긴 ㅋ 지금 생각하면 다 잘 샀지만 이때는 정말 욕 나왔다.

 

 

 

밤을 날고 날아 간다. 비행기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달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에서 보고, 눈앞에 펼쳐진 별을 본다. 밤 비행기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멀리 날아가는 것도 처음. 밤을 거꾸로 날아가는 것도 처음. 여행은 오랜만. 게다가 나는 혼자. 온갖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온다. 구름 밑에 깔려있는 땅의 불빛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이 많은게 얼마만인가를 생각한다. 할 일이라고는 그저 생각뿐이다.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는 광저우 경유였는데 진짜 귀찮게 한다. 24시간 비자도 받아야 했고, 경유라인도 복잡해서 직원이 사람들 모아서 데리고 갔고, 창사라는 곳에서 트랜짓도 있어서 내렸다 다시 타는등 정말 귀찮게 했다. 연착에다가 안내도 부실하고 모든 면에서 구린 항공사였다. 한 가지 다행은 경유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외국인이 뒷자리 멀리 가버려서 2인석을 혼자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 불이 켜졌을 땐 일기도 쓰다가 불이 꺼지면 음악도 듣다가 잠도 자다가 해도 시간이 가지 않는다. 종아리가 붓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온통 밤이다. 모두들 잠을 자기 때문에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을 생각도 안했다. 별도 지겹고 달도 지겹다. 얼른 도착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얼른 도착해서 씻고 싶다. 물론 그럴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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