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냐, 얼렁뚱땅 웃기는 니들은



아, 이런 구석구석 사랑스러운 드라마!!
근데 왜 인기가 없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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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의심을 낳고, 의심이 미움을 불렀다.


조선 CSI, 별순검.

형사, 화학자, 검시관, 약사였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왕권 중심의, 권력자의 역사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보통사람들의 생활로 파고든 역사이기도 하고. 이렇게 괜찮은 장르드라마를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봐야 한다는 건 조금 안타깝지만.

우리 역사에서 조선은 아픔없이는 떠올리기 힘든 시대다. 홍익인간이념 하나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뿌듯한 고조선, 빛나는 문화유산, 각각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삼국시대. 그래도 꿀리지는 않았던 고려에 비해 중국에 치여, 일본에 얻어터져. 안으로는 당쟁을 지나 신분제의 동요에, 밀려드는 열강에 대해서는 쇄국에. 시간을 돌리는 힘이 있다면 현재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출산장려정책+십만양병설로라도 어떻게 좀 해보고 싶은 그런 시대. 그 시대다.

작가들이 조선을 다룬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샅샅이 뒤지며 열심히 만든 드라마라더니 과연, 그때의 습속같은 것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장터에서 우의를 다지기 위해 옷을 바꿔입었다는 건 꼭 축구선수들이 경기 끝난 후 유니폼 바꿔입는 것 같고. :)

이 드라마 떴으면 좋겠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드라마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시대를 조금은 다양한 마음으로 친근하게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궁금하기도 하고 아쉬운 것이 그 시대, 계급이 위태롭기도 하고 온건하기도 한 복잡함 같은 게 팀원들 안에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느낌상 배복근은 상놈이나 평민이었을 것 같고, 김강우는 몰락한 양반집 자제였을 것 같은데... 이런 관계에서 드러나는 갈등이나 긴장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혜령 작가: 맞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아도 터치를 잘 못하고 넘어간 부분도 있어서. 배복근은 포도청 포졸 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김강우는 중인 집안의 막내아들이란 게 우리 설정이다. 강승조는 대대로 무관을 낸 집안의 아들이고 여진은 역적의 딸이고. 관비는 대체로 역적의 딸 아니면 살인자의 딸이더라. (웃음)

정윤정 작가: 우리도 그게 딜레마인데, 그런 게 있으면 네 명의 작은 드라마가 되는데 수사에 집중하다보니까 그걸 못 살렸다. 수사에 집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선택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녹여내기가 힘들다. 아무리 시대가 그래도 계급이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사실 별순검이라는 저 조직 자체가 판타지다. 세상에 저런 관계의 조직이 어디 있어. (웃음)
-매거진 T 기사중에서.

별순검 101,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매거진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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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안 된 생각



사람들은 혼자 죽는다는 게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종교를 만들어내고 내세를 믿고 환생을 기대한다.
아니 그보다는 죽음 이후에 아무 것도 없을 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더 두려운 걸지도.

나? 나야 소속종교 없고,
내세도 환생도, 있다면 그게 진짜 이상한거지 싶은,
죽으면 그걸로 끝- 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는데........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나이들면 왜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종교를 가지는지 자꾸자꾸 이해가 갈라 그러는게....참..
그게 딱히 믿어서 믿는 게 아닌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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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



주말의 happening같은 통화에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이란 대사가 떠올랐다.
주위의 부추김이 없으니 열광하던 취미에는 흥미가 떨어지더라..는 말에는 까칠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설렘이 묻어나는 얘기에는 응원하고 싶어서 떠올린 대사였는데.
막상 풀버전으로 찾아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일정한 슬픔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 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어이구 맙소사.
숨이 턱 막혀오는 걸 느꼈다.

어른이래봤자 몇살이나 됐다고, 아직 살아갈 인생이 얼마나 많은데
자기 인생에 대한 희망과 기대 따위 꿈꿀 수 없어 연애가 장래희망이 된다는거야.
그러니까 사람이 좋아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연애를 하고 싶어 사람을 좋아하고,
또 다음 사람으로 타고 넘어가겠지.
일상의 공허를 채우려 물건을 질러대고, 그 물건을 기다리며 두근대고,
물건과 아주 짧은 시간동안 사랑에 빠지고. 또 다음 물건으로 타고 넘어가고.

아니.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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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비행기에 탄 32살 여자가 살아남아 벼락맞을 확률





서른 두 살은. 청춘이다! 라고 감미롭게 외치던 최미자.
남자 복 없이 한 세대를 보내고서야 로또보다 어려운 남자복이 터진다.
괜찮은 남자 김변호사와 더 괜찮은 연하의 남자 지PD.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한부 환자들조차 이 드라마가 삶의 활력소였는데
드라마가 끝나자 무슨 낙으로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을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에 설득력 있는 전개, 코미디와 진지함의 이상적인 배합.
매력적인 캐릭터.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
이런 드라마가 또 나올까 싶을 만큼 괜찮은 드라마였다.

제목인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예지원의 최미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올드미스 세 명-예지원,오윤아,김지영의 이야기와
나이 든 올드미스 세 명-김영옥,한영숙,김혜옥의 이야기가 평행하게 진행되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곧잘 소외시키는 노인들의 인생도 긍정적으로 아우르고,
한 집안에서 있을 법한 대소사까지 엮어 가면서도
주인공인 최미자의 연애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전화 안 받기로 악명 높은 I와 보려 했던 영화인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전화를 안 받아 그 사이에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잡혔다.
워낙 좋아했던 드라마라 영화도 기대하고 갔으나,
역시. 200회가 넘는 드라마를 2시간이 안 되는 러닝타임 속에 꾸겨 넣으니
스토리는 비약과 생략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다.
나야 이 드라마를 다 봤고 그 에피소드들을 다 기억하니까.
최미자&지PD에 대한 애정으로 넘어간다 치자.
드라마 안 보고 영화 본 사람도 과연 재미있을까?

영화화 되는 동안 둘째 할머니인 한영숙씨는 의료 사고로 숨져 오승현씨가 대신 그 역을 맡았고,
오윤아,김지영,김정민,장동직은 거의 까메오 수준의 출연 분량이다.
악역은 거의 없었던 드라마와는 달리
조연우가 미친 human. 저런 재수없는 baby 등등의 욕이 퍽퍽 튀어 나오게 만드는.
개나리,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까먹을 십장생 박PD로 나온다.
재미없단 소리다.
맛깔스러웠던 성우들의 분량도 축소됐고.

그렇지만 내 옆에서 본 P가 휴지없냐고 물으며
대충 턱 언저리를 훔치는 모션이 시야각에 어렴풋이 잡힌 걸로 봐서
단지 내가 까칠한걸지도 몰라.
AC. 당분간 영화 보지 말아야겠다.
피튀기는 범죄 수사물이나 더 파야지 --_--

연말이라 다들 촉촉하고 외로운 감성이 물밀 듯 밀려들 오나 본데
나는 어쩌면 이렇게 dry하신지.

크고 뾰족하고 무거운 눈을 펑펑 내려주세요. 커플들 다 맞아뒈지게- 같은 리플보고
깔깔깔 뒤로 넘어가며 웃고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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