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안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180428 첫날 2018.06.24
  2. 료안지(龍安寺) 1 2008.08.20

180428 첫날

첫날은 난젠지-철학의 길-은각사-금각사-료안지-니넨자카-키요미즈데라-기온거리로 이어지는 놀라운 일정 ㅋㅋㅋㅋ 교토의 손꼽히는 명소를 그냥 첫날에 클리어. 



K는 아침에는 라떼 한 잔이면 된다고 교토 3대 커피(이노다커피, 아라비카 커피, 마에다 커피)를 정복할 생각에 두근두근. 결론만 말하자면 2개만 클리어 ㅋ 나는 원래 아침을 거의 안 먹고. T는 아침을 안먹어?? 시무룩- 난 안돼. 꼭 먹을거야. ㅋㅋㅋㅋ 라고 하여 샌드위치를 사서 교토역 앞 스벅으로. 그리고 난 교토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아침을 먹게 된다. 왜냐하면 T가 세븐일레븐의 다마고샌드를 사왔기 때문이다. 엉엉 너무 맛있어. 다음에 또 교토가면 세븐일레븐 다마고샌드만 다섯번 먹을꺼다 ㅠㅠ


뭐했다고 벌써 엄지손톱의 매니큐어가 까졌다. ㅋ 평소 같으면 3박 4일 정도는 거뜬하게 버텼을텐데. 여행하는동안 훌렁훌렁 까졌다. 


첫 날이라 셋이서 교토버스 1일권을 들고 기념사진. 일정은 다 짜놨지만 그래도 동선과 버스 노선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교토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난젠지부터 출발.



10년 전 왔던 난젠지의 호조정원이 나는 무척 좋았으나, 이후 동선을 생각해 난젠지의 산몬과 수로각만 보는 것으로 마치고 철학의 길로 출발했다. 




T와 K에게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봤을때 둘 다 철학의 길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좋았다. 딱 좋은 날씨, 일찍 가긴 했지만 엄청 일찍도 아닌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호젓하게 실컷 사진도 찍었다. 몇 걸음 지날때마다, 중간 중간 다리가 나올때마다 모든 곳이 포토스팟이어서 여기 서봐, 저기 앉아봐. 하며 엄청 찍었다. 인생사진도 하나 건진듯. K는 철학의 길 중간에 있는 Paper Craft 샵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여러 개 사서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원없이 인물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막상 블로그에 쓰려니 올릴 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



은각사. 10년전엔 공사중이어서 못 봤던 은각을 봤다. 

왜 때문인지 예전보다 훨씬 좁게 느껴졌다. 사람이 많아서? 그 때도 사람은 많았을텐데. 



나는 잘 짜여진 것을 좋아하고, 인간의 손길이 닿건 자연의 산물이건 잘 다듬어진 것을 좋아하는데 교토여행 한 달 전에 엄빠모시고 창덕궁 후원에 다녀온 터라 과연 일본 정원은 인공적이고 한국 정원은 자연적인가? 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일본이나 한국이나 좋은 것은 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경지에 이른 것들이다. 그러니 나는 일본식 정원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구나...하고 생각하는데 T가 옆에서 말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거 많았을텐데. 나쁜 놈들- 오호. 명쾌해라. 



마치 벚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전부 돈이다. 


은각사에서 나와 녹차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금각사로 이동.

금각사 들어가기 전에 점심부터.



금각사 앞에 있는 우동집. 나는 붓카케 우동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셋 다 다른 걸 시켜먹었는데 나는 혹시나 내 인후염이 옮을까봐 먹으라고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함.



금각사도 기억보다 엄청 작은 느낌. 왜 때문이지. 뭔가 복작복작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사진엔 안나오지만 이 주변에 온통 사진찍으려는 사람으로 빽빽하다. 예전엔 넓은 연못을 지나 한참 가면 두둥- 하고 금각이 나왔던 느낌인데 이번엔 턱! 하고 금각 먼저 보고 연못을 둘러봐서 그런가. 덕분에 감흥은 1/10로 뚝 떨어지고, 나는 은각사보다 금각사가 좋았었는데 이젠 그렇게 말 못하겠다. 



금각사 티켓과 금각의 머리부분을 함께 찍어보았다. 



료안지에 가서도 비슷한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반대로 티켓에 맞았다.



료안지도 처음왔을때만은 못한 느낌.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정말로 시간과 정신의 방;;; 에 들어온 느낌이었는데. 여전히 좋긴 좋았으나 내가 10년동안 늙은거지. 이제 나는 이렇게 고요한 세계가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간절하지 않은거다. T는 내가 여길 워낙 좋아한다니까 좋아해보려고 애썼으나 잘 모르겠다고 했다 ㅋㅋㅋㅋ


료안지에서 버스를 타고 이제 키요미즈데라로. 버스에서 만난 장년의 한국인 부부가 어디 보고 오는 길이냐, 우리는 아침에 키요미즈데라 들렀고 이제 금각사로 간다고 하길래, 여기까지 오신 김에 료안지도 가시죠- 라고 영업을 했다 ㅋㅋㅋ 그럴까? 하더니 후다닥 내림. 우리는 슬렁슬렁 니넨자카로 올라갔다. 사실 니넨자카로 간 건지 산넨자카로 간 건지 잘 모르겠다. 원래 계획은 니넨자카로 올라가서 산넨자카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올라간 길로 내려왔다. ㅋ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일단 눈으로 찍어두고 내려오는 길에 사기로 하고 키요미즈데라 도착.



사실 나는 안 들어갔다. 본당이 수리중인데 그렇다면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가을에 또 올텐데 뭘. 둘만 들어갔다 오라고 하고 난 의자에 앉아서 흐트러진 몸과 소지품을 가다듬고, 사진정리도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T와 K는 오토와노타키에서 학문과 건강을 마셨단다. 10년 전에 내가 마신 건 사랑이었던 것으로. 그때 나는 학문을 마시고 싶었고, 지금의 나는 건강을 마시고 싶은데. ㅋ 사랑따위 ㅋ


그리고 기온거리로,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기온맛집이라는 탄토. 한국인 많았고, 한국어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오코노미야끼하고 뭘 또 시켰는데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난 오코노미야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ㅋㅋ

하지만 일본에 왔다면 스시,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라멘, 돈카츠, 우동은 한 번씩 클리어해야하지 않겠는가? 의 자세로 먹었음 ㅋ 기온의 이름난 맛집에서 먹었음에도 내 입맛에 아닌걸 보면 오코노미야끼는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님. 


그리고 기온부터 숙소까지 걷기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왜? 이렇게 첫 날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K는 먼저 씻고 뻗었다. 나랑 T는 다시 나온다. 돈키호테를 털러 ㅋㅋㅋㅋ 이 날 거의 3만보 가까이 찍었던 듯. T가 가는 길에 택시탈까? 라고 해서 내가 얼척없다고 엄청 뭐라 함 ㅋㅋㅋㅋ 그럴거면 돈키호테를 왜 가냐고 ㅋㅋㅋㅋ








,

료안지(龍安寺)


료안지는 가기 전부터 실망이란 말을 워낙 많이 들었다.
가면 딱 한 마디만 떠오른단다.
"어쩌라고. --_--"

자갈밭에 돌 몇개 얹어놓고 뭥미- 어쩌라는 건데 -_-+

나도 어느 정도는 그런 느낌을 받을 각오를 했다.
그래도 보고 뭥미가 안보고 로망보다 낫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들어가자 마자 이런 연못이 넓게 펼쳐져있다. 아... 좋다.
여태까지 봤던 연못중에 난 료안지 연못이 가장 좋았다.
석정이 뭥미여도 이거 하난 건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석정으로 들어가기 전 석정을 축소해 놓은 모형.
아 이대로라면 정말 뭥미겠는걸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그렇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실물은 좋다.

난 딱 이 자리, 이 장면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기둥에 기대 한참 바라볼 수 있었다.
저 벽은 일종의 오일이 배어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저런 무늬가 생긴 것이라고.

담장 너머로 넘어온 저 나무가 바람에 따라 아주 조금씩 살랑거려 이것이 현실이고 시간이 간다는 걸 알려줄 뿐,
주변엔 모두 낯선 사람들 뿐이고, 뭔가 다른 곳으로 넘어와버린 듯 굉장히 이질적이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2-3-2-3으로 배치되어 있는 15개의 돌은 어느 위치에서도 한 번에 볼 수 없다.
이것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라는 가르침이라고도 하고,
마치 어미 호랑이가 새끼를 물고 건너는 듯한 형상이라고 해서.
이 호조정원을 새끼 호랑이가 물을 건너는 정원虎の子渡しの庭이라고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근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15개의 돌을 찾으려고도, 한눈에 다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가진 건 정신을 볕에 널어 말리는 시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언니랑 영윤이를 찾아야겠다 싶어 일어났더니 이쪽에 있었다.
언니는 료안지가 들을까봐 뒷다마라도 하듯 소근소근;
 "솔직히 나 여기 좋은거 잘 모르겠어. 어쩌라고-하는 생각이 들어 -_-",  이 솔직한 사람.
어쩌라고 한명 추가요~

나도 뭐가 어떻게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나는 좋았지만)
하지만 가레산스이 정원은 그것만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경내에 연못으로 된 정원이건, 보통의 나무와 이끼와 돌로 된 정원이건, 함께 갖춰져야 하는 것 같다고 생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


료안지의 경우에는 연못이고.
이 연못을 교요치(鏡容池)라고 하는데, 들어갈 때 보았던 연못을 順路를 따르다 보면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이름처럼, 호수에 얼굴을 비춰보면 들어갈 때와 나올때의 표정이 다르다고.
료안지를 본 후에는 사람의 표정이 더 풍요로워진다고 한다.

나는 내 얼굴을 비춰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은 기억한다.
가슴께에서 일렁일렁거리던 것들이 배꼽근처로 묵직하게 내려앉은, 고요한 느낌.
이 곳의 석정은 다른 곳에서 마주쳤던 여러 가레산스이 정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쑴씨와 내가 동의했던 것은
이름난 곳을 발도장만 찍는 여행은 하지 말자는 거였다.
좀 여유를 갖고 즐기고, 찬찬히 보고 느끼고 그러자.

정해진 날짜에 비해 많은 곳을 다녔지만 별로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진 않았다.
단, 그러다보니 희생되는 것은 일정 후의 시간과 점심 식사.
밤에 얘기라도 하다가 자면 다음 날 피곤해서 머리가 멍-하니 그냥 자고,
점심식사는 전날이나 당일 아침 준비해 간 빵과 생수로 떼웠는데.
이 날의 점심은 지하철 역 베이커리에서 산 메론빵.
왼쪽(영윤이 손)은 메론모양(어디가?-_-) 빵, 오른쪽(쑴씨 손)은 메론맛-_-빵.

근데 언니는 무슨 빵이었길래 사진이 없지??



,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