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에 해당되는 글 7건

  1. The Big Bang Theory 2009.01.11
  2. Monk, The Paranoid 2008.02.04
  3. Workaholic 2007.10.11
  4. The West Wing 2007.10.09
  5. Masters of Horror 2007.08.19
  6. The Practice 2007.07.01
  7. 드라마 vs 현실 2007.02.19

The Big Bang Theory


아. 미치겠다.
추천받아 보고 있는데 사우스파크 이후로 이렇게 딱 내 취향인 영상물은 처음이다. 
이 격하게 사랑스러운 jerks, nerds and geeks.


샤워커튼 좀 보게. 깔깔깔-
나도 나중에 저런거 하나 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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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 The Paranoid



평소엔 허, 위기상황에서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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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holic

2007/10/09 - [screen/dramaholic] - The West Wing

웨스트 윙의 두 번째 좋아하는 에피소드. 4x02 20 Hours in America-Part 2

이 에피소드는 대통령인 제드 바틀렛(마틴 쉰)의 재선을 위한 연설을 따라간 비서실 부국장 조쉬 라이먼, 조쉬의 비서 다나, 공보국 부국장인 토비 지글러가 어쩌다가 차량행렬을 놓치고 헤매는 20시간 동안의 이야기이다.

일행들의 차도 놓치고, 기껏 쫓아갔더니 섬머타임을 실행하는 주와 하지 않는 주 사이의 시간 차로 비행기를 놓치고, 겨우 갈아탄 기차는 반대방향으로 가는 등 온종일 헤매고 다닌다. 그렇게 헤매다가 막간을 이용해 승부욕이 강한 조쉬와 토비는 내기를 하게 되고, 지는 사람은 당일 하루동안 앞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통성명할때마다
계속 백악관에서 근무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게 조건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절대 아니므로 이건 무지하게 쪽팔리는 벌칙이다.


토비(수염난 유태인 아저씨)가 지고, 이들의 뻘짓에 도움을 준 남학생 타일러가 기차에 올라타는 이들에게 Mr. 라이먼- Mr. 지글러- 라고 부르자 조쉬가 "call me, 조쉬-" 라고 얘기한 후 토비에게 내기를 이행하라고 눈치를 주는 장면.

토비: 난 토비야..... -_- ...백악관에서 근무하지.
타일러: 아,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백악관에서 근무하시는 걸 직접 말씀하시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내게 하는 게 훨씬 멋져보일거예요.
조쉬: (룰룰루~ 도망-♪)
토비: --_-- (말없이 기차에 올라탄다)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절대 구구절절 변명하지 않는다. 나도 알아. 근데 내가 이 사람이랑 내기를 했고 그래서 블라블라~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어찌나 쿨하신지들.



하지만 이 에피소드의 진짜 이야기는 뒷부분에 있다.

이들은 헤매다 헤매다 비를 만나고 몸을 말리기 위해 근처 호텔에 들러 방을 잡는다. 들어오자마자 호텔로비의 뉴스에서 수영장의 폭탄사고 소식을 보게 된다. 게다가 이 날은 주가가 엄청나게 폭락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뉴스는 아니지만 정책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특히나 재선을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이 뉴스들의 무게가 다르다. 착잡한 마음으로 바의 테이블에 앉아서 계속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다나가 참다 못해 말하기를, 오늘 우리는 헤매는 동안 8가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낯선 사람 6명의 도움을 받고 12명의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도 당신들은 내내 오로지 바틀렛 vs 리치 밖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당신들을 대신해 (수영장 폭탄으로)희생된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조의문을 쓰고 있으니 자리 좀 비켜달라는 구박을 하고 두 남자는 바(진짜 bar자리)로 뻘쭘하게 옮겨앉는다.


바에서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토비에게 말을 걸어온다. 딸아이는 지금 윗층에 있고,  진학할 노틀담 대학을 구경하러 왔다고 한다. 아이가 있느냐며 토비에게 묻고는, 첫째 아이가 대학에 갈 때쯤 되면 정말 대단한 기분이 든다며, 노틀담 대학은 캠퍼스가 정말 멋지고 딸아이는 아마 오늘 잠도 못잘 거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는 (오늘 주가도 떨어져) 넣어 둔 뮤추얼 펀드도 걱정이 되고, 아들이 공립학교에 다니는데 공립은 한 반에 37명이나(-_-)  되고, 학생 대비 선생님도 부족하고, 미술과 음악 수업도 없고 대학선취점도 없으며 자기는 연봉 55천을 받고 부인도 25천을 버는데도 어렵다는 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자기가 어느 날 현관에서 미끄러져 쓰러지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다.

자식을 대학까지 보내는 건 남자의 자랑이고 남자의 업적이지만 조금만 더 쉬워졌으면 좋겠다. 아주 조금만요. 그런 차이로 모든 게 바뀌잖아요. 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문득 통성명도 안했네요. 맷 켈리입니다- 하고 자기 이름을 말하자 토비가 "토비 지글러입니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쉬와 눈이 마주친다. (백악관에서 일한다는 걸 말해? 말아? 하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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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가 손을 저으며 NO-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토비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죠.
잠깐 얘기할 시간이 있으신가요?
저희가 맥주를 대접하고 싶네요.



이들은 하루를 온종일 헤매고도 집에 가서 쉬지 않고 다시 웨스트윙으로 돌아간다. 다나는 정말 둘 다 징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같이 간다.  -_) 가는 길에 토비가 조쉬에게 말한다.

토비: 이 일을 하면서 배운게 있다면 다음 대통령이 어떤 문제와 맞닥뜨리게 될 지 모른다는 점이야.
비전과 용기를 가진 사람, 숭고한 정신을 지닌 사람, 국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일들을 대면하고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룩할 수 있을거야. 누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한지를 국민들에게 말해주고 누가 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주기 보다는 그걸 자명하게 만들자는 말이야. 물론 힘이 들 거야.

조쉬: 그럼 힘든 일을 해보자구요.


다음 에피소드에서 토비와 조쉬는 교육비 전액을 아무 조건없이 100%, 니켈 동전 하나까지 세금공제해야 한다는 데에 합의하고 그걸 추진하기로 한다. 그리고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토비가 전날 바에서 만난 남자 맷 켈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다.

어제 만났던 토비예요. 네. 잘 도착했어요 고마워요.
우리가 하려는 걸 설명 드릴께요.


군림하기 위한 권력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지는 권한. 그리고 그 권한을 가장  쓸모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드라마에서나마) 볼 수 있다. 물론 현실성은 쫌 없다고 생각하지만. 왜냐면..이들은 권력을 가졌으나 사심은 없고,  워커홀릭이기까지 한데 여기에다가 유머감각까지 탁월하기 때문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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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est Wing


드라마 제목 웨스트 윙의 뜻은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백악관을 건축했는데 건물이 더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옆에 날개처럼 붙은 건물이 이스트 윙. 그걸 건축하고 다른 한쪽으로 웨스트 윙도 건축한거다. 말하자면 별관 쯤 되려나. 하지만 좀 더 실질적인 의미로는 대통령의 오른팔, 즉 백악관 비서실을 말한다.

설정상으로는 미국의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정부는 역사상 단 한번도 존재한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존재하기 어려울 거다. 그만큼 이상적이다. 프레지던트 Roh가 취임 초기에 이 드라마 밤새워 봤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는데, 드라마와는 참 극과 극으로 노대통령의 인선은 최악이었지. 변양균 전 실장이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해주고 있고..

반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내가 워커홀릭 캐릭터에 좀 약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이상을 갖고, 거기에 몰두해 매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홀릴만큼 멋지지 않나?  나만 그런가? -_- 여튼 이들은 (권력의 정점에 닿아있기 때문에 가장 부패하기 쉬우므로) 가장 그러기 어려운 직업, 정치가를 보좌하는 일을 한다. 물론 제드 바틀렛이란 대통령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고 이들은 질릴만큼 팀웍이 잘 맞는 워커홀릭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너무 멋져 그게 비현실적인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휘말려서는 안돼! 오우- 낯뜨거워- 어떻게 저렇게 옳은 말을 당연하게 내뱉지? 하고 안 좋게 보려고 막 애쓰다가도... 아- 씨. 멋지잖아.. 하고 감동받아버린다.
정치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까를 생각하고 추진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풀어가는 건데 Aaron Sorkin의 작가적 능력은 바로 여기서 빛이 난다.

얘기가 길어지므로 다음 얘기는 나중에 새 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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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s of Horror


영화광의 끝은 고어gore다. 라고 누가 그랬다는데. (박찬욱이라고 기억하고 있지만 아닐 지도) 즉, 점점 강도 높은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는 얘기.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아니, 얼마나 대책없이 끝가야 고어광이 되는 거야? 똑같은 물을 먹어도 소에서는 우유가 되고 뱀은 독을 만든다지만, 쪼끄만 머리속에 누구는 낙원을 꿈꾸고 누구는 생지옥을 상상하고 있다. 표정은 똑같이 웃고 있어도.

우리나라 공포영화에는 아직 고어가 거의 없다. 대개 인과관계가 있고, 때로는 사회적 터부를 자연스럽게 세뇌하고, 어떤 것들은 죄책감이야말로 가장 큰 공포, 지옥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오히려 슬프다(ex. 장화홍련, 기담)

고어가 불쾌한 것은 그것이 오로지 "금지된 욕구" 만을 욕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가 사회를 반영해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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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actice



집합 A,B,C의 벤다이어그램을 그리고 각각 재미있는 드라마, 진지한 드라마, 생각하길 요구하는 드라마라는 주제를 넣어본다고 가정하면, 뭐 더 수많은 집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건 그냥 전제로 깔자. 그러면 그 가운데 삼각형처럼 생긴, 세 집합의 교집합에 들어가는 얼마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이 The Practi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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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경에 우리나라 케이블에서도 Boston Justice라는 이름으로 잠시 방영되었던 이 드라마는 프로듀서인 David E. Kelly(미셸 파이퍼의 남편으로도 유명한)의 법률(혹은 법조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다. 본인이 대학때 법학을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이후로도 이 주제에 꽤나 큰 애착을 가지는데 이 진지하기 짝이 없는 The Practice와 엉뚱한 변호사들의 이야기인 Ally  McBeal이 97년부터 거의 동시에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뇌를 완전히 분리해 전혀 상반된 성격의 두 가지 일을 함께 해내는 사람을 보는 것 만큼이나 놀랍다.

앨리 맥빌의 경우 국내 방영제목인 앨리의 사랑만들기가 더 정확한 제목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말랑말랑하고 코믹한 '변호사가 연애하는 이야기' -등장인물이 전부 싸이코인 드라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라면, 프랙티스의 경우에는 유머나 조크를 거의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만큼 배제시킨 냉정하고 건조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 두 시리즈는 중간에 크로스오버 에피소드도 가지고 있는데 프랙티스 쪽의 이야기는 못봤고 앨리 맥빌 쪽의 이야기는 봤다. 그땐 프랙티스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므로(지금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DVD도 판매하지 않으며 transcript 조차 별로 없다.) 이 드라마가 무척 궁금했던 난 오로지 이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앨리 맥빌을 봤는데... 매우 실망이었다. 앨리 맥빌의 분위기에 적셔진 (진지하고 이상적이던) 변호사 바비 도넬이라니.

프랙티스는 8시즌까지 진행되는 중에 큰 축이 되던 인물들이 빠지고 초반의 젊고 열성적이던 인물들이 점차 돈과 권력을 추구하게 되는 등 처음의 순수함을 잃어가는 모습-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처음부터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그저 현실적으로 순수한 변호사들이었다-에 팬들이 실망도 하고 팬층도 빠져나갔던 모양으로, 8시즌에 구원투수처럼 투입된 인물이 바로 James Spader가 연기하는 앨런 쇼어다. 그러나 기존의 프랙티스의 팬들은 이 앨런 쇼어의 이죽거리는 캐릭터,  그를 중심으로 갑자기 몰아가는 분위기에 더 빠져나갔고, 그럼에도 그의 강한 흡인력에 오히려 새로운 팬들이 생긴 듯한데 David E. Kelly의 선택은 아예 그 쪽으로 밀어주자였나보다.

그래서 여기서 파생된, Spin-off 시리즈가 바로 현재 3시즌까지 방영된 Boston Legal이다. Boston Legal은 프랙티스가 던지는 이슈와 앨리 맥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싸이코 캐릭터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프랙티스의 팬들은 대체로 싫어하거나 실망하는 편이고, 앨리 맥빌을 즐기던 사람들은 좋아하는 듯.

사실 쓰고 싶은 포스트는 Boston Legal에 관한 것들인데 그러려면 The Practice가 먼저일 것 같아서. 매우 띄엄띄엄 쓰겠지만 "아- 정말 재미있었다-" 류의 감상기가 아닌, 뭔가 뇌세포가 운동한 흔적을 남길 생각인데 역시 결과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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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vs 현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이 시트콤은 끝날 때가 되자 노홍렬(이홍렬)에게 대대적인 서비스를 한다. (Ep.292)

노홍렬은 아내를 사별하고 딸 민정이를 키우며 홀로 오랫동안 살아오다 옆집에 이사 온 미나엄마 배종옥을 짝사랑하게 되고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짝사랑의 기간동안 그는 좋아하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오랫동안 배려해 주고, 몰래 도와 주는 등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간다. 하지만 종옥은 그런 디테일까지는 알지 못한 채 그저 그의 마음이 오래 쌓여 온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결혼해 살던 어느 날.

홍렬이 먼 곳으로 잠시 여행? 출장?을 떠난 사이 종옥은 홍렬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자기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으며, 홍렬의 깊은 마음&숨겨진 많은 일들이 많은 사건 뒤에 있었음을 알게 되고 감동한다. 홍렬이 예정보다 일찍 들어와 종옥을 놀래주려 하다가 종옥이 자신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것을 보고 토라지지만 종옥은 비로소 홍렬이 그렇게 듣고 싶어했던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흔치 않게 발견된다. Boston Legal의 James Spader가 분한 변호사 앨런 쇼어. 판사에게는 '당신은 법조인의 수치'라는 말을 듣고, 동료에게는 '당신은 사람을 타락시키는 힘이 있어요' -_- 등등 칭찬 아닌 칭찬을 듣지만... -_) 그가 진짜 사랑한 여자(이름 까먹었다)에게 '당신 속에는 세 명의 앨런 쇼어가 있어요. 착한, 나쁜, 그리고 개구쟁이 앨런.' 뭐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앨런은 자기가 사귄 그 수많은 여자들 중에 그녀만이 드물게 자신의 core까지 들여다 보고 진가를 알아 주는 것을 알고 티는 안 내지만 하여간 흐뭇해한다.

아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그런 여자 캐릭터로는 유일할 듯한. 얼마 전 끝난 환상의 커플 조안나.
조안나는 건방지고, 싸가지없고, 차가운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의 진면목을 꿰뚫어 볼 줄 알고, 사건의 진실을 포장없이 대하며 그걸 그대로 얘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려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고 모든 가족을 잃은 그녀는 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안다. 유일하게 가족으로 생각하는 남편 빌리마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녀를 오해하지만 운 좋게도, 우연히 만난 장철수는 그녀를 동등하게 대하고, 그녀 또한 기억상실 이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간다.

특히 그녀가 멋진 점은, 그녀가 돈이 많아서 돈의 힘을 믿고 당당했거나 싸가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조안나건 나상실이건간에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기억을 잃고 돈 한푼 없는 입장에 서 있어도 당당하고 할 말은 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 중 최고는 아다치 미츠루의 H2에 나오는 쿠니미 히로. 굳이 히로 뿐 아니라 아다치의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거의 이런 패턴으로 행동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히로의 진가를 알아 준다. 정말 모두 다.




하지만 현실은?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혹은 관계 속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를 더 믿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더 신경쓴다. 숨겨진 의도나 어떤 행동이 있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같은 것이 저절로 드러나는 일은 더욱 드물고, 드라마나 만화에서처럼 변호해 주는 조연도 없으며, 친절한 카메라도 비춰주지 않는 현실의 캐릭터들은 오해 받거나, 묻혀 버린다. 그렇다고 지 입으로 다 얘기하고 다니면 찐따에 열라붕이고 -_)

어쩌면 그건 세상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기 짝인지 아닌지, 내 사람인지 아닌지를 재빨리 판단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즉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쪽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서 긴 시간과 많은 사건을 함께 해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저런 마라톤형 캐릭터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일 일지도 모른다. 뭐, 그냥 사람이란 다른 사람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하여간 저런 사람을 만나려면 대단한 혜안을 가지던가,  소가 뒷 걸음질 쳐도 쥐를 잡을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나거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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