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해당되는 글 15건

  1. 곡성 2016.08.16
  2. 무서운집, 한국형 웰메이드(?) B급 무비 1 2015.08.17
  3. 두근두근 2015.02.01
  4. 3달만의 왓챠 2014.11.23
  5. 왓챠! 2014.08.21
  6. 오시마 나기사. 그 전에 두르가 2010.08.15
  7. AVATAR 2 2010.01.17
  8. 9구역, 피터 잭슨, 공포영화제. 2 2009.12.05

곡성

나홍진이 감독한 영화는 현재 왓챠 기준으로 다섯편이다. 한, 완벽한 도미요리, 추격자, 황해, 곡성. 이 중에서 한과 추격자를 빼고 세 편을 보았고, 단 세 편에 별점을 매긴것만으로도 나홍진은 내가 선호하는 감독 9위로 집계됐다.

 

곡성은 개봉한 날 바로 보고 싶었지만 무슨 사정인가가 있어 둘째날 봤다. 같이 보려고 했지만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미룰까 하던 차에 그냥 혼자 심야로 봤다. 그리고 좋았다. 좋았다는 것은 이 영화가 행복하며  나에게 고양되는 기분을 주었고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얘기가 당연히 아니다. 이 영화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며,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허구로 쌓아올린 세계가 마치 진실인듯이 어떤 부분에선가 울림을 주었다는 뜻이다.

 

전에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그 친구는 자기가 그런 말을 한것도 까먹었겠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마치 구덩이처럼 불운이 바닥에 깔려있는거 같다고, 그 구덩이는 도처에 있어서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고. 나홍진은 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중 가까운 사람의 불행을 경험하게 되었고, 왜 그것이 그에게 일어났는지 화가 났다고 했다. 이 영화는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이게 어떻게 위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냐고 분노했지만 나는 그 말이 그냥 와닿았다.

 

천우희는 왜냐고 묻는 곽도원에게, 그것은 딸의 애비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황정민은 그냥 미끼를 던진 것이고 너는 미끼를 덥석 문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던진 입장에서는 누가 물었어도 상관없는 거였는데 그냥 니가 미끼를 문 것이라고. 마치 도처에 깔려있는 지뢰처럼. 누구여도 상관없으니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구덩이처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너만큼은 좀 다른 결과가 되길 바래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잡아끌어보았던 천우희의 마지막 표정은 이번에도 어쩔 수 없었다는 절망, 또 하나 놓치고 말았다는 회한을 그 찰나의 순간 보여주었고, 이 영화는 천우희의 그 표정으로 남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나홍진이 피해자를 위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왜 하필 나냐고 생각하다가,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불행이라고 생각하다가,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다가. 자책과 후회와 절망이 범벅이 되어 발목을 잡아끄는 늪 같은 상태에 있을 살아남은 자들에게, 아니라고. 니가 어떻게 행동했건 별 변수가 되지 못했을, 그건 그냥 지뢰같은 것이었다고. 그러니까 자책도 후회도 내려놓으라고.

 

물론 이 영화가 영화 자체로 보여주는 것은, 끝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갈림길의 입구에서 제한된 정보와 끝없는 의심만을 가지고 선택해야 하는 인간의 갈팡질팡하는 모습과 한없는 무력감이었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나에게는 슬픈 영화였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영화는 슬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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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집, 한국형 웰메이드(?) B급 무비

 

 

왓챠 별점 분포를 보면 5점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0.5점도 4점만큼이나 많다 ㅋㅋㅋㅋ

호불호는 격하게 갈리는 편인듯 하나 잘 보면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이 영화는 완성도 있는 좋은 영화는 아닐지 모르나 불쾌하고 혐오스럽고 짜증나는 영화는 아닌 것이다. ㅋ

나도 5점을 주고 말았다. 이 영화에 3~4.5의 애매한 점수를 준다는 건 비겁하게 느껴졌다.

0.5 아니면 5점이어야 한다. ㅋㅋㅋㅋㅋ

 

설마설마 할 필요 없다. 중간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설마 끝까지 이럴까. 끝까지 그런다.

우리는 미친듯이 치고 나가다가 결말에 가서야 애매하게 좋은 결말로 타협해버리는 많은 영화들을 봐 왔다.

이 영화는 다르다. 자막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미치게 웃긴다.

아예 이렇게 쭉 밀고 나가면 엄청난 게 나온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걸 알아준다(?)

 

감독의 필모를 보면 납득이 간다. 이 감독은 이미 영화적으로 일관성을 획득한 사람이다 ㅋㅋㅋ

 

 

 

 

1.

 

 

 

위플래쉬와 킹스맨의 분포를 보면 이렇다. 불호가 거의 없는 4점~5점 사이의 분포.

왓챠 내 예상별점도 4.0으로 똑같다. 실제 내 별점은 각각 5점과 4.5

대부분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좋은(재밌는)  영화

 

 

 

2.

 

좋아하는 영화인 Hot Fuzz와 바스터즈를 보면 놀랍게도 비슷한 파형을 보인다.

왓챠 내 예상별점은 똑같이 3.6. 실제 내 별점은 둘 다 5점.

취향이 확 갈리는 영화들. 데드 얼라이브, 몬티 파이튼의 성배, 커피와 담배, TTSS등이 여기에 속한다.

 

 

 

3.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한 ㅋ (이 중 어떤 것도 아직 보지 않았다) 영화 중에

긴급조치19호, 다세포소녀, 성소재림, 클레멘타인은 모두 비슷한 파형을 보인다.

(물론 클레멘타인만큼은 이 계열에선 상징적인 영화이다 보니 소수 매니아층이 존재한다.)

왓챠 예상별점은 0.2에서 1.2사이.

 

이것 말고도 네다섯가지의 파형이 있지만 무서운집과 비슷한건 아직 못발견.

즉, "무서운집(굴림체)"은 어떤 것에도 아직 속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다. (결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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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왓챠가 개봉예정작중에 내 예상별점을 4.4로 잡은 건 이게 처음이다. 인터스텔라가 3.9였는데.

하긴, 트라이브를 4.1로 잡긴 했어. 하지만 그건 그 정도로 좋아할 영화같지는 않다.

예상별점에 무관하게 이 영화는 어쩐지 벌써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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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만의 왓챠

 

2주 전에 예매해놨던 인터스텔라를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보고 나오면서

바로 왓챠에 접속했고, 별 다섯개를 줬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면서 으....(오글거려) 한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난 이 영화가 별 다섯개만큼 좋았으니까.

 

걍 피곤한데 잠이나 자고 영화는 취소할까 하는 생각을 한 두번 한 게 아니다.

뭐 대단한 거 본다고 새벽부터 왕십리까지 행차야 싶기도 하고.

직장인에게 잠보다 소중한게 어딨다고 이런 생쇼를 하나.

내가 과연 일어날 수 있기나 할까.

그냥 취소하고 집 근처 영화관에서 적당한 시간대 골라 일반상영 볼까 -_-

오만가지 안 볼 생각만 하다가 2시에야 겨우 잠들었고,

그래도 네시 반에 깨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한 건

잠은 좀 나중에 자도 되지만 동시대가 아니면 영영 놓쳐버리는 것들이 있고,

아무래도 이건 왠지 그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단 말이지.

 

그리고 정말 그랬다. 나는 입을 벌리고 손을 꼭 모아쥐고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부릅떴고

영화 초반 20분동안은 미친듯이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었고,

러닝타임 2시간 10분이 지난 다음부터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으나

인간의 방광은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는 평소의 믿음으로 나머지 40분을 보내고 나니

뭐 화장실 생각은 나지도 않더라.

 

그리고 3개월 동안 나의 왓챠 데이터는 이렇게 변했다.

 

 

 

 

본 영화는 백 편 가량이 늘었고, 별점평균은 0.1이 늘었고, 나는 지성파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선호하는 감독 1위는 여전히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 나이트까지만 해도 으음? 내가 놀란을 그정도로 좋아했나?

솔직히 웨스 앤더슨이나 에드가 라이트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으나.

오늘 인터스텔라를 보고 마음 굳힘. 나는 놀란을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ㅋㅋ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무리 봐도 리스트에서 빠지거나 더 아래 순위로 내려가야 맞는 것 같은데

근 몇 년간 본 스필버그 영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건 역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때문인것 같다.

스필버그와 리들리 스콧이 자리를 바꾼다면 감독선호 순서는 대략 맞는듯.

 

 

음. 1위는 브래드 피트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이 리스트는 좋아하는 배우라고 하기에는 순위권이 아닌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내가 이들이 나온 영화를 재밌게 본 건 맞으니 "선호 배우"라고 하는 건 맞겠지? 사실 배우보고 영화를 고른다기보다는 감독보고 영화를 고르는 편이라 배우야 뭐.

 

매튜 맥커너히 처음 등장했을 때는 헐리우드에서 소비되는 그저그런, 좀 그럴싸하게 생긴(내 취향은 아닌)

좀 느끼한 반짝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매쏘드 연기; 를 하기 시작하더니

처음의 외모는 다 사라져버리고 그냥  배우가 되어버렸다.

True Detective에서도 그렇고. 사람 인생 길게 봐야 하는 듯.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감독은 정말 좋은 직업이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우주여행에 데려가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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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 왓챠 하시는가?

앱버전으로 알게 되었지만 PC를 켜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PC버전으로 요즘 왓챠에 빠져있다.

취향 자체가 까탈스러워서 추천해주는 영화가 다 맞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근접하게 추천해주는 것이 장점.

내가 어느 배우를 좋아하고 어떤 감독을 좋아하는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 더 큰 장점.

그래서 그 배우와 그 감독의 영화를 타고 들어가 싹쓸이하기가 좋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다.

 

왓챠가 추천해준 문라이즈 킹덤 덕분에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몽땅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이 수확 중 하나이고,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라스 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 그리고 멜랑콜리아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 두번째 수확이다. 브라보. 멜랑콜리아!!!!!

 

왓챠를 시작하면 먼저 스무개인가의 영화에 별점을 평가하라한다. 아마 장르별, 별점별로 기본값을 낼 수 있는 목록이겠지? 그걸 베이스로 내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주는데 나는 첫날부터 어쩌다보니 삘 받아서 600개 가량을 평가해버렸네?;;;;;

 

왓챠가 분석한 나의 취향은 이렇다.

 

 

 

 

 

 

일단 난 이런 사람. ㅋ 처음엔 지나치게 냉정하게 평가한다 뭐 이런 말이었는데 분포도가 약간 오른쪽으로 갔는지 이젠 좀 좋은 말 해준다.

 

 

 

 

 

 

이게 의외. 내가 탐 크루즈를 선호한다니. 내가 탐 크루즈를 좋아한다기보다는 탐이 워낙 다작을 했고, 여전히 흥행배우고, 괜찮은 작품을 많이 했다는 게 더 맞는 말 일듯. 리스트에 있는 배우중 실제로 좋아하는 배우는 양조위, 빌 머레이, 송강호인듯. 어떻게 된 게 여자배우가 하나도 없네. 실제로는 케이트 블란쳇,...말고는 또 딱히 좋아한다 할 여배우가 없구나;;; 맞네;

 

 

 

 

 

 

뭐 미국영화야 당연하긴 한데, 홍콩영화도 이해가 가고. 근데 내가 영국영화 프랑스영화를 저렇게 많이 봤다고? 심지어 영국 영화는 홍콩영화보다 많이 봤다고?;;;;;;;;;;;;

 

 

 

여태 내가 본 영화를 분석하면 선호감독이 저렇단다. 실제 선호 순위와는 좀 다르지만 왜 저렇게 나왔는지는 알법하다. 똑똑한 프로그램이라 이런저런 재미가 있다. 별점 평가하는 것도 재미고, 내가 친구추가한 사람과 나의 취향 일치도라든가, 그 사람이 재밌게 본 영화가 내 추천 목록에 올라오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왓챠 아직 잘 몰라서 그렇지 더 많이 알게 되면 일종의 빅데이터로서의 기능을 더 하게 될 듯. 암튼 왓챠는 꾸준히 나에게 에일리언을 보라고 권해주고 있어서 오늘은 자체 실시하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날. :-) 다 보고나면 취향통계분석이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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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나기사. 그 전에 두르가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보던 날.
영화는... 음... 사실 예전에 어둠의 경로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잤다.

그리고 이 날 보면서 또 잤다. --_--
기억나는 건 류이치 사카모토의 미모뿐. -_)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는 옛날보다 지금이 오히려 묘한 매력이 있구나.

아. 음악.
난 류이치 사카모토를 1996이라는 음반으로 접했는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만 구성된 것으로
rain(마지막 황제 OST)도 Merry Christmas Mr.Lawrence도
영화 오리지날보다 그 쪽이 좋았다.
템포가 바뀌면서 긴장감 조성하는 것도 1996쪽이 더 좋고.
단순히 익숙함의 문제는 아닌 듯.


생각난 김에 찾아봤더니 다행히 팔아치우진 않았군.
오늘의 첫씨디는 이걸로 당첨

이제 밑밥은 그만 깔고 본격 먹는 얘기.
두르가는 영화보기 전에 갔던 곳으로
오랜만의 인도 커리는 맛있었다.


연장샷


뮤직비디오는 인도음식점의 빌트인 옵션


이 언니가 두르가


정작 메뉴이름을 까먹었다 -_-
시금치 하나랑 치킨 하나.
정식 이름은 프라운 팔락 Prawn Palak 과 치킨 칠리.
그리고 플레인 난.


왼쪽의 노란색이 시금치 커리


이게 치킨 커리
이제 거의 완전 채식주의자가 된 쑴씨는 시금치 알라븅 _모드
난 치킨커리를 더 많이 먹었고.


난 하나 추가. 밥 하나 추가
하지만 커리는 많이 남겼다.
아 더 퍽퍽 퍼 먹었어야 했어.
어쨌든 여기 꽤 맛있었다.


서비스로 나오는 라씨.
코코펀(;;) 쿠폰 출력해가서 꽤 괜찮은 가격에 먹었다. 
음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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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TAR



이왕 보는 거라면 아이맥스로 보고 싶었지만 용산/왕십리 아이맥스는 거의 전석매진.
3D냐 2D냐에서 고민하다가 2D로 봤다.
2D를 보면 3D로 볼 껄, 3D로 봤다면 아이맥스3D로 볼 껄..하고 아쉬움이 남는 영화인 듯.
영화 하나에 이렇게 전세계가 들썩들썩 하는건 타이타닉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세계 흥행순위 1,2위를 혼자 다 해먹다니. 그것도 놀라운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내면서.
분명 어떤 사람들은 가장 앞줄에 서 있다. 그리고 뻥 뚫린 시야를 가지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땅에서 길을 본다.


+전우치냐 아바타냐 고민하다가 아바타를 봤는데,
  여기에 셜록 홈즈까지 선택항이 세 개였다면 나는 그냥 바로 셜록 홈즈였을 듯.

+맨 앞 좌석에는 다리를 올려 놓을 수 있는 보조 받침대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러닝타임이 이렇게 긴 영화라면 뒤에서 불편하게 보는 것보다는 맨 앞에서 보는 것도 괜찮다.
  우선 고려사항은 화면이 얼마나 잘 보이고 입체감을 즐길 수 있는 위치냐겠지만.

+동서고금, 심지어는 행성을 막론하고 좋은 차 타고 나타나면 다들 뿅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는가.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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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구역, 피터 잭슨, 공포영화제.


내가 피터 잭슨의 영화를 처음 본 건, 처음 다닌 대학에서 한 주간 열렸던 공포영화제에서였다. 그 이전에는 있었을지 모르나, 그 이후에는 (내 기억으로는) 없었던 공포영화제. 해가 지고 난 후 어딘가의 벽에 스크린을 걸어놓고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면 조형관 소극장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이 흐릿흐릿하네 -_-;;;

요즘엔 불법 다운로드가 있지만 그때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방법은 릴을 사거나;;;, 비디오테입을 사거나 둘 중의 하나였고,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이니까. 국내에 개봉되거나 풀린 영화라면 그때 한창 좀 나가던 아트 필름이나 헐리우드 영화들 뿐이었고, 그런 중에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영화들을 학교에서(!) 볼 수 있다니 거기에 발을 안 담글수가. 무엇보다 내 20대 초반은 영화, 음악, 책. 이 세가지가 덕지덕지 묻어있었으니까.

그래서 그 일주일간의 군침도는 프로그램 중 고른 영화는 데드 얼라이브와 러브레터(-_-) 두 개였다. 내가 무슨 기준으로 이 두 개의 영화를 골랐는지는 전혀 기억 안난다. 어딘가에서 제목을 듣고 골랐을 수도 있고, 감독을 알고 골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둘 중의 하나는 그냥 막 고른거였다. 뒷걸음치다 쥐 잡았지.

정말 오래된 일인데도 아직 그 밤의 공기, 사전정보 거의 없이 고른 영화에 빠져들었던 그 날의 그 느낌이 아련하게 살아난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많은 영화를 봤지만 이건 정말 내게 특별한 기억이고, 이게 새록새록 새로운 이유는 요즘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90년대 문화의 수혜자였는지에 새삼 감사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특성인건지, 이 세대의 특성인건지... 재미가 없다. 그러고보면 뭐...내 세대도 나쁘진 않아...비록 졸업 무렵에는 좀 암담해졌지만.

어쨌든 그 날 봤던 두 영화는 다 좋았다. 데드 얼라이브는 공포보다는 개그였고, 피터 잭슨의 팬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반지 3부작이라는 지루한 영화를 꾹 참고 다 봤으니...

그래서 며칠 전 벼르고 벼르던 또 하나의 영화 District 9을 봤다. 뭘 좋아하게 된다고 거기에 대해 이거저거 줄줄 꿸 정도로 알아내지는 않는 성격이라 처음엔 피터 잭슨이 감독인 줄 알았는데, 감독은 닐 블롬캠프란 사람이고(모름) 제작이 피터 잭슨이다. 영화는... 환장하게 재밌었다. 이게 유쾌하게 재밌었냐면 그건 아니고 이거 저거 생각할 건덕지가 좀 있어서 재밌었다고 표현하는 건데, 그러고보면 역시 내 취향은 B급 컬트.

막상 영화 '9구역' 얘기는 안하고 영 딴 얘기만 썼다. 영화 얘기를 이제 좀 써볼까...하니까 이미 글이 너무 길어졌다. -_-  간단하게 몇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1. 비열하고 치사한 같은 종이냐, 아니면 개념찬 다른 종이냐.
2. 그냥 개체의 특성 혹은 본능이다. 끝부분에서 인간 한 명에게 달려들던 prawn들을 보면 딱히 개념이 있지도...
3. 지금 누군가는 지구 어딘가에서 저런 재기발랄한 허구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4.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자. 춈. 다른 기억거리와 결합도 시켜가면서 (이건 스스로에게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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