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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바스 알 아히요. Gambas al Ajillo 2016.11.13
  2. 단추 수프 2006.12.29

감바스 알 아히요. Gambas al Ajillo

롯지팬을 사고 늘 스테이크만 구워먹다가 감바스 알 아히요를 만들었다. 애초에 롯지팬을 산 이유가 이거 해먹으려고 산 거였다. 막상 사고 보니 용도가 딱 들어 맞지는 않는 것 같아 베이비웍도 샀지만.



ver.1

무쇠팬의 놀라운 장점. 여전히 끓고 있다. 물론 그래봤자 올리브유라 이렇게 절절 끓는것 같이 보여도 다른 식용유 끓는것만큼 뜨겁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음. 말 그대로 살아있던 생새우로 만들다보니 머리까지 먹으려고 안뗐더니 너무 안예쁘다. 색깔도 벌겋고 새우깡 포장지에 그려있는 새우처럼 휘었다. 못생겼어. 못생긴 요리는 슬프다ㅠㅠ 하지만 맛은 기가 막힘. 냉동실에 있던 깡빠뉴를 데워 올려먹고, 뜨끈한 기름에 찍어 먹으니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막 울면서 먹음 ㅋㅋㅋ 거기다가 새우 머리까지 넣었더니 오일이 엄청 고소하다.


하지만 못생겼어 ㅠㅠ 이건 아니야. 그래서 다시 해먹음 ㅋㅋㅋㅋ



ver.2 역시나 생새우로. 대신 이번엔 알맹이만 넣었다. 이렇게 해야 원하는 비주얼이 나오는구나. 엄빠용과 내 꺼 두 개를 동시에 해서 그랬나 너무 졸였네 ㅋ 기름이 너무 없어 ㅋㅋ 너무 맛있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ver.1에서 마늘을 다져서 넣었더니 향도 좋고 맛도 좋았지만 비주얼이 지저분해지길래 이번엔 편으로 썰어넣음. 이거해먹으려고 바질 키웠는데 파스타 해먹고 카프레제 샐러드 해먹느라 다 뜯어먹었을 때라 조금밖에 안 남아서 빈약하다.

 


모히또도 한 잔 만들어 곁들임 ㅎ



ver.3 이건 엄빠용. 머리 몰빵했더니 기름이 붉다 ㅋㅋㅋ 새우향은 이쪽이 확실히 강하다. 난 새우향이 너무 강한것 보다는 적당히 조화된 게 좋고 기름이 맑고 깨끗한 느낌이 남아있는게 좋아 머리를 안넣는게 취향. 페페론치노를 너무 넣었는지 엄빠는 맵다고 하심. 곁들임 빵은 치아바타. 엄마가 귀찮다고 가위로 잘라서 압축된 상태다.



그리고 한 달 후, 또 해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ver.4 이 날은 정말 펄떡펄떡 뛰는 새우를 손질하느라 애먹었다. ㅠㅠ 자세하게 서술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빵은 깡빠뉴.

 

사진을 쭉 보니 새우를 많이 넣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오일을 좀 적게 넣는 경향이 있구나. 기름 남기는 걸 싫어해서 그렇긴 한데, 역시 새우가 잠길 듯 말 듯 해야 맞는 것 같다. 두 개를 동시에 하느라 바질도 너무 일찍 넣었군. 마지막에 넣어도 충분한데.

 

원래도 간단한 요리지만 이제는 손에 익어서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게 할 수 있다.


직장 동료가 나혼자산다에서 박나래가 하는 걸 보고(난 못봤음) 간단한 버전으로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카놀라유를 써서 마늘이 다 탔다고 했다. 나는 이 요리는 정말 간단한만큼 제대로 재료를 써서 해먹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봤자 필요한 건 올리브유, 새우, 페페론치노, 후추, 소금, 마늘, 바질이 끝이다. 이왕이면 올리브유는 엑스트라 버진으로, 새우는 생새우로, 후추는 분말말고 직접 갈아 쓰는 걸로, 바질은 생바질로 하기를. 기름의 특성상 재료의 수분은 보존해주고 향은 살려내 신선한 재료를 쓸 수록 재료가 뿜어내는 맛과 향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한번 바질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말린 바질과 섞어 썼는데 만족도가 확 떨어졌다. -_-

 

다만 후추는 높은 온도의 기름에 끓이거나 튀기면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하니 조리가 끝난 후 넣는 것이 좋겠다.

 

 

+R.E.C.I.P.E+

 

1. 새우에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나중에 간을 맞춘다. 그냥 이쑤시개로 새우 등 따고 배따서 내장인지 똥인지 깨끗하게 빼내고 준비. 예쁘게 하려면 머리 꼬리 다 떼야 동그랗게 예쁘게 말린다. 꼬리는 남겨둬도 괜찮다.

 

2. 올리브유를 적당량 부은 후, 중불로 해 두고 살짝 온도가 올라오면 편으로 썬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는다. 마늘은 다져서 넣어도 괜찮다. 어차피 다 먹는다. 페페론치노는 3~4개 정도면 적당. 3등분정도 잘라서 씨까지 넣는다.

 

3. 마늘주변이 지글지글해지면 타지않도록 약불로 줄이고 마늘향을 낸다. 마늘이 살짝 투명하게 익어가면 새우를 넣는다.

 

4.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맛을 본다.

 

5. 마무리로 생 바질을 넣는다. 파슬리보다는 바질이 내 취향. 그래도 파슬리 가루 같은 거 있으면 1T 정도 같이 넣는다.

 

끝.

 



롯지나 베이비웍이나 관리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난 이쪽 스타일이 잘 맞는듯, 어떤 요리를 해도 눌러붙은 적 없고, 관리도 귀찮지 않다. 오히려 요리해먹은 후에 깨끗이 닦아놓고 기름 먹여놓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기분 좋아진다. 난 이쪽 스타일이 잘 맞는듯, 어떤 요리를 해도 눌러붙은 적 없고, 관리도 귀찮지 않다. 오히려 요리해먹은 후에 깨끗이 닦아놓고 기름 먹여놓는 과정이 즐겁다. 좋은 도구는 결과도, 과정도 즐겁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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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 수프




디즈니 그림책 이야기 중에 "단추 수프"라는 게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니 제목도 저게 아닐 꺼고 디테일도 다르겠지만 간단히 하면 이렇다.

배가 고픈 여자아이 오리(도널드 덕같이 생긴)가 여행 중 지나가게 된 마을에서 음식을 청하지만 그 마을의 인심이 나빠 아무도 음식을 주지 않는다. 그러자 그 오리는 흥- 하는 마음으로 자기는 이 단추로 맛있는 스프를 끓일 수 있는데 당신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내가 끓이는 맛있는 단추 수프를 아무에게도 주지 않겠다. 이런 뻥+으름장을 놓는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 한 번 해보시지- 하는 마음으로 몰려들어 구경하고, 오리는 솥에 단추 하나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처음과 달리 '과연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둥 반신반의로 돌아서고 그즈음 오리는 아쉬움을 담아 말한다. "아, 이대로도 맛있겠지만 감자 몇 개만 넣으면 정말 맛있을텐데." 누군가가 그게 정말이라면 감자 몇 개쯤은 주겠다고 나선다. 이제 감자를 넣고 한참 끓이다가 또 아쉬운 목소리로 말한다. "아, 이대로도 훌륭한 단추 수프지만 당근을 넣는다면 훨씬 더 맛있는 수프가 될텐데." 또 군중 속의 누군가가 당근을 가져온다.

처음에 음식을 달라고 했을 때는 거절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이것만 있으면 진짜 괜찮은-"이라는 말에 넘어가 고기, 양파, 양배추 등등 온갖 재료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쯤 되니 뻥이 아니라 진짜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우리집에 뭐가 있는데 그것도 넣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하며 자발적으로 재료를 넣는 사람들까지 나온다. 이제 처음 솥은 이 요리를 감당할 수 없어 더 큰 솥이 등장하고, 마을 전체가 맛있는 "단추수프"를 먹게 된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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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만든 유부주머니. 다시물에 조리기 전의 사진이다. 두부와 당면에 야채 약간을 다져 넣고, 데친 미나리 줄기로 묶었다. 그런데 엄마가 개입하면서 갑자기 오징어가 한 마리 추가되고 그에 맞춰 두부 등이 추가되어 유부 한 봉지를 더 사와 넣어도 속이 줄지 않더니 나중에는 만두를 빚고 말았다.



오늘은 갑자기 깻잎튀김이 먹고 싶어져서 깻잎을 사왔다. 먹고 싶은 만큼 몇 장만 튀겨 먹고 가족들 몫의 +α정도만 더 하는 걸로 가볍게 계산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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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엄마가 왔다갔다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_- 버섯과 감자 고구마 고추까지 튀기고 있었다.

나는 이럴 때마다 단추 하나만 넣었던 자그마한 냄비가 감자와 당근 양파 고기가 추가되며 커다란 솥으로 변하는 것을 상상한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명절을 딱히 거하게 보내지 않는 가풍?속에서 소박하게; 성장한 나와 대가족으로 자란 엄마의 손 크기가 다른 때문이기도 하고, 요리를 그저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나와, 한 번 요리를 할 때 며칠 분량으로 가늠하는 주부의 입장이 다른 때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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