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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또 유희열 2007.10.05
  2. 웃어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2007.10.05

또 유희열


예전부터 유희열 좋아한다는 말을 참 기회 있을때마다 틈틈이, (틈틈히인가?) 해왔지만 여태까지는 유치하고 웃겨서 좋아했던 거고; 나이가 드니까 또 다른 면으로 새롭게 좋아진다. 근데 나는 왜 이렇게 수시로 내가 나이들었음을 강조할까? 그런다고 어디서 어른 대접 받는 것도 아니고 언제 어디서나 막내고 애면서. 하여간 유치하고 웃기고 딱히 좋은 이유를 분석하고 싶지도 않게, 그냥 좋았던 이 사람의 인간미를 재발견하는 중이라고나 할까.

그건 아마도 내가 아주 까슬까슬하도록 까칠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 인간미는 원래 좀 없었던 것 같고.
내가 그러다보니, 때로는 인간미 철철 넘치는 사람들이 좀 멍청해보이고 답답해보이고 한심해보이고 이러다가도 어느 순간 그게 확 역전되면서 어이구, 못난이는 너야 이 열라븅아. 라고 스스로에게 한번 말한 다음 +_+ 요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때가 있다. 아~~~~주 가끔.



누가 GQ편집장 이충걸 얘기를 해서 그 사람 글을 조금 읽어보았는데. 이 사람 내가 모르고 살아와서 그렇지, 그의 마침표 하나까지도 고스란히 닮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PAPER시절부터 팬덤과 워너비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였다. 근데 나는 이런 글에는 도통 적응이 안 된다. 몇 개 읽어봐도 무릎을 딱 친 건 본인이 여자가 아닌데 어떻게 소녀를 화자로 한 소설을 쓸 생각을 했냐- 는 질문에 '김만중은 팔선녀랑 놀아봐서 구운몽을 썼겠나.' 는 대답을 보고 으하하하- 우문현답이다, 했을 뿐. 이런 글을 세련됐다고 하는거야 정말? 하고 묻고 싶을 정도로 그냥 거부감이 확 든다.

황희정승이 소도 비교하지 말랬는데 사람을 비교하면 더 나쁜 일인 거 같지만, 뒷다마도 잘 까는 애가 새삼 착한 척 하면 부끄럽지. 응응. 이충걸 글 얘기는 유희열 글하고 비교할라고 밑밥 뿌린거다. 유희열 글들을 몇 개 읽으니 순식간에 개운- 해지네.


특히 그 중에는 유희열이 아마도 외국에 있을 때 한글자판이 안됐는지 영어로 쓴 the memory of garota라는 글이 있는데 사실 이 사람이 워낙에나 자뻑인 체하며 실제로는 겸손과 겸양을 떨어서 그렇지, 음악한다고 왔다갔다 한 게 얼만데. 당연히 영어 잘할꺼다. 그런데 나는 한국 사람이 완전히 영어로 쓴 포스트 중에 그렇게 착한 글 처음 읽어봤다. 잘난 척이라고는 한 글자도 없는 착한 안부. 이거야 원, 홀딱 반해버리겠네..

허브같이 잘 죽고 고양이처럼 뻑하면 집나가버리는 소망이긴 하지만, 돋보기 들고 구석에서 찾아야 보이는, 꾸겨진 코딱지만한 내 인간미도 좀 잘 키워보고 개발해보고 싶어졌다. 너 정말 착하고 다정하고 친절하구나.. 같은 후진 소리 듣는 인간미 말고. 그냥 억- 소리 나는 인간미;;;  너무 훌륭해서 불립문자, 그냥 경외감이 드는거지. 우하하하하하  -_)


닥치고 공부-
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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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요. 그게 더 보기 좋아요


남자의 눈물- (이라고 써놓고 보니 무지하게 느끼;하다 -_- 어쨌든) 이런 주제로 심도 있게 얘기해 본 적이 없긴 한데.. 가끔 화제에 오르면 내 주변 여자들, (그래봤자 표본집단이랄 수 있을 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 몇명은 그렇게 말했다. 남자가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고들 하지만 정말 약해지게 만드는 건 남자의 눈물이라고. 남자가 자기 앞에서 울면 그냥 무너진다(?)고.

내 나이쯤 되면, 남자의 눈물을 대개 몇 번쯤 보게 되는걸까. 우리 나라는 아직 남자가 우는 걸 막는 여러가지 심리적,사회적 fence가 있어서 많지는 않겠지만 뭐 이런 저런 일들로 하여간 남자들도 울고, 그걸 몇 번쯤은 목격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어쩌다 보니 남자들의 눈물을 보거나 울음소리를 듣거나 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런데 희한한 건 나는 남자들의 눈물에는 딱히 약해지지 않더라는 것. 그냥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별로 놀랍지도 않고, 안타깝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좀 짜증이 났다. 그런데 그게 왜 그랬는지 조금 전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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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를 즐겁게 해 주는 사람은 유희열(위 사진은 그의 손)인데,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에 그가 방송했던 mp3 파일을 들으면서 배를 접고 웃는다. 도서관에서는 듣다가 웃음이 터질 것 같아 나가기도 하고. 이 사람은 노래는 청승대마왕이지만 사실 말하는 건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유치하게 재밌고, 남의 얘기 끝까지 들어주고, 부드럽게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받아치는...그야말로 수다의 달인;이랄까.

오늘은 FM음악도시 마지막 방송을 들었다. 갑자기 멘트가 끊겨서 파일에 lag이 걸렸나 했는데... 운다. @@ 이 사람이 울고 있(었)다는 걸 알고 몇 초간 놀란 상태로 있었다. 울먹이며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겨우 끝내놓고, '오늘은 아무래도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겠어요..' 하는데.. 이거,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든다.



그러고보면 내가 겪은 남자의 눈물들은 테마가 "좌절"이었다. 열심히 노력했고 결과가 그만 못해서 우는 그런 좌절 아니고, 마치 떼쓰는 애들처럼,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해서 흘리는 눈물, 울먹거리는 소리.

순도 높은 타인의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다.
생각과 욕망이 섞이지 않은 그냥 슬픔. 그저 고맙고 미안하고 아쉬워서 흐르는 눈물, 참지 못하고 새어나오는 울음.  어~ 좋다. 사람냄새. 귀로 느끼는 촉감.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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