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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당분간 말러 2 2011.01.08

정리의 기록 CD 세번째


CD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몇 년, 혹은 십 몇년을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을 것들이 나왔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고마운 분들이 내가 그때 그때 흥미를 가지던 연주자나 작곡가들의 음반을 구워준 것들인데 mp3파일이 아닌 음악파일로 구워주어서 정보가 다 살아있었다. 내가 그때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는지도 짐작이 가는 음반들. 



사실 이것 말고도 아예 음반 표지와 뒷면까지 그대로 컬러프린트로 아주 음반을 만들어준 것도 몇 개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몇 번을 생각해도 대단하다. 나는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할 듯. 우와 고마워요...한참이 지나 닿지도 않을 상대들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다시 내 CD들로 넘어와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폴리니

-피아노 소나타, 제르킨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이 함께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베토벤과 험멜의 피아노 트리오들. 바트 반 오르트+테라카도 료+히데미 스즈키의 시대악기연주

-베토벤 피협 5번 & 차이콥스키 심포니 4번-길렐스 뵘

-베토벤 현사, 하겐 쿼텟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호로비츠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소콜로프. 이건 DVD도 갖고 있다가 처분했다.

-리히테르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브람스들


-브람스 피협 2번, 차이콥 피협 1번-호로비츠와 토스카니니

-브람스 심포니 2번과 3번, 브루노 발터

-토스카니니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브람스 심포니 4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추운나라 사람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과 로미오+줄리엣, 플레트뇨프

-리히테르의 차이코프스키 사계

-차이코프스키 피협, 프로코피에프 피협, 아르헤리치

-볼로도스 차이콥 피협 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솔로, 지휘자는 세이지 오자와, 베를린필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1+2+3번

-볼로도스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20세기 위대한 지휘자 시리즈, 유진 오먼디 




쇼팽

-쇼팽과 존필드 녹턴. 바트 반 오르트

-쇼팽 에뛰드, 폴리니

-쇼팽 프렐류드, 소콜로프

-최애 음반 중 하나라 망설였던, 삼송 프랑수아의 쇼팽 피협

-코르토의 쇼팽 전집



말러

-6번, 카라얀

-5번. 노이만

-6번. 텐슈테트

-2번. 텐슈테트

-1번. 쿠벨릭



일본 직수입반이 여러개인데 얘네들은 저 가격표처럼 보이는 띠지를 버렸으면 처분불가 ㅋ



왜냐면 바로 거기에 바코드가 있기 때문 ㅎ



이렇게 전용 가방(사실은 간식가방 ㅋ)에 담아서 쫄래쫄래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이 날은 여기에 담아서 사진찍고 나자, 에이 더 정리하자 싶어 큰 가방으로 바로 옮겨담았다 ㅋ



그렇게 정리하게 된 박스셋들.

-리히테르의 프라하박스. 15장 세트

-호로비츠의 DG 컴플릿, 6장 세트

-미켈란젤리의 DG 박스, 8장 세트

-리히테르 브릴리언트 박스, 러시아 연주자 시리즈 5장 세트.



내가 이 음반을 정리하게 될 줄이야. 

한때는 품절이어서 구하기 어려웠던 희귀템. 

종이집도 이렇게 예쁘다. 알판도 예쁨. 음악은 더 예쁨 ㅎ



또 다시 베토벤들.


-카라얀+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리히테르의 베토벤 트리플, 브람스 더블

-푸르트뱅글러의 합창교향곡, 바이로이트 실황. 네 바로 그것.

-베토벤 후기 소나타, 폴리니. 

-베토벤 6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하이든 교향곡 88번에서 92번까지. 지기스발트 쿠이켄

-미켈란젤리의 이것저것 ㅋ

-리파티의 이것저것

-호로비츠의 메트 공연. 


좋아했던 피아니스트들은 정리해도 정리해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나온다. 



-애니 피셔의 슈베르트 리스트 소나타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쉬프

-슈베르트 방랑자판타지, 폴리니

-슈베르트 즉흥곡, 루푸

-슈베르트 디베르티스망, 슈타이어와 류비모프

-BBC 레전드는 한 장만 남긴 줄 알았는데 또 나왔다.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슈만과 리스트


-슈만 교향곡 4번과 푸르트뱅글러 교향곡 2번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과 교향적연습곡, 쉬프

-슈만 피아노퀸텟과 현사. 폴 굴다와 하겐 쿼텟

-슈만 현사. 하겐 쿼텟

-슈만 현사. 제헤트마이어 쿼텟

-리스트 피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히테르와 콘드라신

-리스트 단테소나타, 플레트뇨프



-멘델스존 실내악. 

-브루흐와 멘델스존, 벵게로프

-차이콥스키 6번, 첼리비다케

-리디스커버드 시리즈, 하이페츠, 리히테르, 프라이스

-마지막은 뜬금 콜트레인 ㅋㅋ


이렇게 CD정리가 일단 끝났다. 40퍼센트 정도 정리한 것 같다. CD장에 듬성듬성 빈 곳이 생겼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앞으로 찔끔찔끔 정리되거나, 그게 아니면 개인간거래를 해야 하는데 넘나 귀찮으므로 안할 가능성이 높다. 알라딘에서 한 방에 가능하니까 그나마 한거지.


물건을 워낙 깨끗하게 쓰는 성격이라(특별히 유난스럽게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아님) 대부분의 CD들은 알라딘 판매시 최상등급을 받았고, 그 돈들은 모두 적금으로 쌓였다. 


처음부터 오로지 듣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3-40장하고 지겨워서 나가떨어졌을텐데. 이걸 끝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아련하고 애틋해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얽힌 추억들도 떠올려보고, 그때의 나도 다시 생각하고, 새롭게 듣게 되고..그렇게 여기까지 하게 됐다. 


출퇴근길에, 혹은 무슨 이유로든 나가는 길에 휴대폰에 넣을 앨범들을 고르고, 그렇게 넣은 앨범들 중에 골라듣는 것이, 그리고 오랜만에 새롭게 감동에 빠지는 것 모두가 오랜만에 행복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용돈과 음악과 추억을 주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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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말러


어젯밤부터 아바도의 말러 2번 루체른 영상을 몇 번 돌렸는지 모르겠다. 주말엔 쉴꺼야. 볼꺼야. 들을꺼야 작정한 만큼 열 번은 확실히 넘게 보고 들은 듯. 하지만 어딘가 부족해 텐슈테트의 LPO 89년 라이브 음반을 주문했다. 그러니 적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계속 말러를 들을 것 같다.

심지어는 시크릿가든도 안 보고 말러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김주원이 더이상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말러가 김주원을 이겼다. -_- 혹은 시간에 쫓기는 게 눈에 보이는 엉망편집을 참을 수가 없어서인지도.
 


그런 눈으로 봐도 소용읎다.


내가 앞으로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뭐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나한테 말러하면 생각나는 지휘자는 텐슈테트다.
그건 아마 말러 1번 때문일 거 같기도 하다.

말러 1번을 좋아하게 된 게 텐슈테트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녹음 때문인데 이미 내가 음반을 구하려고 했을 때는 절판이었다. 지금은 라이센스반으로 나와있는 것 같지만. 아무리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어, 아는 사람이 보내 준 mp3 파일만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그땐 아이팟을 사기 전이라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서만 음악을 들어야 하는 게 힘들었다. 언젠간 결국 구할 수 있을거란 걸 알았지만 그 언제가 언젠데! 참다참다 별 수 없이 차선을 택하기로 했다.

당시 내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말러 1번을 들었고 최종 후보에 오른게 쿠벨릭과 아바도였는데 결국 쿠벨릭을 샀다. 이 때문에 가끔 헛갈려 나한테 1번 아바도가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왜 쿠벨릭이었는지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대략 생각해 보니, 내가 원하는 다이내믹에 가까운게 아바도보다는 쿠벨릭이었나보다. 아바도 녹음이 아마 병을 딛고 일어난 후 녹음이었던가 해서 좀 힘이 없었을 수도 있고; (아닌가? 아님 말고)

하지만 최선이 뭔지 아는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차선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적당히 타협하고 만족하려 해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서 나는 틈만 나면 텐슈테트+시카고 조합의 음반을 찾았고, 그걸 아는 모처의 실장님이 텐슈테트+NDR 녹음을 주긴 했는데(이게 당시엔 못구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또 모르겠다) 텐슈테트라고 다 같은 텐슈테트가 아니라서 이것도 역시 불만족이었다.


그러다가 쑴언니가 일본에 있을 때 HMV Japan에 있는 걸 확인하고 부탁해서 건졌다. ㅎㅎ 교토에 도착한 첫 날  방안에 짐을 내려놓고 씨디들을 주고 받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살다보면 아.. 정말 이건 그때 사길 잘했지. ┐(  ̄ー ̄)┌  하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이것도 그 중의 하나. 당시엔 환율이 쌀 때여서 지금 라이센스반 정도에 샀으니 가격도 딱 좋았고. :-) 쑴언니, 새삼 또 땡큐!

내가 가지고 있는 1번이 네 종류인데 쭉 들어보니 왜 이거여야만 하는지 알겠다. 제 1 바이올린, 제 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A음을 하모닉스로 연주하는 1악장 도입부에서 텐슈테트가 표현해내는 것은 딱 새벽의 그, 반쯤 투명하지만 서늘하고 날카로운 공기다. 공기가 깔렸다 사라졌다 하면 안 되지. 이건 말 그대로 하나의 시간+공간적 배경을 만들어 놓는 건데. 무언가 바뀌는 시점. 안개인지 수증기인지 얇은 막 사이로 저 멀리 풍경이 비친다.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새가 푸드득 날아가고 아침 햇빛도 비친다. 이 때의 햇빛은 꼭 구름을 뚫고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영화적 햇빛이어야만 한다. ㅎ

말러 1번에 TITAN이란 제목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표제음악도 아닌데 나는 1번을 들을때마다 어스름한 아침안개 사이로 저 멀리 커다란 산이 보이고 큰바위얼굴이 (((((두둥))))) 하고 나타나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_-

워낙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는 연주라 미처 몰랐는데 생각난 김에 러닝타임을 비교해보니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길다. 하긴, 다이내믹이 속도전일 필요는 없는 거지. 표현해내야 하는 것을 시간을 충분히 들여 연주해서 그야말로 입체적이고 생생하다.

오늘 다시 들어보니 3악장이 좀 아쉽긴 한데 흐름으로 보자면 뭐.  무엇보다 4악장이 최고다. 쿵쾅쿵쾅 때려주는 관악기 밑으로 슥삭슥삭 긁어주며 오르내리는 현악이 긴장감을 아주 딱 좋게 조성하고
다른 연주들처럼 관악이 튀거나 해서 전체적인 몰입에서 끌어내는 게 없다.

벌을 내리거나 응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복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마태수난곡으로 하자면 비로소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난 후의 그날 밤 같달까. 혹은 반지의 제왕 전투씬 같기도 하다. 음음...이 쪽이 더 낫겠다. 그래야 그 다음 부분 연결이 자연스러우니까.

이제 또 2번 들어야지. 올해는 아무래도 연주회는 적게 가고 음반이나 영상으로 음악을 많이 듣게 될 것 같다.  뭐. 그건 그거대로 또 괜찮겠지. 분기별로 맛있는 거나 챙겨먹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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