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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ch: Well-Tempered Clavier. Sviatoslav Richter 6 2009.08.04
  2. piano and me 2007.04.13

Bach: Well-Tempered Clavier. Sviatoslav Richter


#1.
지난 몇 년 간은 듣는 음악 레퍼토리가 매우 한정되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사용 빈도에 있어서, CD플레이어→아이팟으로 중심이 확 이동했기 때문이다.
만장 단위, 혹은 벽 단위로 씨디를 세는 중증환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꽤나 많은 씨디를 갖고 있다보니 저걸 다 옮길 시간도 없고,
갖고 있을 하드용량도 부족해 맨날 듣는 것만 듣거나, 진짜 고픈 것만 듣거나.
(외장하드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으나 역시 가격,크기 대비 용량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살까말까하련다)

두번째 이유는 씨디플레이어의 리모컨이 고장났다는 데에 있다.
내 씨디피(D-EJ2000)는 자체에 액정이 없어서 리모콘이 고장나면 대체 몇 번 트랙이 돌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는 걸 들을때 or 걍 그러려니 하고 들으면 상관없는데 모르는 곡을 들을 땐
몇 번을 들어도
대체 지금 뭘 연주하는거야 -_-+ 
울컥울컥 하고 솟구치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 팽개쳐놨었다.
얼마전에 아...이대로는 도저히 못살겠다!!! 걍 리모컨을 다시 샀다.


오랜만에 알아봤더니 용산에서 물어봤을 때보다 가격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 (인터넷 만세!!)
혹시 소니CDP를 나와 같은 이유로 팽개쳐놓고 있는 사람들은 옥션이나 지마켓같은데서 검색해보시라.


#2.
6월말부터 7월말까지는 넋을 놓고 산 듯한 시간이었다.
자구책으로 WTC를 들었는데...
난 이걸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이걸 들을 정도면 이미 상태가 심각하단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건 나에게... 조율용 음악이기 때문이다. -_-

역시 아이팟에 있는 버전들만 듣다가 리모컨이 배송된 이후 씨디들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리히테르의 WTC를 들었다.

J.S.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WV849-893

앨범표지는 전설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듯 오바스럽다;;;


이 음반은 약간 목욕탕 울림이라고 할까.

사실 그리 좋은 녹음은 아니다. 그 이유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내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억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잘 안 듣기도 하고.

그 때만 해도 나는 이 연주를,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성당 안 저쪽에서
성당이니까 파이프오르간이어야 할 것 같아도 걍 피아노라 치자.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그게 마치 나 한사람만을 위한 연주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연주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오랜만에 다시 이 연주를 들어 보니 그런 느낌보다는 아.. 이거 참 성실한 연주구나. 싶다.
초반에 몇 회 보다 엎은 선덕여왕에서 유신랑이 내려치기 천 번을 하다가
마지막에 흐트러졌다고 다시 1부터 시작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무도 보는 사람 없어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한 곡 한 곡을 연주해 나간 흔적.

하긴, 이 음반은 총 4장의 씨디로 되어 있고 연주시간을 모두 합치면 4시간 반쯤 된다.
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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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and me


피아노가 정말 너무너무 치고 싶은 날이 있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대체 이렇게 치고 싶은 마음이라면, 얼마나 쳐야 풀리나 어디 한 번 보자- 해서
스탑워치를 눌러놓고, 됐다 싶을 만큼 쳐봤다. 애걔~ -_- 40분이었다. 
음. 이 정도면 점심 먹고 매일 칠 만 하겠군, 했더니 웬걸.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급기야 오늘은 아침에도 치고 저녁에도 치고...
전부 세시간쯤은 친 것 같다.  음.... 나 요즘 스트레스가 좀 쌓였나...



몇 년 전에 잠깐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때, 
첫날 인벤션 한 곡을 쭈욱 치고 나자 선생님이 아- 좋다. 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마치 맛있는 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저절로 나오는 소리 아- 맛있다. 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내가 이걸 마지막 곡으로 치고 그랬다.
치면서도 기분이 좋고, 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입으로 소리내어 '아.... 좋다.' 라고
그 날의 선생님처럼 내뱉듯이 말했다.
그러고서도 뭔가 아쉬워 연속으로 세번을 더 치고서야 뚜껑을 덮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손가락연습겸-_) 해서 매일 48곡을 쭈욱- 한 번씩 친다고 했었는데...
새삼 부럽다. 나도 소나티네 치듯이 전곡을 쭈욱 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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