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기록 CD 세번째


CD 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몇 년, 혹은 십 몇년을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을 것들이 나왔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고마운 분들이 내가 그때 그때 흥미를 가지던 연주자나 작곡가들의 음반을 구워준 것들인데 mp3파일이 아닌 음악파일로 구워주어서 정보가 다 살아있었다. 내가 그때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는지도 짐작이 가는 음반들. 



사실 이것 말고도 아예 음반 표지와 뒷면까지 그대로 컬러프린트로 아주 음반을 만들어준 것도 몇 개 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몇 번을 생각해도 대단하다. 나는 지금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 할 듯. 우와 고마워요...한참이 지나 닿지도 않을 상대들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다시 내 CD들로 넘어와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폴리니

-피아노 소나타, 제르킨

-오이스트라흐와 오보린이 함께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베토벤과 험멜의 피아노 트리오들. 바트 반 오르트+테라카도 료+히데미 스즈키의 시대악기연주

-베토벤 피협 5번 & 차이콥스키 심포니 4번-길렐스 뵘

-베토벤 현사, 하겐 쿼텟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호로비츠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소콜로프. 이건 DVD도 갖고 있다가 처분했다.

-리히테르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브람스들


-브람스 피협 2번, 차이콥 피협 1번-호로비츠와 토스카니니

-브람스 심포니 2번과 3번, 브루노 발터

-토스카니니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

-브람스 심포니 4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추운나라 사람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과 로미오+줄리엣, 플레트뇨프

-리히테르의 차이코프스키 사계

-차이코프스키 피협, 프로코피에프 피협, 아르헤리치

-볼로도스 차이콥 피협 1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솔로, 지휘자는 세이지 오자와, 베를린필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1+2+3번

-볼로도스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

-20세기 위대한 지휘자 시리즈, 유진 오먼디 




쇼팽

-쇼팽과 존필드 녹턴. 바트 반 오르트

-쇼팽 에뛰드, 폴리니

-쇼팽 프렐류드, 소콜로프

-최애 음반 중 하나라 망설였던, 삼송 프랑수아의 쇼팽 피협

-코르토의 쇼팽 전집



말러

-6번, 카라얀

-5번. 노이만

-6번. 텐슈테트

-2번. 텐슈테트

-1번. 쿠벨릭



일본 직수입반이 여러개인데 얘네들은 저 가격표처럼 보이는 띠지를 버렸으면 처분불가 ㅋ



왜냐면 바로 거기에 바코드가 있기 때문 ㅎ



이렇게 전용 가방(사실은 간식가방 ㅋ)에 담아서 쫄래쫄래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이 날은 여기에 담아서 사진찍고 나자, 에이 더 정리하자 싶어 큰 가방으로 바로 옮겨담았다 ㅋ



그렇게 정리하게 된 박스셋들.

-리히테르의 프라하박스. 15장 세트

-호로비츠의 DG 컴플릿, 6장 세트

-미켈란젤리의 DG 박스, 8장 세트

-리히테르 브릴리언트 박스, 러시아 연주자 시리즈 5장 세트.



내가 이 음반을 정리하게 될 줄이야. 

한때는 품절이어서 구하기 어려웠던 희귀템. 

종이집도 이렇게 예쁘다. 알판도 예쁨. 음악은 더 예쁨 ㅎ



또 다시 베토벤들.


-카라얀+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리히테르의 베토벤 트리플, 브람스 더블

-푸르트뱅글러의 합창교향곡, 바이로이트 실황. 네 바로 그것.

-베토벤 후기 소나타, 폴리니. 

-베토벤 6번. 카를로스 클라이버

-하이든 교향곡 88번에서 92번까지. 지기스발트 쿠이켄

-미켈란젤리의 이것저것 ㅋ

-리파티의 이것저것

-호로비츠의 메트 공연. 


좋아했던 피아니스트들은 정리해도 정리해도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나온다. 



-애니 피셔의 슈베르트 리스트 소나타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쉬프

-슈베르트 방랑자판타지, 폴리니

-슈베르트 즉흥곡, 루푸

-슈베르트 디베르티스망, 슈타이어와 류비모프

-BBC 레전드는 한 장만 남긴 줄 알았는데 또 나왔다.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슈만과 리스트


-슈만 교향곡 4번과 푸르트뱅글러 교향곡 2번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과 교향적연습곡, 쉬프

-슈만 피아노퀸텟과 현사. 폴 굴다와 하겐 쿼텟

-슈만 현사. 하겐 쿼텟

-슈만 현사. 제헤트마이어 쿼텟

-리스트 피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히테르와 콘드라신

-리스트 단테소나타, 플레트뇨프



-멘델스존 실내악. 

-브루흐와 멘델스존, 벵게로프

-차이콥스키 6번, 첼리비다케

-리디스커버드 시리즈, 하이페츠, 리히테르, 프라이스

-마지막은 뜬금 콜트레인 ㅋㅋ


이렇게 CD정리가 일단 끝났다. 40퍼센트 정도 정리한 것 같다. CD장에 듬성듬성 빈 곳이 생겼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앞으로 찔끔찔끔 정리되거나, 그게 아니면 개인간거래를 해야 하는데 넘나 귀찮으므로 안할 가능성이 높다. 알라딘에서 한 방에 가능하니까 그나마 한거지.


물건을 워낙 깨끗하게 쓰는 성격이라(특별히 유난스럽게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아님) 대부분의 CD들은 알라딘 판매시 최상등급을 받았고, 그 돈들은 모두 적금으로 쌓였다. 


처음부터 오로지 듣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3-40장하고 지겨워서 나가떨어졌을텐데. 이걸 끝으로 내보낸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아련하고 애틋해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얽힌 추억들도 떠올려보고, 그때의 나도 다시 생각하고, 새롭게 듣게 되고..그렇게 여기까지 하게 됐다. 


출퇴근길에, 혹은 무슨 이유로든 나가는 길에 휴대폰에 넣을 앨범들을 고르고, 그렇게 넣은 앨범들 중에 골라듣는 것이, 그리고 오랜만에 새롭게 감동에 빠지는 것 모두가 오랜만에 행복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용돈과 음악과 추억을 주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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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10.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는 걍 아니 만나는 게 좋았을 것이다. -_-



(앵콜 바로 전에 번개샷- 물론 이러면 제지당합니다;;; 처음 해보는 짓이었음;;;)


하... 이건 뭐...
수원음악진흥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잊지 않겠다.
아니 그보다 지휘자 이름을 잊지 않겠다. -_-
관악악기 누군가는 삑삑거리고, 오케스트라는 희한하게 늘어져 축 쳐지거나 피아노의 발목을 잡고
피아노의 아고긱은 흐름을 뚝뚝 끊고... 으으으으으으....

아이팟에 오늘 레퍼토리를 안담아놨기 때문에 꾹 참고 집에 와서 리히테르 버전으로 듣고 있다.
이걸 다 들으면 아쉬케나지→소콜로프 버전을 들을 테다. 그러기 전에는 오늘 밤 잠을 못 잘 것 같다.


다 이상했지만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 
도대체 피아노가 왜 그렇게 쳤는지 이해가 안돼서 어어? 저랬나?? 싶어 집에 오자마자 악보를 보면서 들어봤다.
가장 이상했던 도입부분.


음... 역시 이상한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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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Symphony no.6 "Pathétique"




사용자 삽입 이미지

Mikhail Petnev/Russian National Orchestra/Virgin/1991 (44:29)
Carlo Maria Giulini/Los Angeles Philharmonic Orchestra/DG/1981 (46:35)
Guido Cantelli/Philharmonia Orchestra/Testament/1952  (42:54)
Mikhail Petnev/Russian National Orchestra/DG/1995  (45:57)
Evegeny Mravinsky/Leningrad Philharmonnic Orchestra/DG/1978  (43:46)
  Herbert von Karajan/Berliner Philharmoniker/DG                        


엄마는 오빠와 내가 각각 초등학교 5학년 쯤 됐을 때마다 음악사에 데려가서는 하나씩 테입을 사주셨다. 그렇게 갖게 된 내 소유의 첫 테입은 유재하였다. 엄마는 별로 마음에 안들어했지만. 아마 내심 클래식을 고르길 바라셨던 것 같다. 그 기대에 맞게도 오빠는 처음엔 합창(카라얀), 그 다음엔 전원(뵘), 그리고 비창(카라얀)순으로 아주 착실하게도 성음의 시리즈를 열었다.

오빠가 매니아의 기질/수집가의 성향을 타고 났다면 그 덕에 나도 이거저거 들어볼 수 있었을텐데. 오빠는 뭐든 하나 있으면 지겹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는지 전혀 레퍼토리를 늘리지 않는 타입이고, 나는 더 우선순위가 높은 아이템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므로 어쨌든 둘 다 지겹게도 저 세 개의 교향곡과 몇 개의 협주곡을 반복해 들었다.

덕분에 내 머릿속에는 카라얀의 지휘가 일종의 표준연주로 각인이 되어 있어서 어떤 씨디를 들어도 그 느낌이 안 나 다시 카라얀을 사야되나...하던 차에 내 포스트를 보고 한 블로그 이웃이 그렇다면 쥴리니를 들어보는 게 어떠냐며 갖고 있던 (이미 폐반된)쥴리니의 음반을 선물로 주었다. 당연히 기대가 높았으나...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거기서 또 2 년이 흘러, 이번에 오빠방에서 먼지 쌓인 카라얀의 테입을 찾아냈고, 한 달 동안 틈틈이 여섯 개의 연주를 돌아가며 들어보았다. 지금의 나는 조금만 주의를 집중하면 머릿속에서 비창이 끊임없이 흘러갈 정도다.

그런데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Pathétique.
정말?

디테일까지 외워 버릴 정도로 들었지만 단 한번도 슬프거나 울고 싶을 정도로 공감한 적은 없다. 이건 이상하다. 슬프기는 커녕 3악장에서는 팔까지 휘두르고 발로 박자를 맞추고 있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Sergiu Celibidache/Münchner Phiharmoniker/EMI/1992  (57:39)


첼리비다케를 두고 누가 그렇게 말해놨더라. "통곡하지 않고 흐느끼는 무거운 연주"라고. 번스타인과 스베틀라노프(아울로스)를 추천하면서는 "추운 겨울에 눈보라 속에서 울고 있는 느낌의 연주" 란다. 그래서 첼리비다케를 골랐다. 한 달 들었으면 됐다, 더 들어도 여기서 달라지는 건 없을꺼니까 다른 걸 들어보자는 내 나름대로의 돌파구였던 셈이다.

위의 연주들을 들으면서는 Pathétique이라는 표제만 없다면 3 악장이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첼리비다케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느릿하고 거기에서 오는 긴장감이 4 개의 악장 모두에 깔려 있어 곡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밤에 헤드폰을 끼고 누우면 영화음악을 듣는 것 같이, 대사없는 오페라를 보는 것 같이, 서로 화답하고 고조되며 울부짖는 듯한 느낌까지 선명하다.

지금의 나는 마치 유행가를 너무 많이 들어 가사가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면서도 정작 그 노래가 전달하려는 정서는 느낄 수 없는 상태와도 비슷한 것 같지만, 언젠가 다시 비창을 듣고 싶어질 때 꺼내게 되는 것은 아마도 첼리비다케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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