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해당되는 글 4건

  1. 8월의 크리스마스 2013.08.17
  2.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밤을 말러와 함께 4 2010.12.26
  3. Merry Christmas 2009.12.24
  4. The Christmas Song 1 2006.12.24

8월의 크리스마스

 

 

처음 국내에 소개됐을 때만 해도 '꽤 괜찮은 저가 레이블'이었던 낙소스가 세월이 흐르자 세계적인 음반레이블이 되어있다. 그저 저가이기 때문에 성공한 건 아니고, 처음부터 복각음반을 저렴하게 출시하기 시작해서 눈길을 끌고, 이런 시리즈, 저런 시리즈를 발표한 전략이 먹혔겠지. 우린 앞으로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는 비전 제시- 그런 젊은이스러운 시각이 이 업체를 크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이미 다른 레이블들은 우린 할 일 다했고 새로운 음악가와 새로운 녹음이 나오지 않는 한 할 일이 별로 없다는 듯한 늙은이스러움이 어느 정도 내비치던 시기였으니까. 씨디만 고집한 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끌어나가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적응력이 또 하나의 성공원인일테고.

 

 

 

2004년 2월이나 3월쯤에 산 걸로 추정되는 이 음반은 막상 샀을 때는 몇 번 듣지도 않고 꽂아둔 것이 분명한데, 솔직히 말하면 안 사도 됐을 음반이기도 하고... 오늘 들으니까 매우 좋구나. 왜 안 사도 됐냐면... 나는 칸타타 전집을 2개쯤 갖고 있기 때문에-_- 겹친다. 그리고 찾아보면 몇 개쯤 전집 아닌 음반이 더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 칸타타라는 주제에 충실했으려면 좀 더 알아보고 고르고 골라 샀을텐데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냥 땡겨서 어디 한 번 들어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샀단 얘기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칸타타라고는 하나 독일어라고는 eins zwei drei 밖에 모르는 내가 이게 뭔 소린지 알아야 아 이게 바로 크리스마스야! 하며 느낌이라도 만끽하지. 그냥 들으면 크리스마스 칸타타인지 삼위일체 칸타타인지 알게 뭐람. 또 막상 크리스마스 되면 내가 퍽이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듣고 있겠다. 아니 일단 집에나 있냐고.

 

게다가 전집이라니. 일 년 내내 무슨절이니 무슨 주간이니에 맞춰서 칸타타만 들을 게 아니라면 칸타타 전집 같은걸 대체 내가 왜 샀는가 싶다. 첫 장부터 완청하는 걸 목표로 삼은 적도 두어번 있었는데 하다보면 대체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듣고 싶은 음악은 못 듣고 내내 사람들이 오오오오- 하는 것만 듣고 있자면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아무튼. 바흐는 한 달에 한 곡 꼴로 칸타타를 썼다고 한다. 그 사이사이 애도 많이 낳고 --_--  어디 칸타타만 썼나. 미사곡에 수난곡에 협주곡에 독주곡들에...매일 영화평 한 개씩 올리는 듀나만큼이나 부지런한 인간이다. 가장 충실한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은 바흐였지 싶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칸타타라는 건 뭐 크리스마스 칸타타라고 한다면 이 칸타타들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음반 제목인거고 여기에 수록된 칸타타들은 크리스마스 당일을 위한 곡이라기보다는 그 전부터 준비하는 기간을 위해 쓰여진 곡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성탄절 전 4주간을 강림절, 또는 대림절이라고 한다. 예언된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을 시작으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교회력은 크리스마스가 아닌 이 강림절로부터 시작한다. 이 중요한 성탄절 전 4번째 주일인 첫 강림절 칸타타로 작곡된 것이 BWV 36, 61, 62의 세 곡이다. 이 중 61번과 62번은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여' 라는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둘 다 예수탄생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61번은 바흐 칸타타 중에서도 손꼽히는 곡인가보다. 61번이 더 좋은지 62번이 더 좋은지, 왜 그런지 생각하고 싶으면 전집중에서 꺼내 들으면 되지만 그건 너무 귀찮고.

 

이 음반으로 한정하자면 정작 나는 61번보다는 36번쪽이 더 좋다. 이 음반에는 36번과 61번 132번 이렇게 세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앞의 두 곡은 첫번째 강림절, BWV 132는 4번째 강림절, 즉 크리스마스 바로 전 일요일을 위해 쓰여진 곡이다. 여기에 수록되어있진 않지만 2번째 강림절을 위한 곡에는 70a, 3번째 강림절에는 186a와 141, 4번째 강림절에는 132와 147a 가 있다.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면서도 독실한 신자들은 때때마다 챙겨서 듣고 텍스트까지 감상하는 듯 한데(물론 그런 사람은 극소수지만) 교인이 아닌 나는 가사를 음미하다보면 듣기 싫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절제되고 정련된 분위기 그것인것 같다. 사실 이런 교회음악의 진짜 목적은 텍스트의 전달일텐데.

 

음반 표지 그림은 The Adoration of the Magi(동방박사의 경배)이다. 16세기에 그려진 그림으로 누구 작품인지는 안  나와있다. 그냥 German School이라고만 되어있네.  당연히 동방박사가 예물을 드리는 장면이다. 황금, 유황과 몰약. 태어나면 죽는 건 누구나 당연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선물로 장례에 쓰일 몰약을 받는 이 아이러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파면 팔수록 크리스마스 분위기따위는 전혀 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ㅋㅋ 그러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듣는게 레알 "음악"감상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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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밤을 말러와 함께



왜 말러냐면.

서울시향 8번을 예매 못한 게 그저 허탈해서--_-- 3일째 내내 듣고 있다.
뭘 어쩌겠는가. 11월의 나는 넋이 외출중이었던 것을.

말러는 참 묘하다.

우주공간을 항해하는 모선을 올려다보는 느낌과
텔레비전용 싸구려 싸이파이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동시에,
어쩔때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어우.. 이거 뭐야.. 진짜;; 싶을 때도 있다가
이걸 귀로만 들어야 한다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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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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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ristmas Song


Although It's been said
many times, many ways
Merry christmas to you

It's been said many times, many ways
Merry christmas
Merry christmas
Merry christmas to you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열띤 의무감만 좀 덜해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텐데.

연말이라 먹을 복은 터졌으나
위장은 그 복을 다 감당하지 못해
가볍게 체하고 몸살도 났지만 - 즐겁게 떠들며 열심히 먹고 들어왔다.

꼭 이런 날 싸우고 토라진 연인들에게도,
23일 밤에 잠들어 26일 아침에야 눈 뜨겠다는, 수많은 솔로들에게도.
마음이 가난한 모든 사람들에게
Merry Christmas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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