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3 헤이리, This too shall pass


직유법으로 표현하기에는 모자란, 
무지무지 소중했던 일주일의 막판 금요일이었다.

여행도 가려 해봤으나 컨디션은 바닥이었고,
어디라도 가지 않으면 속에서 뭐가 터져나올 것 같았다.

근데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_--;


멀리는 못가겠고, 너무 가까운 데는 싫고.. 해서 헤이리로 갔다.
탁 트인 앞을 보는 것만으로도
뭐가 뿽! 하고 뚫리는 듯한 기분.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환골탈태하는 느낌이었다 --_--


여기가 1번이었나 8번이었나. 하여간
평일에 오길 정말 잘했지.
특히나 약간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토이뮤지엄. 안들어갔다. ㅎㅎ
여기저기 들어가보고 싶고 그래서 온 게 아니라
이 날은 딱 목적지가 세 군데 있었다.
점심식사 할 곳, 놀고 쉬고 할 까페, 저녁식사 할 곳.
그래서 다른 데는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그냥 슬렁슬렁 둘러보기만 했는데
그게 더 좋았다.


멍멍군.
털에 아주 윤기가 좌르르르-
헤이리스러운 개집에서 살고 있긴 했는데
별로 안락한 개 집은 아닐 듯.
개 발에 비해서 마루의 간격도 너무 넓다 -_-


갤러리 모아.
건축가는 우경국

하늘 다 날라간 것 좀 보게. 쯥-


아... 허접한 내 사진으로는 이 건물이 표현이 안되는구나. 쩝-

2층의 갤러리는 1층에 비해 이렇게 튀어나와 있다.
이 건물의 독특함은 이 돌출에서 나오는 깊이감인데
끄응- 너무 일찍 사진을 찍은 거라고 위안을 하자.
저녁에 찍었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이 건물이 헤이리에 있어서 춈 아쉽다.
서울 시내에 있었다면 더 돋보였을 텐데.


옆의 연못도 주위 자연처럼 지나치게 방치된 느낌.
게다가 건물과 연못에 비해 보도블럭은 너무 개성이 없구나.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데
저기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역시 서울이었다면 돋보였을 공간.
하지만 헤이리에선 글쎄.




사진이 화밸이 안맞았구나 쯥쯥-


다음엔 갤러리 안에도 들어가봐야겠다.


까먹었다. 뭐였는지
장애인과 관련된 뭐였는데..


악어벤치
여름엔 열받아서 뜨겁고
겨울엔 차가워서 못앉을 듯;


지나가다 본 건물, 중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내다 볼 수 있는) 창


아마도 승효상씨 작품인 것으로.
코르텐 강은 세월이 지나면서 아름답게 부식된다.
동국대 앞에도 코르텐 강으로 지어진 멋진 건물이 있었는데.
늘 사진 한번 찍어야지 찍어야지 해놓고 지나가기만 한다.
하긴 어디 그런 게 한둘이냐.


길가에 피어 있던(?) 도자기 꽃
독버섯;같이 생겼다;;;


지나가다 들어간 가구점.
촬영 자유라고 쓰여있었다.
호이호이~! 거울에 내가 비치는구나.

이렇게 쓰고나니 마치 헤이리를 산책한 것이 목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점심 먹을 밥집을 찾아 가는 길이었다.
겸사겸사한 산책이다.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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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26 간송미술관, 조선망국 100주년 추념전


축제기간을 이용해 간송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가기로 했기 때문에 잠이냐 간송이냐 -_-
망설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막상 삼선교역에 내리니 탁 트인 길과 낮은 건물들, 좋았던 날씨,
한산한 인구분포;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아... 나오길 잘했다. 좋구나 소리만 연발.

주제는 조선망국 100주년 추념전.
그러네. 그러고 보니 올해가 2010년.
그렇다해도 주제가 조선망국 추념이라니.
왜?


니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니


하늘은 이미 초여름


동행인들


문 열기를 기다려 내가 1빠로 입장 -_-)v

 
작품들은.... 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시대적 상황, 시대정신-이딴건 코딱지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는 그림들이었다.
이 전시의 타이틀은 반어법인가, 아니면 풍자인가 싶을 만큼.

나라가 망해가는데 사람들은 이런(이따위) 그림이나 그리고 앉았구나. 라는 생각부터
이 주제와 이 소재의 그림들이 정말 구한말 때의 거란 말야??
꼴깍꼴깍 넘어가던 그때의??? 이상하고 의심스러워 작가의 생몰연대를 확인했다.

그것도 걸작이면 모르겠는데, 무릉도원에 꽃이 피었니 어쩌니
오동나무와 대나무를 닦니 어쩌니-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그래 이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었겠나, 자기들은 해오던 게 이걸텐데
머리속에서 관념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우리 나라가 그꼴이 났겠구나 싶고.
세상이 그렇게 변하는데 허구헌날 그리던 그 그림이나 계속 그리고,
세상 향해 눈 감았던 게 어디 이 사람들 뿐이었을까 싶고.
아... 깝깝하더라. 근데 그 갑갑한 것이 100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한 것이 또 깝 까압-하더라.

그럼 나는 그렇게 이 시대 작가들을 깔 만큼 뭐 잘났나.. 생각해보는데
또 그럴 것도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주변사람 잘 포섭하기.
선거 꼭 참여하기. 겨우 이것 뿐이구나.


올 때마다 느끼지만 간송은 참 묘한 곳이다.
희한한 부조화 속에서 여러 겹의 시간이 동시에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채 화분째로 줄지어 있는 식물들도-
막 갖다 놓은 듯 하지만 하나씩 꼼꼼히 따져보면 온갖 꽃들이 피어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금낭화


그리고 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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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5 어린이날 나들이


2주인가 1주전부터 이 날 같이 놀자고 약속한-_- 친구와 삼청동 나들이.
일단 먹쉬돈나부터 고고-


근데 이게 뭐꼬 -_-
확장이전 할 때마다 줄은 1.5배씩 늘어난다 --_--

예전에 이 줄을 같이 기다려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는 대충 떼우기도 하는 밥,
하물며 떡볶이를 기다려서 먹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궁금했고,

기다리면서 짜증을 내는지 아니면 그 시간을 담소하면서
이왕 보낼 거
 즐겁게 보내는 사람인지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낸 사지선다 선택지 중에서 수제비 고르더라 -_-


정독도서관은 휴일. 그 옆의 무슨 박물관인지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이 꽃 이름 뭐더라.
큰 나무에 솜뭉치가 뭉텅뭉텅-
다들 이 아래서 포즈 잡고 있었다;


사실 나는 꽃을 엄청 좋아하거나 꽃 사진을 즐겨 찍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 꽃 아래에서의 친구 말이 인상깊어서 찍게 되었다. 

김혜자로 기억되는데(그 새 까먹었다) 나이 드니까 꽃이 그렇게 예쁘더란다.
어느 날 문득 꽃을 보는데 예전에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
아. 세상에서 꽃이 가장 예쁘구나. 이렇게 예쁘구나. 하고 다가온단다.
친구 어머님이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걸 듣고 친구는 진짜 사람이,
어쩌면 여자가 나이 들면 꽃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되나보다 했는데.

자기가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꽃이 세상에서 가장...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예쁘다고.
한달 가량이나 지나서 더듬어보자니 뭔 대화가 이렇게 구멍이 숭숭-
아니 심지어는 이런 얘기가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하고 --_--;;;;;;;
제대로 기억도 안나지만 뭐 하여간 그런 얘기를 했다.

난 중고딩때까지는 꽃을 무지하게 싫어했기 때문에 -_-
사실 꽃이 그렇게 예쁘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꽃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우리 늙었구나 -_-


이 길, 참 많이도 오르내렸다 -_-


그리고 또 다시 차마시는 뜰.
아 진짜 여기가 내 집이었으면 좋겠네 -_- 라는 상상에 빠져 둘이 인테리어 판타지를 썼다.
딱 요 위치, 딱 요 집. 밤에는 롤스크린 훌렁 내리고 뒹굴뒹굴 살면 좋을 거 같지 않냐-


요런데 앉아서 저녁시간을 마무리하면 딱이겠군. 의자와 테이블은 취향이 아니지만.

무지하게 빡빡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진은 찍어놓고 볼 일이다.
백설기에 박힌 건포도처럼 중간중간 이런 시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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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20 과천국립과학관


만약 이 시기의 생물들이 살아있어서
해물탕에 암모나이트를 넣어 먹고;;;
하늘에는 비둘기 대신 익룡이 날아다니고;;;
동물원의 매머드를 볼 수 있다면.
에버랜드 사파리에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쿵쿵거리고.

아... 세상 아스트랄;;
어떻게든 적응했겠지만 역시 난 현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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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10. 구스타프 클림트 전




유디트와 베토벤 프리즈를 본 것 만으로도 16천원이 안아깝다.
근데 오늘 친구가 전화걸어 남는 표 두 장 있는데 벌써 갔다왔냐고 해서
급 아까워졌다. 줄꺼면 진작 주지. 너 미워. -_-+

유디트는 역시나 실물의 포쓰가 있었고,
베토벤 프리즈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갈때는 입구부터 느낌이 오더라.
맙소사. 바로 여기다. 여기에 내가 원하는 '그것'이 있구나. 꺄오! 우꺅-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깨끗한 벽 삼면에 베토벤 프리즈 벽화로 그려놓고
가운데는 대따 큰 침대만 덜렁 놓고 살았으면 좋겠다.
돈을 얼마나 벌어야 되는거야 ㅡ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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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뿅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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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5 LEEUM






장승업 그림은 간송에서 봤던 것보단 더 잘 그린(?) 그림들이어서 아.. 이래서 그렇게 장승업 장승업 그러는구나 싶었다. 일단 대작이고. 그래도 장승업 그림은 역시 뭐랄까... 그걸 뭐라고 표현하지.. 귀기라고 하기엔 정확하지 않고, 하여간 매우 깊은 곳에 있지만 얼핏 얼핏 비치는 섬뜩한 느낌 같은게 있어서 좋아지지가 않는다.

마침 아침에 김홍도 다큐 한편, 가는 길에 화인열전을 읽으면서 갔는데, 다큐멘터리에서는 김홍도가 그린 박연폭포와 겸재의 박연폭포를 같이 보여주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내가 쭈욱 겸재의 진경산수에 별로 감흥을 잘 못느낀 이유가 뭔지 비로소 확 다가오더라. 그 이유 중 하나는 사진처럼 보는 것에 익숙한 내 눈에는 겸재와 같은-두세 개의 시점이 함께 적용된 그림은 이상하게 보이는 거고.

두 번째 이유는 금강산에 내가 실제로 간 적이 없기 때문일꺼고. 오히려 관념산수라면 오.. 좋다, 이런 적이 꽤 있는데 왜 진경산수는 그렇지가 않은 걸까
(돌려 생각하면 관념산수가 더 그럴싸해 보이는 게 또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늘 이상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았지. 정독도서관에서 눈 앞에 인왕제색도가 펼쳐지던 순간엔 목덜미에 소름이 쫙 돋았으니까. 만약 겸재가 그린 다른 그림들도 내가 그 실경을 구석구석 잘 알고 있다면 또 느낌이 다르지 않았을까.

리움에선 겸재의 노백도를 볼 수 있었다. 이 그림도 실물로 보니까 도판으로 볼 때보다 훨씬 좋더라. 작은 사이즈로 보면 그 형태가 너무 드러나서 꼭... 그거. 꽃글씨인가? 춈 그런 느낌이었는데.

도자기는 두 점이 특히 좋아서 메모까지 해왔는데 조명빨이었나, 웹에서 검색을 해보니 그 느낌이 아니네. 역으로 말하면 리움이 그만큼 작품을 잘 살리는 조명을 잡아놨다는 얘기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도자기보다는 그림이 보고 싶어 간 거였는데.... 주인공이랄까, 발길을 딱 붙잡아 놓는 그런 그림이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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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7 간송미술관, 가을 정기개방


 
바람의 화원 때문에 미어터진단 얘기는 들었지만 여는 시각 10시부터 사람이 그렇게 있을 줄이야. 아닌가? 설마 9 시부터인가??

좋아하는 그림은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면서 내~내~ 뭉개는 타입인 나한테는 간송 관람이
참 어렵다. 앞에서 보자니 일렁일렁 초점이 안맞는 유리 때문에 불편하고, 뒤에서 보자니 앞에 사람들이 가득해 그림이 안 보이고.

단원 그림이 기대보다 (너무) 적어 아쉬웠고, 이정의 풍죽이 참 좋았다. 바람은 오른쪽으로 부는데 힘은 왼쪽으로 느껴지니...캬아~.... 누군가가 왕손이었는데, 아들이 워낙 많으니 너 하나쯤은 그림을 그려도...운운 얘기를 그렇잖아도 했었는데(누군지는 기억이 안나고-_-a) 그가 바로 탄은(灘隱) 이정(李霆, 1578~1607 1541~1622)이었다. 앞에 두고 딴 사람 얘기하듯이 했으니.. -_) (니룡언니, 이 이정이 언니가 말한 그 천재화가 이정 맞는듯? 다른 사람은 검색이 안되는데 생몰연대 확인바라욤)


왼쪽이 풍죽, 오른쪽은 문월-역시 간송 소장이다.
같은 사람 그림이라는 것이 햐아  =ⓛㅅⓛ=


또 뭐가 좋았더라... 좋은 그림 하나만 봐도 마음이 꽉 찬 것처럼 흐뭇한 게 보통인데, 여유가 없어, 봐도 본 것 같지 않으니... 이것 참.. 간송은 정말 어떻게 좀 개선됐으면... 보는 사람은 관람료를 낼 용의가 있는데 받을 사람이 생각이 없는 희한한 상황이다.




그리고 요즘 워낙 답지 않게 더워서 몰랐는데
어느새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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