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밤을 말러와 함께



왜 말러냐면.

서울시향 8번을 예매 못한 게 그저 허탈해서--_-- 3일째 내내 듣고 있다.
뭘 어쩌겠는가. 11월의 나는 넋이 외출중이었던 것을.

말러는 참 묘하다.

우주공간을 항해하는 모선을 올려다보는 느낌과
텔레비전용 싸구려 싸이파이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동시에,
어쩔때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어우.. 이거 뭐야.. 진짜;; 싶을 때도 있다가
이걸 귀로만 들어야 한다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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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예매한 공연스케줄


[예매한 공연]

01월 29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부천필 슈만&브람스 페스티벌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슈만 교향곡 2번

02월 26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부천필 슈만&브람스 페스티벌
슈만 가곡 미르테의 꽃/슈만 가곡 시인의 사랑/브람스 교향곡 1번

03월 11일 목요일 20:00 예술의 전당
The Great 3B Series 수원시향&김선욱
베토벤 협주곡 1번/베토벤 교향곡 1번/베토벤 교향곡 8번

04월 13일 화요일 20:00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대전시향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말러 교향곡 5번

07월 21일 수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임헌정 지휘, 주희성 피아노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텔 서곡/슈만 피아노 협주곡/브람스 교향곡 3번

09월 16일 목요일 20:00 예술의 전당
서울시향 명협주곡 시리즈
미코 프랑크 지휘. 김선욱 협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0월 01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임헌정 지휘, 한동일 피아노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슈만 교향곡 4번

11월 03일 수요일 20:00 예술의 전당
서울시향 말러시리즈
정명훈 지휘. 라두 루푸 협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말러 교향곡 1번 "거인"

11월 26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임헌정 지휘
브람스 교향곡 4번/브람스 애도의 노래/브람스 운명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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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30. 예술의 전당. 베토벤 교향곡 9번.



연말이고, 방학인데 여전히 바쁘다. 작년까지는 연말&방학에 노느라, 먹느라 배터지도록 바빴는데 올해는 그냥 평소와 똑같이 바쁘다. 이게 뭥미 --_-- 방학, 그게 뭔가효. 학교만 안가면 방학인가효. --,.--

오늘도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일단 지금 입 안의 아말감-_-을 모두 금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60%가 끝났다. 비율로 말하니 한 스무개 되는거 같지만 -_- 걍 굳이 계산해보자면 그렇다는 얘기. 이것도 다다음주 되면 다 끝나겠지. 돈도 돈이지만 시간과 수고가 꽤 든다. 그래도 내심 찝찝했던 점이었고 언젠가는 할 거였으니 뭐.... 이것도 다 방학이니까 가능한 거기도 하고. 다 끝나면 마음은 가뿐할 듯. 물론 통장도 가뿐해지겠지만;;;


호주에서 사촌동생이 와 있는 동안 수학을 봐주고 있다. 얘가 호주로 다시 갈 때까진 바쁠 듯. 당연하지만 수학책이 영어로 되어 있다. 뭐 그래봤자 수학문제라 해석은 어렵지 않으나 용어를 새로 익히고 있다. --_-- 특히나 분수를 말할 때 우리말과 영어는 반대로 말하기 때문에 서로 매우 헷갈려한다.

그리고 오늘의 연주회. 드디어 연주회 얘기. 몇 달 전부터 가기로 계획/약속 했던 것으로 기대가 꽤 컸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하나도 안나고 연말 분위기는 더더욱 안나는 요즘이지만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만큼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연말을 마무리 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예전의 누군가가 합창교향곡을 두고 말하길, 환희의 송가 하나를 들으려고 3악장을 참아야 하는 곡이라 싫어한다고 그랬었는데.. 맞다. 4악장이 확실히 클라이맥스긴 하지. 그래서 1,2,3악장을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서울시향은 음.. 글쎄. 난 3악장까지는 좀 지루했다. 합창은 좋더라. 목소리들이 꽤 좋았고 좀 더 가까웠으면 더 좋을뻔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층은 처음 앉아보거나 끽해야 두번째였을텐데 2층치고는 소리가 괜찮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어..


합창...하니까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나는데, 그 드라마 자체는 참 별로였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딱 좋아하는 장면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신분을 숨기고 오디션을 본 서혜경씨가 연주회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치던 장면. 거기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와서 꿀럭꿀럭하고 울었다. -_-  그리고 또 하나는 합창 교향곡만 하려고 하면 늘 불운에 악운이 겹쳤던 강마에가 합창단 없이 9번을 연주하던 장면. 환희의 송가가 막 시작되는 부분에서 양 사이드로(맞나?) 합창단이 노래를 하면서 들어온다. 오글거리는 연출이지만 뭐 어떤가. 이 곡에는 그런 극적인 에피소드가 어울린다.

연말을 합창교향곡으로 보내는 건 처음이라 이번에 듣고 좋으면 연례행사쯤으로 자리 잡으려고 했었는데 오늘 공연이 그다지 베스트는 아니었기 때문에 내년에 여건되면 한 번 더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말란다. 칸타타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으로 보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그나저나 오늘 밤은 누구의 합창을 들을 것인가.... 끄응... 카라얀의 푸몽칸 라이브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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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9. 말러 오딧세이, 경기도 문화의 전당


P R O G R A M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Berlioz, Louis Hector-Le Carnaval Romain" Overture

메르카단테, 플루트협주곡 마단조
G. S. R. Mercadante-Flute concerto e minor

말러, 교향곡 제1번 라장조 <거인>
Gustav Mahler-Symphony No.1 in D Major 'The Titan'

Flute-Philipp Jundt
Conductor 유광  & 경기 Philharmonic Orchestra



좋았다. 특히 말러 1번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좋았다.
늘 아쉬운 건 공연장의 음향. 그보다 관객들의 매너.


예습을 안해 대체 언제 박수를 쳐야할 지 몰라서 악장 사이마다 박수치는 사람들을 위한 Tip-
지휘자가 돌아서서 인사할 때 치면 된다.
박수 좀 늦게 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 없다.
민망해 질 것 같으면 마치 여태까지 여운을 즐겼다는 듯이;;; 한숨을 한 번 내쉰 후
2분 음표로 시작해 아첼레란도로 쳐주도록 하자. ㅡ_-)y~
이 때 고개를 살~살 저어주면 더 효과가 좋다. --_--

물론, 공연장에서 공연시작 전, 인터미션 후-
이렇게 두 번만 안내방송을 해 준다면 더 해결이 쉬운 문제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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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30. 하이든 교향곡 시리즈, 한전아트센터


내가 일부러 예매할 것 같지는 않은;;; 하이든 공연에 당첨되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교향곡 씨디와는 프로그램이 겹치지 않아(핑계) 예습 전혀 안 한 상태로 돌진-

마침 스케줄이 일찍 끝난 니룡언니와 임병주 산동칼국수에서 저녁을 먹었다.


칼국수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서 냉면을 시키는 게 바보짓이긴 한데;;;  오늘 날씨가 칼국수를 먹고 싶진 않아서.
물냉면은 괜찮았으나 그렇다고 와- 훌륭해까진 아니었다.


오히려 비빔냉면이 더 맛있었다. 왕만두도 시도해보고 싶었으나 먹었다간 배터질까봐 관뒀다. 흑- 맛있었을것임에 틀림없닷!!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는 이렇게 말했다.썼다.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아버리면 다음 여행이 가난해진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 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음식점에 먹을 메뉴를 남겨놓는다. 훗-


Strum und Drang Symphonies
Symphony No.26 in d minor "Lamentatione"
Concerto for Harpsichord in D Major
Symphony No.40 in F Major
Symphony No.43 in E flat Major "Mercury"

Jose Ferreira Lobo/Seoul Classical Players


질풍노도시리즈라는 이름과는 달리 소편성에 나긋나긋한 음색, 딱히 기복이 심하지 않은 흐름의 곡들이었고, 역시 관건은 관악인가. 잘 맞지 않는 호흡과 삑사리에 괴로웠고, 심지어 지휘자는 허밍을 하는 것 같았다. 아아아-(쓰고 나니 웃기네;;)

다들 열심히 자기 길을 닦은 사람들일텐데. 역시 음악은 보통이 아니다. 잘하는 걸 넘어서서 듣는 사람에게 감동까지 주려면 에지간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인가보다. 좋은 연주는 몸이 먼저 느껴 들썩들썩거려지건만 그냥 편안하게 졸다 듣다 졸다 듣다 왔으니... 요즘은 아주 뻑하면 졸아. --_--

드라마의 클리셰중에 클래식 공연에만 데리고 가면 조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여러분. 꼭 공연장에서 잔다고 해서 사람이 문화적 소양이 없다거나 관심이 없다거나 그런게 아니에효. 사람이 조는데 다른 이유가 있나요. 졸려서 그런거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렐스 버전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의 3악장을 들었다. 아. 속이 뻥 뚫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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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aikovsky: Symphony no.6 "Pathétique"




사용자 삽입 이미지

Mikhail Petnev/Russian National Orchestra/Virgin/1991 (44:29)
Carlo Maria Giulini/Los Angeles Philharmonic Orchestra/DG/1981 (46:35)
Guido Cantelli/Philharmonia Orchestra/Testament/1952  (42:54)
Mikhail Petnev/Russian National Orchestra/DG/1995  (45:57)
Evegeny Mravinsky/Leningrad Philharmonnic Orchestra/DG/1978  (43:46)
  Herbert von Karajan/Berliner Philharmoniker/DG                        


엄마는 오빠와 내가 각각 초등학교 5학년 쯤 됐을 때마다 음악사에 데려가서는 하나씩 테입을 사주셨다. 그렇게 갖게 된 내 소유의 첫 테입은 유재하였다. 엄마는 별로 마음에 안들어했지만. 아마 내심 클래식을 고르길 바라셨던 것 같다. 그 기대에 맞게도 오빠는 처음엔 합창(카라얀), 그 다음엔 전원(뵘), 그리고 비창(카라얀)순으로 아주 착실하게도 성음의 시리즈를 열었다.

오빠가 매니아의 기질/수집가의 성향을 타고 났다면 그 덕에 나도 이거저거 들어볼 수 있었을텐데. 오빠는 뭐든 하나 있으면 지겹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는지 전혀 레퍼토리를 늘리지 않는 타입이고, 나는 더 우선순위가 높은 아이템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으므로 어쨌든 둘 다 지겹게도 저 세 개의 교향곡과 몇 개의 협주곡을 반복해 들었다.

덕분에 내 머릿속에는 카라얀의 지휘가 일종의 표준연주로 각인이 되어 있어서 어떤 씨디를 들어도 그 느낌이 안 나 다시 카라얀을 사야되나...하던 차에 내 포스트를 보고 한 블로그 이웃이 그렇다면 쥴리니를 들어보는 게 어떠냐며 갖고 있던 (이미 폐반된)쥴리니의 음반을 선물로 주었다. 당연히 기대가 높았으나...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거기서 또 2 년이 흘러, 이번에 오빠방에서 먼지 쌓인 카라얀의 테입을 찾아냈고, 한 달 동안 틈틈이 여섯 개의 연주를 돌아가며 들어보았다. 지금의 나는 조금만 주의를 집중하면 머릿속에서 비창이 끊임없이 흘러갈 정도다.

그런데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Pathétique.
정말?

디테일까지 외워 버릴 정도로 들었지만 단 한번도 슬프거나 울고 싶을 정도로 공감한 적은 없다. 이건 이상하다. 슬프기는 커녕 3악장에서는 팔까지 휘두르고 발로 박자를 맞추고 있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Sergiu Celibidache/Münchner Phiharmoniker/EMI/1992  (57:39)


첼리비다케를 두고 누가 그렇게 말해놨더라. "통곡하지 않고 흐느끼는 무거운 연주"라고. 번스타인과 스베틀라노프(아울로스)를 추천하면서는 "추운 겨울에 눈보라 속에서 울고 있는 느낌의 연주" 란다. 그래서 첼리비다케를 골랐다. 한 달 들었으면 됐다, 더 들어도 여기서 달라지는 건 없을꺼니까 다른 걸 들어보자는 내 나름대로의 돌파구였던 셈이다.

위의 연주들을 들으면서는 Pathétique이라는 표제만 없다면 3 악장이 끝이다-라고 생각했다. 첼리비다케는 다르다. 전체적으로 느릿하고 거기에서 오는 긴장감이 4 개의 악장 모두에 깔려 있어 곡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밤에 헤드폰을 끼고 누우면 영화음악을 듣는 것 같이, 대사없는 오페라를 보는 것 같이, 서로 화답하고 고조되며 울부짖는 듯한 느낌까지 선명하다.

지금의 나는 마치 유행가를 너무 많이 들어 가사가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면서도 정작 그 노래가 전달하려는 정서는 느낄 수 없는 상태와도 비슷한 것 같지만, 언젠가 다시 비창을 듣고 싶어질 때 꺼내게 되는 것은 아마도 첼리비다케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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