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에 해당되는 글 13건

  1. Bach: Goldberg Variations, BWV 988 2007.05.18
  2. piano and me 2007.04.13
  3. Bach: French Suites, BWV 812-817 2007.04.13
  4. Bach: Brandenburg Concertos, BWV 1046-1051 1 2007.03.31
  5. 바흐 2007.03.24

Bach: Goldberg Variations, BWV 988


이렇게 찍는 게 그나마 낫구나. 스캐너가 있으면 그냥 싹 밀어버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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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건 이 중에 없다. 이렇게 많이 갖고 있는데 정작 가장 좋아하는 건 씨디로 갖고 있지 않다니. 어쩐지 이상하다.

예전에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호구조사도 패스하고 그냥 바로 골트베르크에 대해 신나게 얘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초점은 "음의 지속성"에 맞추어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게는 그게 핵심이다. 그래서 현악기같은 편곡버전은 이 곡에 있어 에러라고 본다.

이 곡이 작곡되어 연주될 당시에 음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대신 일회성을 획득(?)하게 되었으니 그만큼 음악이란 귀하고 드문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귀가 잠시도 쉴 틈이 없고, 원하건 원치 않건 음악에 자주 노출되니만큼 소리를 덮을 소리도 때로는 필요하다. 이렇게 이 곡을 많이 갖고 있는 이유는 아마 그것 때문인 듯 하다. 일종의 기능성 음악으로, 짤막하게 끝나는 각 변주를 굳이 하나로 묶어 감상을 이어갈 필요 없는 만만함. 즉, 나에게는 키치와 예술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듯 한데, 그래서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변주곡 따위에서는 감동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까페에서 대화의 빈공간을 채워주는 용도의 음악이 키치일지라도 음악을 듣기 위해 대화를 멈추는 순간 그 음악은 곧 예술이 되는 거라면, 내가 좋아하는 연주는 분명 예술의 범주에 속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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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and me


피아노가 정말 너무너무 치고 싶은 날이 있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대체 이렇게 치고 싶은 마음이라면, 얼마나 쳐야 풀리나 어디 한 번 보자- 해서
스탑워치를 눌러놓고, 됐다 싶을 만큼 쳐봤다. 애걔~ -_- 40분이었다. 
음. 이 정도면 점심 먹고 매일 칠 만 하겠군, 했더니 웬걸.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급기야 오늘은 아침에도 치고 저녁에도 치고...
전부 세시간쯤은 친 것 같다.  음.... 나 요즘 스트레스가 좀 쌓였나...



몇 년 전에 잠깐 다시 피아노를 배울 때, 
첫날 인벤션 한 곡을 쭈욱 치고 나자 선생님이 아- 좋다. 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마치 맛있는 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저절로 나오는 소리 아- 맛있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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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이걸 마지막 곡으로 치고 그랬다.
치면서도 기분이 좋고, 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입으로 소리내어 '아.... 좋다.' 라고
그 날의 선생님처럼 내뱉듯이 말했다.
그러고서도 뭔가 아쉬워 연속으로 세번을 더 치고서야 뚜껑을 덮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손가락연습겸-_) 해서 매일 48곡을 쭈욱- 한 번씩 친다고 했었는데...
새삼 부럽다. 나도 소나티네 치듯이 전곡을 쭈욱 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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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French Suites, BWV 812-817


들으면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곡이 있는가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건 쳐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하는 곡이 있다

바흐의 클라비어 곡들 중에서는 WTC와 프랑스모음곡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말해온 것처럼 나도 바흐를 칠 때는 뭔가 조금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
쉬워보이는 악보조차도 사실은 "제대로" 치기 매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치다보면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건 간에, 감정의 찌꺼기나 스트레스 같은 건 날아가버리고
어느새 무념무상의 집중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힘들게 산을 오른 게 아니라 걷다보니 산에 들어가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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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기도 하고
워낙 개성이 강렬해서 굴드로 시작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10년전에도 그렇게들 말했었고 지금의 나도 누가 의견을 묻는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나는 언제나 굴드를 먼저 선택한다.



하지만 이 곡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이 음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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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6번만 실려있는데, 이 연주를 듣고 그냥 뿅~♡가버렸다.
4번까지는 '음...그래, 굴드도 좋아.' 라고 생각하지만
5번에 오면  '음...역시 좀 부족해...' 하고 생각하며
6번에서는 결국 못참고 해블러를 걸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이 곡은 1-2-3-4와 5-6으로 나뉘어진다) 


전곡반↓ 
씨디들 사이에서 이 음반을 발견하고 덜컹-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역시 직접 가서 음반을 사는 것에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택배박스를 받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손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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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좋다.

아직은 이 느낌을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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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Brandenburg Concertos, BWV 1046-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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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오랜만에 헤드폰을 끼고, 마리너를 들으며 자려고 했던 건데
천둥소리때문에 깨서 마리너-괴벨-브륄까지 연속쓰리콤보로 들어버렸다.

그러다가 퍼뜩! 이 연주의 장점을 알게 됐다.
어떤 것이 가장 브란덴부르크 협주곡다운 브란덴부르크인가.
어떤 것이 가장 그 곡다운 연주인가- 라는 기준은 어떻게 생기는가.
요 며칠 계속 들으면서도 잡힐듯 말듯 흐릿- 했는데.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들을 땐
1번과 2번의 관악이 쏘는게 심하게 거슬려서 계속 3번부터 들었지만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곡의 흐름을 잡고 나니 거슬림이 사라져버렸다.
이럴 때마다,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같이 가야 한단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아마도)치아키가 지휘하는 부분에서
노래하게 하라- 음이 노래하고 싶어하는 길이 만큼! 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찾아보려고 했으나 몇 권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 연주를 들을 때 감상이 그 비슷하다.
마리너나 브륄의 경우 지휘자가 있고
모든 악기들이 지휘자의 설계에 맞추어 연주한다면
괴벨의 경우에는 지휘자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고
모든 악기들이 스스로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게 조화가 된다.
유기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모든 성부가 독립되어 있는 동시에 커다란 하나의 호흡을 같이 하고 있어,
A가 치고 빠지는 사이 어느새 B가 리듬을 타며 넘실댄다.


특히나 3번의 1악장 Allegro Moderato는
쇄골 사이의 움푹 패인 곳(영국인 환자에서 여길 뭐라고 불렀더라)부터
명치밑까지를 먹먹하게 만드는 동시에
커다랗게 휘어진 발톱이 사정없이 후벼파 긁어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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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이백년만에 고클에 들어가봤더니 바흐에 대한 영화는 없나요? 란 질문에 바흐란 사람 인생에 뭐 대단한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만들어질리도 없으며 만들어진다 한들 흥행이 되겠느냐.. 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바흐의 인생은 참 재미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특정 만화가를 떠올리며 그 사람이 바흐를 소재로 해서 만화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컴퓨터를 켰는데.


인생 자체가 잔잔하고 무덤덤하지만 곳곳에 이야기소재가 숨어있는 드라마 아닌가? 극적인 삶이라기보다는 음악인이자 생활인이었던 천재의 삶이고. 권교정씨. 바흐 그릴 생각 없나요. 이건 당신이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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