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바보 손에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악용될까봐 밤마다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는 치아키의 말처럼,
나 역시 그런 거 손에 넣어도 세계평화와 인류복지를 위해서 쓰기는 커녕, 시험 좀 더 잘 보고, 실수 좀 덜하고, 인연의 싹을 잘라내거나 틔우는데 썼을 게 분명하다. 결론은 나도 바보.


Time waits for no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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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OPEN & CLOSE

엄마는 매달 15일쯤 되면 이번달도 다 갔다~라고 하다가 나한테 꼭 한 소리를 듣는다.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꼭 그렇게 세월을 빨리 보내야겠냐고. 근데 진짜 5월이 다갔다. 언제 다갔나. 진작 여름날씨여서 뭐 딱히 6월이라고 달라질 건 없지만, 하여간 새 달. 새 날이다.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의 한 부분이 떠오른다. 4권짜리의 이 소설은 이제 내게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정확한 내용 확인은 할 수 없다.

주인공-이름이 와타야 노보루였나? 의 외삼촌인지는 하는 가게마다 족족 성공한다. 그래서 와타야 노보루에게 그 비결을 설명해주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 사람들은 늘 A.B.C 순서로 일을 진행하려 하지만 벽에 가로막힌, 실이 마구 엉켜있는 것 같은 상태에서는 뭐가 진짜 중요한 일인지도 잘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해서 잘 되지도 않는다. 그럴때는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일, 가장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일부터 처리해나가면 어느샌가 해결이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X.Y.Z부터.

그 부분의 맨 마지막 문장은 마침 어딘가에 적어두었다.
시간을 들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돼.
충분히 무언가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제일 세련된 형태의 복수란다.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나. 어떤 변화는 긴 시간과 큰 노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시간쯤은 각오하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작은 것부터. 당장 할 수 있는 가벼운 것부터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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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어영부영 살다가 내 이렇게 끝날 줄 알았지.  

-George Bernard Shaw


 

이 양반. 노벨문학상도 타고,
100년 가까이 살고서도 묘비에 저렇게 적었다.
욕심많은 영감탱이 같으니.  ㅡ_-)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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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백년이 넘으면 마음을 갖고, 사람을 현혹한다. 우유당몽돌




살아남아 오래된 물건에는 비싼 값과는 별개로 묘한 매력이 있다. 과거에 만들고 썼을,
이제는 없는 누군가와 현재의 내가 마치 하나의 접점으로 연결된 기분.
잘- 만들어진 물건이 시간에 버텨내온 힘.이라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신라시대 토기라든가 고려시대 청자라든가 식으로 '시대' 단위로 넘어가면 인간이 만들었음에도
막상 길어야 100년 남짓 사는 인간과는 포쓰의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역시 물건에 뭔가 깃든다면, 혼보다는 집착이 더 많지 않을까.


원제가 우유당몽돌인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은
우유당이라는 골동품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므로 골동품점답게 다기들도 많이 등장한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벼루 이야기, 그리고 두 번째가 이것이다.

일본 미술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 영국인 교수가 어느 날 벼룩 시장에서
귀여운 티팟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는 중국제 차후(다호)를 하나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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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문양이 그려진 이 작은 차후에 우유당 손자 렌을 위한 차를 대접해야겠는데
홍차가 똑 떨어진 마당에 수입산 홍차는 비싸서 못 구하고 마침 있는 일본산 홍차라도 내야겠다 생각한다.
맛이 떨어지는 건 우유와 설탕으로 대충 감추면 되고; →이런 대충 자세. 아주 바람직하다. -_)



차를 넣고, 역시 향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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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다. 그냥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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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본인의 컨디션을 의심하며 한 번 더 시도해 보자, 다시 이 동자가 나타나서는
이 찻잎이 아냐.
찻잎은 우이샹 찻잎이 좋아.
물은 두 번 끓이면 안돼.
설탕 안 돼.
우유 안 돼.
차 향기랑 맛을 즐겨.
다음은 더 좋은 차를..


앙증맞은 잔소리를 하고는 스르륵- 사라진다.

렌을 불러놓고도 교수가 계속 맛 없는 차잎을 넣자 차후의 정령?은 버럭 승질을 내며 엎어버리고 사라진다.
아마도 우이샹 찻잎이라는 건 무이산을 말하는 것 같다.
이러쿵저러쿵 해서 맛있는 차를 넣게 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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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비례가 매우 이상하므로 사람 부분은 오래 쳐다보지 말도록 한다.



가끔 물을 넣어두고 멍-하니 있다가 탕약;을 마시는 때가 있는데.
아니 그럴 땐 저렇게 귀여운 동자가 나타나 뒤통수를 한 대 치며
뭐하는거야
시간넘었어
찻잎은 그만큼만
물은 더 뜨겁게
다음엔 더 좋은 차를-
하고 알려준다면.....


부셔버릴지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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