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 오늘, 친구들을 만나고 들어오는 길에 달을 봤다.
완벽에 가까운 원형으로 빛나는 달.
1Q84 3권을 읽고 난 이후부터 달은 그저 달이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춥다고 살짝 반항하는 엄마에게 가디건을 입혀 주차장으로 같이 나갔다.
추석에는 보름달을 봐줘야 하는 거라고.
엄마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물론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저 둥그런 천체가, 게다가 지구에서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저 위성이
지구에 사는 어떤 사람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내 주위 사람들이 그런 것을 믿었으면 좋겠고,
달을 보며,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었으면 좋겠고
그들이 사는 세계에는 신이, 혹은 귀신일지라도,
뭔가 미지의 존재들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가끔 치는 내 코웃음 따위는 그냥 순간일 뿐이니 가볍게 무시하고.
어쩌면 내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사라져 건조하고 적막해진 것 같기도 하다.
문학적 재미를 위해서라도 약간은 남았어야 좋았는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