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떨어지면 돈이 무지 아까운, 비싼 영어 시험을 기적적으로 패스했다.
걍 답안지에 바로 썼어야 했는데 연습지에 쓰고 그걸 옮겨적는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몇 문장을 옮겨 적지 못했고,
셋째손가락과 넷째손가락에 볼펜 끼우고 쓴 것 같은 그지같은 글씨로 썼는데
다행히 여유있는 점수로 합격 -_-v
기쁘기도 하고, 무지무지하게 다행스럽고, 다행스러운 만큼 내 멍청함이 아찔하기도 하다.
혹시나 떨어지면 쪽팔리니까 몰래-_- 다시 봐야지 했는데
돈과 시간을 또 쓰지 않아도 되서 정말 다행.
2.
누가 보고 싶다고 느낀 게 정말 오랜만인데
오늘 꼬꼬마 하나랑 밥을 먹으면서 긴 대화를 하다가
문득 친구가 보고 싶어져 문자를 보내 약속을 잡고, 잠깐 만났다.
문자 보내고 실제로 만나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좀 희석되긴 했지만
특정한 누군가가 갑자기 보고 싶다고 강렬하게 느낀 게 무지하게 오랜만이었다.
동네에 친구들이 산다는 게 그 자체로 고맙다.
3.
요즘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만 냅다 듣고 있다.
약간의 편집증적 기질이 있다 보니 첫회부터 한 회도 빠지지 않고 파일을 다운받아 차례대로 듣는다.
살고 있는 시간은 2010년 초겨울이고, 듣는 것은 2008년 한겨울의 시간이다.
약 2년이라는 시간적 괴리감이 묘한 느낌을 주고, 그럼에도 대략 일치하는 계절감에 더욱 묘하다.
그리고 내년이면 아마 이 간극이 많이 메워지겠지.. 생각하면 암담하다.
내년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클래식은 좀 덜 듣게 되는데 지난 달 어떤 시험이 있던 무지하게 바쁜 날.
지친 정신과 피곤한 몸에 들었던 Lazar Berman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올해 들었던 어떤 음악, 어떤 연주회의 순간보다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음악은 늘 위로가 된다. 음악을 즐겨서, 그것이 내 인생의 행운 중 하나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4. 간만에 커피를 마셨더니 카페인 부작용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