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28. 서울시향 합창

이제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례행사.

지휘는 크리스토퍼 에셴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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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8. 서울시향 베토벤 9번

작년엔 유럽여행으로 가지 못했던 서울시향 합창을 들으러 예술의 전당에 갔다. 몇년째지?

부지런히 미리 예매해 준 재연이 땡큐. 내년 건 이번엔 내가 예매했다 ㅋㅋㅋ

 

오늘 지휘자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항상 사진 찍는걸 열심히 달려가 제지하더니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도 제지하지 않더라. 그래서 나도 한 컷 찍었다 ㅎ 사실 공연 전과 커튼콜 때의 사진을 왜 찍으면 안 되는지는 이해불가. 영상촬영이라든가, 공연중간에 찍는 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연주는 여태껏 들은 합창교향곡 중 가장 특이한 연주였다 ㅎ 먼저 더블베이스와 첼로가 모두 왼편에 배치되어 있다. B블럭에 앉았던 나에게는 저음부가 매우매우 강화된 소리가 들렸는데 D블럭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들을 수가 없으니 다른 자리에서 어떻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합창은 아니라도 내가 D블럭에 안 앉아본 게 아니기 때문에, 또 D블럭에서 비슷한 편성의 교향곡을 들어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단순히 배치뿐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에서 베이스 음이 강조된 느낌이었다. 관악기도 마찬가지였음.

 

전체적인 템포를 생각해 보자면 결코 느리지 않았는데 부분부분에서는 느리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저음부가 강조된 소리와 맞물려 그 느낌이 더 컸다. 게다가 평소에는 유난히 튀지 않던 악기들이 자기 소리를 강하게 내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글쎄. 매우 개성있게 들리긴 했다. 예를 들면 오늘 트라이앵글이 조금 다르게 생겼는데 소리도 달랐다. 크지 않으면서도 음색이 달라서 매우 튀었다. 심벌즈 소리도 튐. 트럼본을 강조해서 클라리넷과 오보는 묻히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튀었던 건 피콜로! 세상에. 그렇게 튀는 피콜로는 처음 들어봤다. 마치 노아의 방주에서 날려보낸 비둘기가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의 피콜로였다.

 

확실하게 좋았던 부분 부분도 있다. 먼저 3악장에서의 바이올린 좋았다. 설레기까지 함. 그리고 소프라노 좋았다. 들어올땐 네 명 중에 가장 왜소한 체구라 살짝 걱정했는데 일단 시작되자 존재감이 엄청남. 청아하고 시원하면서도 카리스마있는 고음을 내주어서 짜릿했다.

 

Ihr stürzt nieder, Millionen?
Ahnest du den Schöpfer, Welt?
Such' ihn über'm Sternenzelt!
Über Sternen muss er wohnen.

 

 

이 부분을 특히 좋아해서, 이 부분이 만족스러운가가 판단 기준 중의 하나인데, 아직 결정적인 연주는 못 찾은 것 같다.

 

공연을 보고 들은 후 돌아오는 길에, 그 공연이 매우 만족스러웠으면 아무것도 듣지 않고 되새김질하면서 오는데, 뭔가 아쉬웠으면 당장 이어폰을 꽂고 다른 연주(주로 CD로 가지고 있는 결정반들)를 들으면서 오거나, 집에 오자마자 꺼내서 듣는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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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서울시향 공연 스케줄


[마스터피스 시리즈]

마스터피스 시리즈 I  
02월 24일 목요일, 20:00
지휘: 유카페카 사라스테
시벨리우스, 포욜라의 딸/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마스터피스 시리즈 II
05월 19일 목요일, 20:00
지휘: 성시연,   피아노: 넬손 괴르너
드보르자크, 사육제 서곡/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베토벤, 교향곡 5번

마스터피스 시리즈 III
07월 07일 목요일, 20:00
지휘: 제임스 저드,   피아노: 니콜러스 엔절리치
베를리오즈, 해적 서곡/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브람스, 교향곡 4번

마스터피스 시리즈 IV
12월 30일 금요일, 20:00
지휘: 정명훈,   독창 및 합창: 미정 TBA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말러 2011 시리즈]

말러 2011 시리즈 I
01월 14일 금요일, 20:00
지휘: 정명훈,    소프라노: 리사 밀네
모차르트, 환호하라 기뻐하라/말러, 교향곡 4번

말러 2011 시리즈 II
01월 21일 금요일, 20:00
지휘: 정명훈,   피아노: 조성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말러, 교향곡 5번

말러 2011 시리즈 III
10월 20일 목요일, 20:00
지휘: 정명훈
말러, 교향곡 6번

말러 2011 시리즈 IV
11월 11일 금요일, 20:00
지휘: 성시연
바그너, 로엔그린 1막 전주곡/말러, 교향곡 7번

말러 2011 시리즈 V
12월 09일 금요일, 20:00
지휘: 정명훈
말러, 교향곡 9번

말러 2011 시리즈 VI
12월 22일 목요일, 20:00
말러, 교향곡 8번

 
[명협주곡 시리즈]

명협주곡 시리즈 I
03월 11일 금요일, 20:00
지휘: 에이빈 오들란,   첼로: 고티에 카퓌송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브람스, 교향곡 2번

명협주곡 시리즈 II
06월 03일 금요일, 20:00
지휘: 휴 울프,   바이올린: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9번/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슈트라우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명협주곡 시리즈 III
07월 21일 목요일, 20:00
지휘: 제임스 개피건,   바이올린: 시모네 람스마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명협주곡 시리즈 IV
09월 23일 금요일, 20:00
지휘: 마티아스 바메르트,   바이올린: 빌데 프랑
로시니, 세미라미데 서곡/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베토벤, 교향곡 7번


[익스플로러 시리즈]

익스플로러 시리즈 I
03월 24일 목요일, 20:00
지휘: 리오 후세인,   바이올린: 스베틀린 루세브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1945년 판)

익스플로러 시리즈 II
06월 23일 목요일, 20:00
지휘: 루도비크 모를로,   바이올린: 강혜선
이베르, 기항지/마누리, 바이올린 협주곡 "시냅스"/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라벨 편곡)

익스플로러 시리즈 III
12월 24일 목요일, 20:00
지휘: 알렉산더 셸리   첼로: 앨리사 웨일러스틴
브리튼, 4개의 바다 간주곡/윌튼, 첼로 협주곡/홀스트,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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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2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 V



베토벤 레오노레를 할 때만 해도 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1. 아까 재연이와 말할 때 이름이 생각 안났던 그 여배우의 이름은 무엇인가. 가갸거겨부터 훑어보자. --_--
2. 작년에도 그렇게 깠는데 왜 또 합창석을 오픈해 무대를 저렇게 좁게 쓰나. 내년부터 진짜 안올까보다
3. 아 벌써 연말이구나. 올해 가장 좋았던 공연은 뭐였지. 1.2.3위를 뽑아볼까.
그렇다고 레오노레가 안좋았단 얘기는 아니고(그렇기는 커녕 매우 좋았지), 집중이 덜 된 상태였다.



그리고 인터미션 없이 9번 합창교향곡이 시작되었다.

참 이상하다. 분명 음악을 듣는 것은 귀인데. 음악이 좋을 때는 몸이 먼저 안다.  좋은 연주를 들을 때는 몸이 들썩거린다. 신발 안에서 발이 꿈틀대고, 손가락이 까딱대고 어깨가 움직댄다. 이런... 이 연주는 1악장부터 시작이다. 아........이 오케스트라는 살아있구나. \(´ ∇`)ノ 저 사람들 사이에 넘실대는 긴장감은 한 방향을 향해 일어서 있고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음악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내가 만약 연주자라면 이런 오케스트라에 있고 싶을 것이다. 몇 밤쯤은 설레고 몇 밤쯤은 이불속에서 하이킥을 날리겠지. 긴장하지 않고 곤두서지 않은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매력이 없는지 이들을 보니 알겠다. 아아..단원들의 몸이 물결친다. 음악을 만드는 몸짓은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이라 더 멋지다.  ㅠ_ㅠ

당근 타이머를 재지 않았으니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템포를 약간 빠르게 잡았다. 3악장에서야 그 생각이 들어 시간을 얼핏 쟀는데 대략 16분 안쪽으로 떨어진 것 같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컨트롤이 흔들리기도 했고, 미스도 몇 번 났다. 하지만 가끔 쏘기는 했어도 물속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부드럽게 퍼져가는 관악, 볼륨있게 넘실넘실 리드미컬한 곡선을 그리는 현악. 아... 이게 딱이다. 나는 9번이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몰아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3악장에서 조금만 숨을 고르고 4악장부터는 그냥 달리는거다. 불꽃놀이의 클라이맥스처럼 그냥 빵빵빵빵하고 터져서 정신없이 혼을 쏙 빼놓을 때까지. 이렇게 안하니까 1.2.3악장은 지루하다는 얘기를 듣는거다.

어떻게 4악장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악장간에 터져나오는 기침소리가 너무 길어 연주자들도 지휘자도 그랬겠지만 나도 답답했다. 흐름이 사라질만치 간극이 너무 길다. 조금만 쉬고 이 여세를 쭉 몰아쳐 달라고... ㅠ_ㅠ


4악장이 시작되고 사실 나는... 나를 조금만 놓았어도 울었을 것이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서 서서히 차오르는데 이건 뭐. 이럴때보면 나 같은 애는 참 꼬시기 쉬운 애다.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빛이 통과되고 돔형 지붕 아래 합창단과 연주자가 이런 음악 빵빵 연주해대면 그냥 종교로 귀의해버렸을지도 몰라. -_- 굳이 텍스트를 동원할 필요가 없다니깐.  이런 분위기면 한방이다. 하지만 음량이 부족하다. 부족해. 좀 더 크게 좀 더 나를 감싸줘. 저 소리, 저 파장과 진동 한가운데 있고 싶다. 아....다섯 줄만 앞으로 가서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ㅠ_ㅠ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여 뿜어내는 파워는 이렇게나 강력하다. 뒷목이 쭈뼛 서고 정수리가 열릴 만큼. 환희의 송가 중에 나는 두 세번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하나의 감각으로 무의식적인 집중이 일어나는 거겠지. 바로 이걸 바라고 그 많은 연주회를 다녔는데 왜 올해엔 이런 경험이 처음인거지?


정말 최고였다. 올해 보고 들은 연주회 중 최고.





이런 게 이해가 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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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예매한 공연스케줄


[예매한 공연]

01월 29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부천필 슈만&브람스 페스티벌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작품 77/슈만 교향곡 2번

02월 26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부천필 슈만&브람스 페스티벌
슈만 가곡 미르테의 꽃/슈만 가곡 시인의 사랑/브람스 교향곡 1번

03월 11일 목요일 20:00 예술의 전당
The Great 3B Series 수원시향&김선욱
베토벤 협주곡 1번/베토벤 교향곡 1번/베토벤 교향곡 8번

04월 13일 화요일 20:00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대전시향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말러 교향곡 5번

07월 21일 수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임헌정 지휘, 주희성 피아노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텔 서곡/슈만 피아노 협주곡/브람스 교향곡 3번

09월 16일 목요일 20:00 예술의 전당
서울시향 명협주곡 시리즈
미코 프랑크 지휘. 김선욱 협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0월 01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임헌정 지휘, 한동일 피아노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슈만 교향곡 4번

11월 03일 수요일 20:00 예술의 전당
서울시향 말러시리즈
정명훈 지휘. 라두 루푸 협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말러 교향곡 1번 "거인"

11월 26일 금요일 19:30 부천시민회관
임헌정 지휘
브람스 교향곡 4번/브람스 애도의 노래/브람스 운명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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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03. 서울시향 마스터피스 시리즈 IV








바로 이 K.314를 들으러 갔다. 브루크너 8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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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27. 서울시향 비르투오조 시리즈 I



무소륵스키, 민둥산의 하룻밤(스토콥스키 편곡)
Mussorgksy, A Night on Bald Mountain(arr. Stokowski)


대체 민둥산에선 밤에 뭔 일이 있었던 걸까. 좀 검색해보면 알아낼 수 있겠지만 오늘 버스 안에서 계속 민둥산의 스토리를 상상해보았다.. -_-a 끄응- 상상력이 비루하다보니 너무 뻔한 이야기만 떠오르는구나.

음반을 갖고 있지 않아 공연 전날 유튜브에서 찾은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봤는데 실연은 그것보다 훨씬 좋았다.
놓치기 쉬운 작은 소리들이 다 들렸음은 물론이고, 대략 일곱번이었나 여섯번이었나...종소리 후의 오보에였나 클라리넷이었나..(뭐 기억하는 게 없어 -_-)에 이어 플룻 독주가 흘러나오자....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마치 천장 위에 드리워진 밤의 장막이 걷히고 해가 떠오르며 아침의 살짝 날카롭고 생생한 공기가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 그대로 들렸다. 와우.

지휘자인 키릴 카라비츠Kirill Karabits는 작은 소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현악부가 풍부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음반이나 영상물에서는 그저 볼륨으로만 느낄 수 있는, 속삭임과 같은 피아니시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플랫 단조, 작품 23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 flat minor, Op.23


아...김선욱... 김선욱... _♡ 
비르투오조 시리즈라는 말이 걸맞게도 폭주하지 않는 비르투오시티를 발휘해주었고, 그 놀라운 집중력과 체력!!
니룡언니 말처럼 피아노가 작아보일만큼 카리스마가 있었고, 난 이 곡 내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역시나 작은 피치카토들과 공기를 머금은 듯 풍성한 오케스트라는 왜 음반이 아니고 공연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되어 주었고, 조화도 잘 이루어졌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먼저 오케스트라에 피아노의 소리가 종종 묻혔다. 또 이상하게도 이 날 공연은 왠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데가 있었다. 보통 그렇게 하듯이 내달리지 않아서인가. 김선욱도 박수에 화답하러 나왔을 때 보니 거의 탈진 상태였고, 나도 2악장이나 3악장쯤 되면 아...박수치기도 싫다.. (걍 앉아서 듣는 주제에) 무슨 날밤까고 일이라도 한 것 같이 피곤하다...이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연주는 아주 좋았기 때문에 막상 곡이 끝나면 내가 느낀 감동을 박수 아니고는 표현할 수가 없어서 열심히 박수를 쳤지만.

대체 왜? 마침 읽던 책 중에 니체의 말이 나온다.

"하나의 작품을 완벽한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예술가는 자신이 지닌 힘의 4분의 3만 표현해야 한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그냥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e단조, 작품 64
Tchaikovsky,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좋았다. :-)
앞으로 이 곡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이건 예술의 전당 들어가는 건물(난 아직도 그 센터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에 있는 물방울 분수. 크리스마스 조명처럼 한줄로 일정하게 반짝반짝 방울방울 떨어진다. 그냥 보면 분수라고 생각못하고 조명이라고 할 만큼 신기하다. 요즘 X 캔버스 CF에 나오는 것과 같은 기술인 것 같고, 광고중에 나오는 글씨는 물방울이 만들어내는 글씨다. 조명과 밸브제어로 이루어지는 듯.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




HOW?
네이버 지식iN


+ 민둥산의 하룻밤은 역시나 백귀야행, 악령들이 출몰하는 밤... 이런 내용이었다.
마을의 교회에서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아오고 하룻밤의 고난이 끝나는,
생각했던 뻔한 스토리.

그런데 그 산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피곤하겠다.

아니, 어쩌면 막 무서워하거나 겁내지 않고,
어휴, 저것들 또 시작이야 --_-- 하면서 의연하게 살 지도;;;

아- 정말 쟤네들 설칠때마다 불편해 죽겠어요-
땅값 떨어져요-하면서 이장한테 항의하거나... ㅡ_-)



+ 인터미션때 우리 좌석 옆 통로로 임동혁이 지나갔다.
물에 씻어 놓은 듯; 깨끗하게 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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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15. 서울시향 명협주곡 시리즈 I





횡단보도 왔다갔다 하면서 찰칵- 
연주회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코딱지만큼도 잡아내지 못한 사진이로군. 다음에는 콘서트홀 사진을 한번 찍어야겠다. 

이 날의 주 레퍼토리는 엘가의 첼로협주곡이었는데, 사실 난 이 곡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니까 평소에 프로그램을 보고 공연을 고르는 것과는 달리 이 날의 공연은 그냥 공연 그 자체가 가고 싶어서 간 셈이다. 예습용 파일을 아이팟에 넣어두긴 했지만 지난 공연 이후 내내 모차르트에 빠져 있었고, 특히 K.448만 듣고 듣고 또 들어서 막상 이날 공연 프로그램은 두 세 번 들었을 뿐이었다. 미리 듣고 익숙해져서 듣는 공연은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음악까지 숙제하듯이, 공부하듯이 하고 싶진 않아서 걍 설익은 상태로 듣기로 했다.

첫 곡은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었다.
Debussy, Prelude a "L'apres midi d'une faune"

와우. 난 이 곡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예전엔 정말 몰랐다. 아니 그렇기는 커녕 지루하고 졸린 곡이었지. 공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 음을 들을때 각각의 색깔을 보기도 한다던데, 그걸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느꼈으니.... 소리에서 바람이 느껴졌다. 헛; 내가 써놓고도 뻥같애;;  '마치 바람같은 기분, 바람이 부는 듯한..' 이런 게 아니라 정말 무대쪽으로부터 살랑대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막 자란 풀들이 나부끼고, 저 멀리서 아늑하게 소리가 들려오는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한동안 누워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끄응- ... 이건 비유법으로 말하면 점점 설득력만 떨어진다. 그 섬세한, 반복적인 움직임들이 내는 소리는 분명 바람이었다.

관객석이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 자체로 모든 연주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다. 작은 소리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소음을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침묵이 겹쳐지는 짧은 순간, 객석은 완벽한 고요. 세상의 어디에서 어느 누가 이렇게 집단적으로 남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겠다고 앉아서 침을 꼴깍 삼키고 있을까.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실연으로 들어도 내 취향이 아니었고, 만프레드는 번스타인처럼 '쓰레기'라고는 못해도 차이코프스키 작품 중에서는 별로라고 생각한다. 전개가 뜬금없고, 차이코프스키 꺼라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거지, 몰랐으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덜 들어서 그런가...라고 생각하기에는 온갖 패시지를 걍 끼워맞춰놓은 것 같아 당분간 듣고 싶지 않으니 먼 미래에 유예해놓아야겠다. 모르지, 언젠가는 또 이 생각이 완전히 바뀔지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이 너무 좋아서 나는 내내 마음이 뛰었다. 그 아스라이 사라질 듯 지나가는 바람같은 소리. 결국 공간 어딘가로 흩어져 사라져버린 그 소리들이 잠깐 머물러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연주회에 다녀와서 바로 썼으면 좀 더 생생한 기분으로 뭔가를 남길 수 있었을 텐데  벌써 열흘이나 지나버렸네. 내일은 개교기념일이다. 버뜨, 우리는 관악산 등반을 한다. 젠장. 불쌍(?)한 학생들 하루라도 쉬게 해주면 덧나냐. 후딱 올라갔다 내려와서 집으로 도망와야지. 아...이젠 자야겠다. 내가 이렇게 일찍일찍 자는 애가 아닌데 요즘은 12시에 잠을 자도 7시에 잘 못일어난다. 그나마의 저질체력마저 고갈됐나. 잠자면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해야겠다. 드뷔시의 음악이나 상상하면서- 따뜻한 바람 부는 들판에서 낮잠을 자야지. 사실은 밤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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