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게이고'에 해당되는 글 6건

  1. 오사카 소년탐정단-히가시노 게이고 2017.01.27
  2. 수상한 사람들 2 2010.07.07
  3. Lie to me 2010.07.06
  4. 너무 쉽게 죽인다 2 2010.07.06
  5. 붉은 손가락 2008.09.19
  6. 용의자 X의 헌신 2 2008.09.19

오사카 소년탐정단-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도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서 또 읽다가 얼마 지난후에야 아... 이거 읽은거다. 에이 어차피 기억 안나는데 또 읽지 뭐. 이러는 경우도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일단 죽이고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등장인물이 죽는 것은 요리로 치면 아뮤즈부쉐 같은 것이다. 게다가 잘나가는 레스토랑이므로 아, 거기. 거기 정도면 분위기도 괜찮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나쁘지 않아. 쉐프가 안정적으로 요리를 내는 편이지. 맨 처음에 갔을 때는 정말 너무 맛있어서 어쩔 줄 모를 정도였는데 두번째부터는 그정도는 아냐. 그래도 그 정도면 좋은 레스토랑이지. 의 느낌.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을때 헐! 하고 이 작가는 뭐지!!!!! 한 이후로 그렇게 딱히 먹고 싶은 거 없을 때 약간의 관성을 담아 선택하는 밥집이 되어버렸다. 

 

오사카 소년탐정단은 가볍게 키득거리며 읽을 수 있는 정도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쪽에 재능이 있는것 같다. 뭐랄까, 블랙코미디 같은거라고 해야하나 픽- 하고 썩소를 짓게 한다고 해야하나.

 

주인공인 시노부는 초등교사다. 평범한 초등교사(물론 평범하지 않지만)주변에서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어나가는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주변 인물들과 학생들부터가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의 주인공들이다. 김전일 같은 녀석들.

 

갈릴레오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유가와 교수처럼 시노부도 확실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건 미스터리 작가들의 로망인것 같다.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르나, 미스 마플이나, 브라운 신부같은 자기만의 탐정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 미야베 미유키도 전엔 그런 경향이 없었는데 에도 시리즈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를 보면 슬슬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작가로서의 성숙기 같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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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해서 장래에는 엔지니어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엔지니어라는 말에는 어딘지 선구적 사람이라는 울림이 있었다.
고등학생쯤 되자 아니나 다를까, 그런 환상은 사라지고
엔지니어란 기술직 샐러리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길로 나아가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p.89


이 부분은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만능스포츠맨에 이공계-전기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로 틈틈이 소설을 썼던게 시작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들도 물리학자(탐정 갈릴레오), 수학자(용의자 X의 헌신), 검도의 달인(가가 교이치로) 등등 그런 면이 반영이 되어 있다.

난 이 단편집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그 중 하나는 등장인물을 매 단편마다 죽이지 않고도-_-  작가의 재기발랄함과 서스펜스를 충분히 이끌어냈다는 게 이유고,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녹아들어있다는 게 두번째다.

특히 「죽으면 일도 못해」라는 단편은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정말 어이없지만,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른 게 아니라 욱해서-라는 말이 확 다가오는 이야기라 웃으면 안되는데 이거 어이도 없고, 이해가 가면 안되는데 솔직히 이해도 가고.. 뭐 이런-_-  제목에서도 말해주듯이 죽으면 일도 못한다. 너무 아웅다웅 빡세게 일하지 말자. 남 생각 전혀 안하고 자기 혼자 완벽주의자로 다른 사람 몰아치는 것도 욕먹을 짓이고.
 
「결혼보고」라는 단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오해인지 아닌지는 풀려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거지요.
판정을 내릴 수 없을 때는 그냥 믿는 거예요. 
그러지 못하는 자는 어리석지요.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리지 않는 법입니다.
그런 쪽으로 꼭 한번 생각해보세요.


실천이 어려운 말이다. 윤종신이 야행성에서 말하길, 자기가 어렸을 때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의심병 어른;으로 자라났다고 농담했는데 나도 괜히 뜨끔; 아무리 돌이켜 곰곰히 생각해봐도 사람을 믿는다는 어려운 일을 굳이 극기해나가면서까지 하기보다는, 의심해야 할 때는 당연히 의심해야지. --_-- 다만 의심하는 걸 일로 삼아야 되는 직업을 갖지 않고, 의심할 상황 많이 겪지 않고, 의심해야만 하는 사람들 덜 만나고 사는 것도 복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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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 to me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어떤 사람들은 완벽한 거짓말을 하려면 절반쯤은 진실을 섞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바늘을 숨기려면 바늘더미 속에 숨겨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하여간 뭘 숨기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거짓말을 숨기려면 더 큰 거짓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또 어디 쉬운가. 먼저 한 말과 모순은 없는지, 놓친 건 없는지, 얼떨결에 진실을 말한 건 아닌지 골아프게 계산해야 되니까.

가가 교이치로는 그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용의자를 숨막히게 하는 데가 있다. 다른 여러 추리소설가들이 탐정의 외양이나 능력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는 것과는 달리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가와 용의자가 주고받는 대화에 더 비중을 둔다. 슬쩍 슬쩍 던지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고, 긴장을 풀 수 없게  불쑥 나타나는데다가 집요하기까지 하고,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내가 대답을 잘 한건가? 실수했나? 왜 묻는거지? 계속 불안하게 만든다.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독자는 추리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고-이 단편집이 가장 그렇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데 재밌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라고 교보문고 작가평에는 써있던데 확실히 작가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따라가다보면 그런 연대기적 변화도 알 수 있겠다.  난 닥치는대로 뽑아 읽다보니 오? 이건 좀 다른데? 하고 생각할 뿐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무 쉽게 죽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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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죽인다



두 권 표지 붙여놓으니 아주 가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워낙 다작인데 이러다간 정말 다 읽어버릴 기세.
그렇다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엄청나게 좋아하냐...라면 그건 아닌데
대개는 재밌다. 군더더기가 없달까. (→장점이자 단점)

또 하나의 단점은... 너무 쉽게 죽인다. -_-
예를 들면 이렇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한 뒤 5분쯤 후, 학교 동생 하나가 묻는다. 
어휴. 언니 그런 거 좀 그만 읽으라니깐요. 성장에 안 좋아~ 또 죽여요?
나: 벌써 죽었다. -_- 일단 하나 죽여놓고 시작하는구만-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된 게 이 두 권이 아닐까 싶은데...
가가 형사 시리즈라 읽기는 읽었지만 이거야 원.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래도 되는거야? -_-
다른 해결책도 좀 생각해봐야지, 등장인물들은 모든 일을 너무 쉽게, 리스크가 가장 큰 방법을 선택한다.
더구나 이 사람은  "왜" 보다 "어떻게"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라 가끔은 진저리가 난다.

이 두 권의 또 다른 특징은 범인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자, 이래도 모르겠어? 라고 잘난척 200% 마무리를 한 뒤에
책 끝 부록으로 붙여진, 다른 사람이 쓴 대담 형식의 해설에서 범인을 알려주고 있다.
아주 끝까지 얄밉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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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참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나는 닭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중범죄자 혹은 악인은 불우하고 불행한 환경탓인가 아니면 본성의 탓인가. 물론 환경의 심각함이란 것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것이기야 하겠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결국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반면, 아주 작은 꼬투리만으로도 끊임없이 남의 탓을 하며 추락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부모의 탓이고 사회의 탓인가.

어떤 범죄건 책임문제에서 가정과 사회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더 이상 가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분석이 필요한 것이지 그게 전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변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래도 이런 소설을 읽으면(미야베 미유키의 몇몇 소설도 그랬지만) 무너지는 가정은 정말 더 이상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공중도덕을 대놓고 어기는 아이를 다른 사람이 주의를 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는 부모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는데, 아이가 자신만의 아이라고 생각하는가보다. 그 아이는 조금 크면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애가 저지르는 것들까지 모두 뒤를 닦아주며 따라갈건가? 그럴 수 있다고 진짜로 생각하는걸까.

안타깝지만, 한국사회도 이게 점점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와의 밀착성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일단 경제적으로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은 일상의 무게가 버거워 애한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공부야 없는 살림 쪼개가며 뺑뺑이로 돌린다지만, 나머지 생활은?

전에는 충분히 좋은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을 일정 퍼센트가 그 기회를 놓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스트레스 제로를 지향하는 나의 인생관에 위배되지만, 어쩔 수 없이 참...깝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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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히치콕이 말하기를, 시한폭탄이 테이블 밑에 설치되는 장면을 보여준 다음 그 테이블에서 포커를 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비추고 있을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곧 서스펜스라 했다. 히치콕은 서스펜스랑 뭐를 대비해서 얘기해준거였는데 그건 뭐였는지 까먹었다-_- 아마도 서프라이즈가 아니었을까 싶긴 하지만.

내 독서인생을 통틀어 서스펜스를 가장 강하게 느낀 소설. 작가에게 진심으로 경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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