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에 해당되는 글 28건

  1. 너무 쉽게 죽인다 2 2010.07.06
  2. 하드보일드 탐정 필립 말로 2009.12.25
  3. 코지 미스터리 2008.12.18
  4. 아... 완전 속았다. 2008.11.21
  5. 붉은 손가락 2008.09.19
  6. 용의자 X의 헌신 2 2008.09.19
  7. 낙원 2008.09.03
  8. 용은 잠들다 2008.06.30

너무 쉽게 죽인다



두 권 표지 붙여놓으니 아주 가관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워낙 다작인데 이러다간 정말 다 읽어버릴 기세.
그렇다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엄청나게 좋아하냐...라면 그건 아닌데
대개는 재밌다. 군더더기가 없달까. (→장점이자 단점)

또 하나의 단점은... 너무 쉽게 죽인다. -_-
예를 들면 이렇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한 뒤 5분쯤 후, 학교 동생 하나가 묻는다. 
어휴. 언니 그런 거 좀 그만 읽으라니깐요. 성장에 안 좋아~ 또 죽여요?
나: 벌써 죽었다. -_- 일단 하나 죽여놓고 시작하는구만-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징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된 게 이 두 권이 아닐까 싶은데...
가가 형사 시리즈라 읽기는 읽었지만 이거야 원.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래도 되는거야? -_-
다른 해결책도 좀 생각해봐야지, 등장인물들은 모든 일을 너무 쉽게, 리스크가 가장 큰 방법을 선택한다.
더구나 이 사람은  "왜" 보다 "어떻게"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라 가끔은 진저리가 난다.

이 두 권의 또 다른 특징은 범인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자, 이래도 모르겠어? 라고 잘난척 200% 마무리를 한 뒤에
책 끝 부록으로 붙여진, 다른 사람이 쓴 대담 형식의 해설에서 범인을 알려주고 있다.
아주 끝까지 얄밉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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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탐정 필립 말로





예전의 포스트에도 쓴 적이 있지만, 이 책의 번역자는 내가 블로그 생활을 하면서 마주친 몇 안 되는, 참 글맛이 좋은 글을 쓰는 블로거였다. 글 한편이 모두 정련된 언어로 이루어져 있었고 구조도 나무의 추재처럼 단단했다.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 있으면 1페이지부터 다 읽고 마는 나의 평소 습성과는 다르게 그의 글은 아껴 읽곤 했었는데 지금은 블로그를 접어버렸다. 꼭 쿠폰 9장 모았는데 장사 접어버린 피자집처럼 치킨집처럼 -_- 하여간 그 사람이 번역한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뭐 때문인지 참 재미도 없고 읽히지도 않았는데 이 레이먼드 챈들러 시리즈는 음... 챈들러의 힘일까 번역자의 힘일까.

한동안 추리문학에 열을 올렸는데 추리문학은 참 매력적인 장르이지만 안타깝게도 장르 특성인 건지 글맛이 덜하다. 사건이 중심이 되니까 아무래도 빠른 호흡이 필수라 문장은 짧아지고 수식어는 뻔하고.. 등장인물들이 다크하니 그들을 서술하는 말도 거기서 거기인가. 그런 책들만 읽다가 처음 『기나긴 이별』을 읽었을 때의 그 신선함이란.

아...그래 이런게 문학이었지. 라고 생각했다니깐 정말로.

하이 윈도는 기나긴 이별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지만 여기서는 필립 말로라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개념은 그 태생부터 함께 하지 않으면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애매한 것들이 있는데 나에겐 하드보일드라는 개념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니 그게 어떤 건지 조금 느낌이 다가온다. 정말 오랜만에 책 읽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새서 읽어버렸다.

마침 이 날은 주문한 가습기가 왔다. 온갖 프린트물도 잡동사니도 없는 모처럼 깨끗한 책상 위에는 가습기, 한 쪽에는 워머 위에 홍차가 데워지고 있고,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반쯤 누운 자세로 배 위에는 쿠션을 얹어 책을 받치고 읽는데 아... 이게 얼마만에 느끼는 촉촉한 평화인가. 만약 하필 집어든 게 그지 같은 책이었다면 -_- 완성되지 못했을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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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 미스터리




동네친구 ㅇㅈ가 빌려준 세 권의 책 중 하나. 꽤 됐는데 이제서야 다 읽었다. 이런 장르를 코지 미스터리라고 한단다. 딱 감이 오지 않는가. 일상적인 배경, 조금은 부드러운 사건 서술. ㅇㅈ는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는 사회파라고 했던가? 뭐 그런 분류로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을 주면서 묘사도 잔인하지 않고 그래서 너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이라고 하길래 아니, 이봐! 내가 잔인한 걸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코지 미스터리란
실종된 남편 찾기, 보험사기 폭로 등 일상 속의 사건을 다루는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추리물로, 장르소설계의 마이너리티인
젊은 여성 독자들을 공략하는 타깃 마케팅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film 2.0


이런 장르적 정의가 아니라도, 읽으면서 일본 미스터리들과 확 대비되는 차이점이 있다면 그 동안 내가 재밌게 읽은 책들은 '누가'보다는 '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 책은 '누가'에 초점을 맞춘 동시에 주인공의 일상서술-결혼을 재촉하는 어머니, 주인공보다 예쁜 여동생, 주인공이 구운 쿠키가 얼마나 맛있는 지, 주변 남자들과의 오고가는 미묘함 등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재미없었다.

코지 미스터리는 이것으로 아웃-
게다가 부작용, 이라면 평소엔 먹지도 않는 초코칩 쿠키가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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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완전 속았다.





-반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 소설만큼은 반전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근데 왜들 정말 그렇게 반전에 집착하는 걸까? 이건 불쾌하기까지 했다.
-표지도 반전이라고들 하더라. 마치 로맨스소설 같다고.
-하지만 장르적 착각말고, 그냥 저 그림 자체가 독자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하는 트릭이다.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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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럼 참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나는 닭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중범죄자 혹은 악인은 불우하고 불행한 환경탓인가 아니면 본성의 탓인가. 물론 환경의 심각함이란 것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것이기야 하겠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결국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반면, 아주 작은 꼬투리만으로도 끊임없이 남의 탓을 하며 추락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부모의 탓이고 사회의 탓인가.

어떤 범죄건 책임문제에서 가정과 사회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더 이상 가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분석이 필요한 것이지 그게 전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변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래도 이런 소설을 읽으면(미야베 미유키의 몇몇 소설도 그랬지만) 무너지는 가정은 정말 더 이상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공중도덕을 대놓고 어기는 아이를 다른 사람이 주의를 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는 부모들을 정말 이해할 수 없는데, 아이가 자신만의 아이라고 생각하는가보다. 그 아이는 조금 크면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애가 저지르는 것들까지 모두 뒤를 닦아주며 따라갈건가? 그럴 수 있다고 진짜로 생각하는걸까.

안타깝지만, 한국사회도 이게 점점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와의 밀착성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일단 경제적으로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은 일상의 무게가 버거워 애한테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공부야 없는 살림 쪼개가며 뺑뺑이로 돌린다지만, 나머지 생활은?

전에는 충분히 좋은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었을 일정 퍼센트가 그 기회를 놓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스트레스 제로를 지향하는 나의 인생관에 위배되지만, 어쩔 수 없이 참...깝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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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히치콕이 말하기를, 시한폭탄이 테이블 밑에 설치되는 장면을 보여준 다음 그 테이블에서 포커를 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비추고 있을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곧 서스펜스라 했다. 히치콕은 서스펜스랑 뭐를 대비해서 얘기해준거였는데 그건 뭐였는지 까먹었다-_- 아마도 서프라이즈가 아니었을까 싶긴 하지만.

내 독서인생을 통틀어 서스펜스를 가장 강하게 느낀 소설. 작가에게 진심으로 경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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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사용자 삽입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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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도 신간을 따라잡았구나. ㅡ_-)y~

아무래도 정말 천재 아닐까 싶은 이야기 솜씨.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정. 사이코메트리나 초능력같은 거 별로 안 읽고 싶어서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는데 어느새 빠져들어 정신 없이 읽었다. 미야베 미유키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다각도에서 짜여지는 여러 개의 실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옷감이 전체적인 무늬를 그린다.

읽다가....밤 샜다. -_- 오늘은 수업이 1 교시부터여서 어젯 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ㅠ_ㅠ
이제 책 읽다가 밤새지 말아야지. 다음 날 컨디션에 너무 스크래치 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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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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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밀려오는 진심, 진심, 진심의 홍수.
거기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능력을 컨트롤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감정까지 자제해야 한다.
속된 말로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이가 말이나 태도로 표현하지 않는 한 주위 사람들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전부 들린다면? 듣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듣지 않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과연 그 호기심을 완전히 억누를 수 있을까?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을 알게 되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는 마지막 물음표 세 개에 모두 NO- 인 사람이라 싸이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역시 불편한 진실(?)쪽을 택할 또라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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