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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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책 앞표지에 사회파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써있는데
대개의 추리소설은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당연히 그건 사회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사회 밑바닥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독.
사람한테서 대체 왜 저러나 싶게 풍겨 나오는 독.
공기중에 붕붕 떠다니는 독....

요즘 같아서는 특히나,
사람한테 뿌리지 말고 그 물 가지고 서울시내 물청소나 한 번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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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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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종신검시관이나 이 책이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상인지 몰라도 이 정도면 그 상 받은 책을 골라 읽어도 괜찮겠는데.. 싶을 정도로 수확이 좋다. 종신검시관의 구라이시보다 나에게는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가 둘이나 등장한다. 대학병원 조직의 떨거지, 만년 강사 다구치와 스토리가 절반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logical monster인 공무원 시라토리. 하나는 뺀질뺀질하고 하나는 뺀질뺀질은 기본, 옵션으로 거침없이 무례한데, 이 조합이 그냥... 어후.. 좋아라. :-)

바티스타 수술이란 비대해진 심장을 어쩌구저쩌구하는(좌심실 축소 성형술) 수술인데, 이 분야에 탁월한 기류 선생을 미국으로 부터 초빙하고, 그의 요청에 따라 선발/구성된 글로리어스 세븐이라는 소수 정예팀이 만들어진다. 이 팀이 20번이 넘는 수술에 연전연승하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세번의 실패를 겪게 되자, 병원장은 병원 내부 구석탱이에서 부정수소외래(책에는 부정수호외래라고 잘못 번역, 부정수소:不定愁訴=부정형 신체 증후군)라는 이름으로 성실한 농땡이;;;를 치던 다구치에게 조사/감시를 의뢰한다. 완전 코 꿴 심정으로 조사하던 다구치, 하지만 그도 단순 실수나 의료사고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딱 자기 성격과 같은 passive talk로 조사하는데, 중반부터 나타난 시라토리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 조사를 보완한다.

캐릭터는 이렇게 매력적이고, 스토리도 사실 후반부까지 참 재밌었는데 딱 그 후반부의, 뒷심이 좀 약하다고 느꼈다. 범인이나 범행동기가 나한테는 별로 안와닿았달까. 그냥 쌩미친놈이라고 하면 뭐 말이 되긴 하는데... 하여간 완전 재밌게 읽었다. 이 작가의 다른 책에도 시라토리가 주인공이라니. 기대된다. 꺄훗!


어째서 이렇게 감각이 둔할까? 이건 얼음공주 못지 않군. 내가 과대평가한 건가?
좋아요, 잘 들으세요. 당신은 대상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 끌고 들어와 거기서 털어놓게 하죠.
이것이 패시브 페이즈. 나는 상대의 심장을 움켜지고 거기서 털어놓게 하죠.
이게 액티브 페이즈. 알겠어요?

덧. 그러고보니 이것도 탈조직적인 인물이 주인공. 작가의 로망인가, 자부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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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검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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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끄덕끄덕) 뭐 재밌다. 같은 인물이 계속 등장하는 단편의 연속이다. 이런 형식을 뭐라고 하더라...옴니버스 말고... 끄응- -_-a.......까먹었다. -,.- 종신검시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구라이시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책 뒤표지에 보면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라고 되어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까지는 아니고. 음.. 그냥 재미있었다.

조직에서 내놓은 존재라고 표현되지만 그보다는 조직을 초월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존경을 받으니 정말 어떻게 못하는 인물이지.
물론 이런건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 근데 너무 매력적일 것 같은 점들을 뭉쳐놓았달까. 내 입장에서는 입체감이 약했던 게 흠. 이 사람 소설 좀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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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스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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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러가지 추리소설을 접하다보면 추리소설이라는게 어렸을 때 빨간 문고판 소설 엎드려 보면서(사실 난 책을 엎드려서 읽지는 않지만) 익숙해진,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이 개입하며 슬슬 엉킨 실뭉치가 풀려나가는 걸 독자 입장에서 관찰하는. 그런 종류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지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걸 보면 음... 아.. 그래도 이건 쫌...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내가 2 년 전부터 무척 읽고 싶어했던 책이고, 벼르고 벼르다가 학교에 신청해서 내가 일착으로 대출하고 가장 먼저 읽은 책인데 아무리 시험기간이 겹쳤다고 해도 그렇지. 다 읽는데 거의 3 주일이 걸렸다. 그것도 100 페이지쯤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아...이런 일도 정말 거의 없는 일인데).

번역자는 온라인 리뷰에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지만, 이 사람은 내 길다면 긴 블로그 생활에서 만난 블로거들 중 가장 결벽이 강한 언어를 쓰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의 증류수 같은 글을 읽을 때 나는 여유가 필요했고 그런 만큼 그의 정련된 언어로 이루어진 포스트들을 늘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었었는데. 이 책도 중간에 몇 번이나 덮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담으면서 끝까지 읽은 것은 내 성격에서 오는 오기와 번역자에 대한 근거있는 신뢰가 합쳐진 결과였다. But, 원작이 그런 건지 번역이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더군다나 영역본 중역이므로), 번역체가 매끄럽게 읽히지도 않았고 책도 신나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거기다 책 제본도 마음에 안 든다. 손맛이 나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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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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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데 있어 중요한 공통분모는 뭘까? 난 예전엔 그게 식성이라고 생각했었다. -_) 실제로 식성이 잘 맞는 사람과의 식사는 즐거웠고 나에게 함께 식사를 한다는 그 행위와 과정은, 사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든다.

1순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2순위는 유머감각이다. 그게 유머이건 조크이건 위트이건 간에 whatever.  1순위? 그건 당연한 거고. 하여간 상대방이 지루한 얘기를 하고 내 반응을  기다리는 것도, 상대방이 재미없어 할 얘기를 해놓고 내가 뻘쭘해하는 것도 참 서로에게 못할 짓이다. -_-

무엇보다 유머감각은 여유에서 나온다. 유머감각은 단순히 유머감각만은 아닌거다. 더 거해지면 오바, 여기까지.

'나는 지갑이다' 이후 미야베 미유키에 빠져있는데, 이 책은 정말 알고 본 게 아니라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람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소설을 쓰다니!! 내가 여태까지 읽은 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앞으로 읽을 미야베 미유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게 될 작품은 아무래도 이것이 되지 싶다.

아, 이 훈훈한 비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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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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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미야베 미유키 진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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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것이 질색이라고 했는데 거기에 바이올린 연주도 포함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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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3 : 주홍색 연구/네명의 기호
정태원 역, 시간과공간사


홈즈전집은 두 가지 판이 있다. 황금가지판과 시간과공간사판. 주홍색연구로 비교해보았는데 시간과공간사판이 좀 더 잘 읽혀서 이쪽으로 낙찰. 같은 문장을 하나씩 놓고 보면 뜻은 다를 게 없는데도, 희한하지만 가독성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플롯은 아가사 크리스티쪽이 치밀하고, 캐릭터는 홈즈쪽이 매력적이다. 사건이 해결된 이후, 범행을 구구절절 자백하는 되새김질 부분이 지루해서 드라마쪽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홈즈의 주옥같은 대사와 까칠한 캐릭터를 그대로 음미하려면 책 또한 놓칠 수 없다. -_-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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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실이 추론에 맞지 않을 경우, 그 추론을 버려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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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2 :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김남주 역, 황금가지



재미없다. 신경자극이 랑비에 결절을 도약하듯이 읽었다. 그러다보니 다시 페이지를 앞으로 reward 하기를 몇 번. 재미없는 책을 집중해서 읽는 건 어렵다.

모든 작품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특징중 하나라면 로맨스와의 결합인데, 이 점이 팬들에게는 매력인 모양이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반감요소. 게다가 번역체의 특징-중년 남자의 대화에서 모든 어미가 ~라네. ~했네. 운운하는 하게체네네체와  ~했소, ~다오-하는 하오체소소체는 등장인물을 순식간에, 아주 효과적으로 지루하게 만들어버린다.

딱 한군데, 반짝이는 부분은 에르큘 포와르의 말이다.
 "모든 살인범은 누군가의 오랜 친구일세. 감정과 이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네."

세상을 놀라게 한 범죄의 끝에는 주변인물의 인터뷰가 곁들여지게 마련인데, 실제로 그때마다 주변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어요."... "보기엔 멀쩡한 사람인데..." ...맞다. 모든 범죄자는 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누군가의 친구이며 초등학교 동창이고 지역주민이다. 음.. 쓰고 나니 어쩐지 영화 '우리동네'의 홍보문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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