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미유키'에 해당되는 글 8건

  1. 누군가-미야베 미유키 2017.01.29
  2.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미야베 미유키 2017.01.25
  3. 각자의 재능. 책 읽고 잡소리. 2013.07.23
  4. 낙원 2008.09.03
  5. 용은 잠들다 2008.06.30
  6. 이름없는 독 2008.06.30
  7. 스텝파더 스텝 2008.04.21
  8. 이유 2008.04.20

누군가-미야베 미유키

읽은 책인데 또 읽었다. 1/10쯤 읽었을 때 아.. 이거 읽은거다 하고 깨달았고, 그런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에이 어차피 모르는데 또 읽자.. 하고 읽었고 1/3쯤 되니 슬슬 기억이 나기 시작했는데 사건의 중요한 부분에서는 처음 읽을때 했던 것과 똑같은 생각(사건의 진상에 대한 착각)을 했고, 거의 끝부분에 다 가서야 아. 맞다. 이거였지. 하고 기억났다.

 

며칠 전에 읽었던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거였다. 일명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1권이다. 이때만 해도 사부로도, 사부로의 장인도 캐릭터가 그렇게 뚜렷한 느낌은 아니었던 대신에 사부로의 부인인 나호코의 이미지는 뭔가 뚜렷했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착한 사람인것 같지만 무언가가 날카로운 불안함이 공존하는 기분.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는 어디 하나 마음 둘 데가 없다. 사부로도, 장인도, 나호코도, 그리고 자매도, 언니의 남자친구도, 결정적인 범인도. 누구 하나 괜찮은 캐릭터가 없다. 그럼에도 사부로는 나와 달리 그 모든 사람들을 관조하듯이 바라보고 마치 관용과도 같은 태도를 취한다. 장인도 산전수전 다 겪어서인지 그렇게 놀라지 않는다. 두 사람 다 내가 그걸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냐. 좋아한다는 것도 아냐.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마치 풍경을 바라보는 것 같은 거리감을 두고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거두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읽으면서도 분명 이랬을텐데 두 번째 읽고도 입맛에 씁씁하고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부로의 엄마가 한 두 마디 말이 관통한다. 독설이라고 하지만 핵심인 것이다.

1. "사내와 계집은 말이야. 붙어 있다 보면 품성까지 닮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사귀는 상대를 잘 골라야만 해."

2. "인간이란 누구나 상대가 제일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하는 주둥이를 갖고 있지. 아무리 바보라도 듣기 싫은 소리는 아주 정확하게 한다니까."

 

그리고 그 독설 아래 자란 사부로는 강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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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2권은 <이름없는 독>이란다. 그것도 읽은 것 같다. 이건 꽤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조금만 훑어보면 기억이 날 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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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이름없는 독>은 2008년에 읽었군. 그쯤 되면 기억 안 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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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미야베 미유키

 

예전에 블로그인에서 블로그할때는 책 읽을때마다 뭔가를 썼는데, 그럴때마다 책 표지도 새삼스럽게 보게 되고, 그 책이 무슨 내용인지, 하다 못해 내가 뭘 느꼈는지, 인상깊은 구절은 무엇인지를 나중에라도 되새길 수 있었다. 요즘은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 무슨 내용인지, 당최 기억이 안난다. 특히 미스터리를 많이 읽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 책들은 더더욱 잘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책을 사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거나 만화책은 산다. 그리고 읽은 후에 중고서점에 팔아버린다. 책을 갖고 있기가 싫어졌다. 그러다보니 집에 남은 몇 권의 책은 중고서점에서 받아주지 않을 책들만 남아버렸다. 누군가 서재를 보고 나라는 사람을 판단한다면 책 따위는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이상하고 오래된 취향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그나마도 조만간 정리해버릴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다보니 원래 표지가 이렇게 생긴지도 몰랐다. 도서관에서는 겉표지와 띠지를 버리니까. 다시 생각하지만 책을 읽고 이렇게 책 사진을 찾아보고, 뭐라도 좀 쓰는건 나를 위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책과 사람 사이에는 '인연'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애틋하고 로맨틱한 의미 혹은 오컬트스러운 인연이 아니라 어떤 책에서 와닿는 것, 꽂히는 의미 같은 것은 독자의 상황과 캐릭터에 부합하는 것이니까. 사실은 선택에서부터 작용할테고. 그런면에서 오랜만에 인연이 닿는 느낌이 드는 책을 읽은 셈이다.

 

하루키 소설에 나올법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물론 미야베 미유키는 하루키가 아니므로 그렇게 쓰지는 않는다. 이 주인공은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나중에 알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누군가'의 주인공이다. 일종의 연작 시리즈인듯) 마치 사립탐정같은 조심스러움과 과감함으로 사건의 진상을 알아간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런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아니다.

 

갑자기 휘말린 사고, 그로 인해 생긴 역시 갑작스러운 돈. 노력하지 않고 얻은 돈이 놓여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 큰 노력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어요- 라고 속삭이는 구렁텅이를 보여준다. 우리 모두 알고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지만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치는 그런 전단지들. 그런 사람들. 호구를 기다리는 까마귀들. 어떤 까마귀는 잡히지만 더 큰 검은 새들은 짧게 뛰고 멀리 날아가버린다. 내 스스로 노력해서 손에 넣지 않은 돈에는 위험이라는 옵션이 따라붙는다. 그게 어떤 형태이든.

 

어디 일확천금 없나, 눈 먼 돈 없나 하고 있었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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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재능. 책 읽고 잡소리.

 

 

 

어렸을 때 가장 자주 들은 질문 중의 하나는 "넌 꿈이 뭐니?" "장래희망이 뭐니?" 이거였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가 아니라.

 

나는 어렸을때 꿈이 없는 어린이였기 때문에 이 질문이 매우 짜증났다. 아니 대체 태어난지 얼마 안돼 아직 세상도 모르겠고 나도 모르겠는데 미래 따위 알 게 뭐람. 언제나 대충 적당한 대답을 둘러대곤 했다. 그래서 별로 되고 싶지도 않은 피아니스트 라든가, 과학자 같은 걸 써내곤 했다. 그러면 어른들도 별 말이 없으니까. 아무리 어려도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서혜경이라든가, 정트리오 얘기가 한창 신문에 심층기사로 나던 시절이란 말이지. 아 물론, 그들도 내가 피아니스트가 되거나 과학자가 될 거라곤 생각 안했을거다. 심지어 어릴때 내가 생각했던 과학자는 로보트 태권브이 만드는 사람이었는 걸 뭐.

 

내가 나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을때, 그러니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뭘 할 때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늦게 들고 좀 오래할 수 있는 인간인가를 생각할 능력이 됐을 때 나는 갑자기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그 중 일부는 재능은 있으나 노력을 안해놔서 물 건너간 것들이었고, 일부는 제법 해볼만한 것들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나는 그 중 무엇을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나름 해냈을 것 같고, 나름 즐거워했을 것 같다. 좀 아깝기도 하다. 타이밍은 좋았는데 내가 준비가 안 되어있었던 것이. 뭐 바로 그게 재능이 없단 증거지만.

 

다만 단 한 번도 되고 싶다거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글쓰는 업이다. 정말 단 한번도 없다. 내가 글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굳이 마음을 먹었다면 비슷한 업계에 어떻게라도 발끝 정도는 걸치고 살 수 있었지 싶은데. 실제로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누구말처럼 작가가 엉덩이 힘으로 되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구말처럼 어떻게 글을 쓰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이 책을 읽으니 그냥 이건 재능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더 크게 든다. 이걸 27살에 썼단다. 어허허허허허허허

 

안 그래도 읽으면서 끝마무리가 허술하다든가, 어딘지 모를 치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생각은 했더랬다. 생각해낸 범죄방법이라든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같은 것도 좀 디테일하지 못하고 짧기도 하고. 그래도 그렇지 27살에 이런 걸 써낼 수 있는 사람은 한 나라당 한 두 명일걸. 게다가 미미여사는 장편도 잘 쓰는데 단편도 잘 쓰고, 무서운 것도 잘 쓰면서 유머러스한 것도 잘 쓴단 말이지.

 

그런걸 보면 내가 그런 허황된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다. 강유원씨도 말했지만 진짜 비극은 바로 그런거지. 알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것, 혹은 알지 못하고 하는 건 비극이 아니다. 하지 못하는 걸 아는데 하고 싶은게 비극이지.

 

사실 내가 보기엔 미야베 미유키 같은 작가보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가 되기가 더 어려운 거 같은데. 미야베 미유키를 흉내내는 사람보다 하루키를 흉내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아이러니다. 아무래도 하루키는 세상에 좀 만만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어쨌든 미야베 미유키도 굉장한 다작이다. 재능이 흘러넘치는 것 만큼이나 성실함이 흘러넘치는 건 어느 분야에서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그 자체가 재능이자 핵심인거지. 끊임없이 어떤 일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재능. 계속해서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초점을 모아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들일 수 있는 재능.

 

나는 아무래도 소비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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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사용자 삽입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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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도 신간을 따라잡았구나. ㅡ_-)y~

아무래도 정말 천재 아닐까 싶은 이야기 솜씨.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정. 사이코메트리나 초능력같은 거 별로 안 읽고 싶어서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는데 어느새 빠져들어 정신 없이 읽었다. 미야베 미유키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다각도에서 짜여지는 여러 개의 실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옷감이 전체적인 무늬를 그린다.

읽다가....밤 샜다. -_- 오늘은 수업이 1 교시부터여서 어젯 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ㅠ_ㅠ
이제 책 읽다가 밤새지 말아야지. 다음 날 컨디션에 너무 스크래치 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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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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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밀려오는 진심, 진심, 진심의 홍수.
거기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능력을 컨트롤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감정까지 자제해야 한다.
속된 말로 듣고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이가 말이나 태도로 표현하지 않는 한 주위 사람들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전부 들린다면? 듣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듣지 않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과연 그 호기심을 완전히 억누를 수 있을까?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을 알게 되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는 마지막 물음표 세 개에 모두 NO- 인 사람이라 싸이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역시 불편한 진실(?)쪽을 택할 또라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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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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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책 앞표지에 사회파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써있는데
대개의 추리소설은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당연히 그건 사회를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사회 밑바닥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독.
사람한테서 대체 왜 저러나 싶게 풍겨 나오는 독.
공기중에 붕붕 떠다니는 독....

요즘 같아서는 특히나,
사람한테 뿌리지 말고 그 물 가지고 서울시내 물청소나 한 번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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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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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데 있어 중요한 공통분모는 뭘까? 난 예전엔 그게 식성이라고 생각했었다. -_) 실제로 식성이 잘 맞는 사람과의 식사는 즐거웠고 나에게 함께 식사를 한다는 그 행위와 과정은, 사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든다.

1순위는 아니지만 적어도 2순위는 유머감각이다. 그게 유머이건 조크이건 위트이건 간에 whatever.  1순위? 그건 당연한 거고. 하여간 상대방이 지루한 얘기를 하고 내 반응을  기다리는 것도, 상대방이 재미없어 할 얘기를 해놓고 내가 뻘쭘해하는 것도 참 서로에게 못할 짓이다. -_-

무엇보다 유머감각은 여유에서 나온다. 유머감각은 단순히 유머감각만은 아닌거다. 더 거해지면 오바, 여기까지.

'나는 지갑이다' 이후 미야베 미유키에 빠져있는데, 이 책은 정말 알고 본 게 아니라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람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소설을 쓰다니!! 내가 여태까지 읽은 미야베 미유키, 그리고 앞으로 읽을 미야베 미유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게 될 작품은 아무래도 이것이 되지 싶다.

아, 이 훈훈한 비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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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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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미야베 미유키 진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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