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그러니까 시작은 이랬다. 6월 16일 토요일.


H(이후 막내라고 지칭): "난 혼자 여행을 다녀올까 생각중이에염" 

나: "어디로?" 

H: "동유럽?" 

나: !!!!!!!!!!!!!!그럼 나랑 같이 가! 

이 대화를 맞은편 대각선에서 듣고 있던 

Y(이후 둘째라고 지칭): -나도!!!! 나도 같이 가!!!!! 


끝. 결정. 가감없음.


이 날 모임이 끝나고 세 명의 단체카톡방이 만들어졌고, 스카이스캐너 검색질이 시작되었으며, 나는 경로을 짰고, 다음날 프라하 인 부다페스트 아웃이 정해졌고, 그 다음날 비행기가 결제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짠 경로는 이랬다. 



사실 이건 지금 만든지도고, 실제로는 그냥 구글지도 보면서 도시이름 밑으로 쭉쭉 써서 짠 거 ㅋㅋㅋ

친구들은 말렸다. ㅋㅋㅋㅋㅋㅋㅋ 가능하겠냐? 니 나이가 몇인데. 라는 걱정을 괜찮아. 쟤네가 젊어서- 라고 퉁 받아치고. 음. 지금 봐도 훌륭한 동선이군 ㅋ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이 여행일정은 매우 좋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권 빌리기는 했는데 저 중 대충 슥슥이라도 본 건 두 권 정도고, 사실 알고 싶은건 인터넷 찾으면 거의 다 나오기는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믿지만, 보이는 만큼만 본다. 알고 싶은 만큼만 알아본다- 중요한 건 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 여행의 중심은 나- 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그냥 대략만. 정말정말로 대략만 알고 갔다.


다섯개 나라 (체코-독일-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헝가리)방문 예정인데, 이 중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유로(EUR)를 사용하지만 체코는 코루나(CZK), 크로아티아는 쿠나(HRK), 헝가리는 포린트(HUF)라는 자국통화를 사용한다. 이 중 코루나와 포린트는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 본점에서만 환전 가능하다. 쿠나는 불가능.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과의 개인 거래가 가능한듯 하지만 뭘 굳이 그렇게까지. 


쿠나는 할 수 없이 여행지에 가서 해결하기로 하고, 하루 을지로에 들러 하나비바체크카드를 만들고, 코루나와 포린트를 환전했다. 숙박과 교통을 거의 다 예약하고 떠나는 거라, 돈을 많이 쓸 것 같지 않아서 코루나 9만원, 포린트 9만원 환전했다. 사실은 이 날 가진 현금이 18만원 밖에 없어서 그랬는데 결론적으로는 괜찮았다. 모자란 부분은 카드 쓰고 셋이서 돌려막기 하면서 얼추 가능. 이건 내가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거의 안 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고. 동생들은 출금도 가끔 하고 카드결제도 나보다 훨씬 많이 했으니 환율에서 조금 손해를 봤을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이런 부분은 실제로 맞닥뜨려봐야 아는거고 재방문 계획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코루나와 포린트가 남으면 더 처치곤란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여행용으로 통화구분이 가능한 섹션이 여러개 있는 장지갑을 살까 한 달간 고민했으나 한국에서도 지갑을 안 쓰는 판에, 가끔 가는 여행에서 쓰는 돈을 담겠다고 지갑을 사는건 낭비인것 같아 그냥 봉투에 넣어가기로 결정. 차례대로 코루나, 포린트, 유로. 



지난 여행에서 쓰고 남은 유로 짤짤이들도 다 털어서 준비. 그런데 이번에 쓰고 남겨온 유로가 이거보다 더 많은 건 함정 ㅋ 그냥 일 년 잡고 유로는 1250원 아래일때, 엔화는 950원 아래일때 미리미리 환전해두는게 최고인듯. 나는 이번에 유로는 1280원대에, 엔화는 980원대에 환전했다. 그러고나니 다시 환전기회가 오지를 않네 ㅎ


일정은 엑셀파일로 짜서 동생들에게 보냈다. 안 그래도 나는 실제보다 매우 과장된, 꼼꼼하고 완벽주의자적인 이미지가 있는 편인데 엑셀파일까지 보내니 동생들은 차마 말은 못해도 한 편으로는 안심 반대편으로는 그만큼의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아 이 언니만 믿고 가면 되겠구나. 혹은 엄청 빡세게 다니는구나;;;; 이거 준패키지구나;;;;; 나랑 여행가는 사람들이 초반에 다 하는 걱정인듯 ㅋㅋ 그래놓고 막상 가면 다 좋아하게 됩니다♡ 


비행기완료. 숙박끝. 교통끝. 일정끝. 환전끝. 이제 짐싸고 가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가서 부딪치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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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 거리+파리시청+노트르담 성당


개선문을 뒤로 하고 샹젤리제 거리로.



몽블랑의 이 디스플레이가 너무 멋져 찍었다. 사실 이거말고도 까르띠에라든가 더 찍은거 같은데 컴퓨터의 하드가 맛이 가면서 사진도 날라갔다 ㅋ



이 사진은 왜 찍었는지 모르겠고.



이것도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역시 알 수 없음;;;;



와이파이 그지였던 우리는 벤츠였나 BMW였나 어느 자동차의 전시장으로 들어가 와이파이를 잡았다 ㅋㅋㅋㅋ 거기서 본 에펠 모형. 



역시 의미없이 찍은 연필 사진. 아마 파리에서 뭔가 기념품을 사긴 사야할텐데, 아 그렇다고 이런 걸 살 순 없잖아- 하는 내적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찍은 사진일듯.



오오오!!! 라뒤레 발견!!!!!! 저 올리브그린색의 차양이 드리워진 건물이 바로 라뒤레 본점. 샹젤리제에서는 라뒤레를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분명 출발전엔 샤넬이라든가, 루이비통을 가는 것도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두근두근



꺅꺅



한국에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들어와있지만 마카롱만 들어와있고, 그것도 모든 맛이 다 항상 준비되어있진 않다.



지금 간다면 이 중 네 개 정도는 먹을텐데. 이때는 마카롱 몇 개랑 이스파한만 샀던 듯.



역시나 시간이 흐르니 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사진들만 가득.

근데 이 날 생각한건데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한국인은, 특히 한국 여자는 딱 알아보겠더라

패션이 다 똑같았다. 루즈핏 코트에 스키니바지나 레깅스, 그리고 스니커즈의 조합.

네 물론 나도 그렇게 입고 있었군요;



여기는 샹젤리제 아닌거 같은데. 마레지구 같은데... 아닌가? 시청가는 길인가? 어차피 구분도 안가니까 그냥 올릴란다. 마레지구는 A.P.C.에서 가방을 사려고 갔었는데 거기서 찍은 사진은 다 날라간듯. E가 여기는 빠리의 가로수길 같은 곳인가 봐요? 라고 했었는데 찾아보니 진짜 그렇더라;;;;; 결국 A.P.C.에 가긴 했는데 샵도 너무 작고 물건도 거의 없어서 내가 찾던 하프문백은 아예 없었음. 지금은 사래도 안 살 것 같은데 그땐 그게 사고 싶었다. ㅋ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가면 다들 팔찌 한 두개씩 사오는 메르시도 있는데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냥 줄기차게 돌아다니기만 함.


마레지구에서는 말도 안되게 어마어마한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빠띠셰리에 우글우글 사람들이 빵...이라고 하기엔 매우 크림이 잔뜩 올라가 있는 케익 같은걸 사고 있어서, 여기 맛집인가봐!!! 했으나 우린 아무것도 안 사고 나중에 확인해보겠다고 사진만 찍었는데, 그것도 날라갔네 ㅋ



그러고보니 파리에서는 과일을 한 번도 사먹지 않았다.


이 건물은 무언가.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 아직도 찾아보지 않은 건물.

사람들이 드문드문 들어가던데.

→구글에서 이미지검색으로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아파트다;




이 길은 정말 지겹게 몇 번씩이나 왔다갔다 했던 듯.

이 길에 지하철역이 두 개인가는 있었다.




이 간지나는 건물은 무엇일까요. 설마 파리시청 그런건가? 했는데 맞았다.

헐. 얘네는 시청건물을 막 이런거 써;;;

Hôtel de Ville



광장에 있던 회전목마



시청 앞마당엔 무슨 전시물인지 아니면 캠페인인지 뭐가 잔뜩 있었다.

휴일이라 시청건물은 닫혀있었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 노트르담으로 간다.



꺅 노트르담이다.



이떄부터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는데, 나는 왜 유럽사람들이 비가 오면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맞는지 알 수 있었다. 비는 매우 부슬부슬 추적추적오는데 바람이 불어서 우산을 써도 어차피 맞는다;;;; 그러니까 우산을 쓰느니 우비를 입는게 낫고, 벗고 입기 귀찮으니 그냥 맞는게 낫다. 



다행히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입장했다.



노트르담 성당은 매우 음침했고 매우 멋졌다.



정교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눈돌리는 곳마다 가득하다.



이때는 무슨 특별전시회같은것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 역시 갔다온지 한참 되면 다 까먹는다.



유럽여행하는 동안 특별히 좋았던 세 개의 교회건축을 고르라면 먼저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 그건 새벽에 마주친 것 자체가 감동이었으니까. 두번째가 여기 파리의 노트르담. 그리고 세번째는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꼽겠다. 



멋지고 기괴하다.



음침하고 으스스하기까지 한 외관과 내부의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가 기가 막히게 섬세하고 정교하다. 교회건축은 이래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 근거는 역시나 까먹었다;;;



이 줄은 전망대로 올라가는 줄이었던 것 같은데, 가볍게 포기. 

파리 전망이야 개선문에서 봤기도 하고, 날씨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이것까진 무리.

다음에 또 파리에 오겠지. 그때를 위해 아쉬움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하지만 역시 아쉬움에 계속 사진은 찍었다.



다시 왔을땐 좋은 계절의 좋은 날씨이기를.



그리고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하지만 찾아헤맨 맛집은 현지인도 지도보고 못찾아주더라. 게다가 등록된 이름과 간판 이름이 달라 그 앞을 몇 번이나 지나가도 찾을 수가 없었다. ㅠㅠ 설마 저기인가? 하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라스트 오더 시간이 끝나서, 근처의 그냥저냥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갔다.


스테이크도 괜찮았고, 감자튀김이야 어느곳이나 맛있는거고.




햄버거도 맛있었지만, 지친 여행자에게 이건 너무나 헤비한 저녁이었다. 결국 다 못먹고 남겼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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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8 첫날

첫날은 난젠지-철학의 길-은각사-금각사-료안지-니넨자카-키요미즈데라-기온거리로 이어지는 놀라운 일정 ㅋㅋㅋㅋ 교토의 손꼽히는 명소를 그냥 첫날에 클리어. 



K는 아침에는 라떼 한 잔이면 된다고 교토 3대 커피(이노다커피, 아라비카 커피, 마에다 커피)를 정복할 생각에 두근두근. 결론만 말하자면 2개만 클리어 ㅋ 나는 원래 아침을 거의 안 먹고. T는 아침을 안먹어?? 시무룩- 난 안돼. 꼭 먹을거야. ㅋㅋㅋㅋ 라고 하여 샌드위치를 사서 교토역 앞 스벅으로. 그리고 난 교토에 있는 동안 매일매일 아침을 먹게 된다. 왜냐하면 T가 세븐일레븐의 다마고샌드를 사왔기 때문이다. 엉엉 너무 맛있어. 다음에 또 교토가면 세븐일레븐 다마고샌드만 다섯번 먹을꺼다 ㅠㅠ


뭐했다고 벌써 엄지손톱의 매니큐어가 까졌다. ㅋ 평소 같으면 3박 4일 정도는 거뜬하게 버텼을텐데. 여행하는동안 훌렁훌렁 까졌다. 


첫 날이라 셋이서 교토버스 1일권을 들고 기념사진. 일정은 다 짜놨지만 그래도 동선과 버스 노선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교토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난젠지부터 출발.



10년 전 왔던 난젠지의 호조정원이 나는 무척 좋았으나, 이후 동선을 생각해 난젠지의 산몬과 수로각만 보는 것으로 마치고 철학의 길로 출발했다. 




T와 K에게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봤을때 둘 다 철학의 길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좋았다. 딱 좋은 날씨, 일찍 가긴 했지만 엄청 일찍도 아닌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호젓하게 실컷 사진도 찍었다. 몇 걸음 지날때마다, 중간 중간 다리가 나올때마다 모든 곳이 포토스팟이어서 여기 서봐, 저기 앉아봐. 하며 엄청 찍었다. 인생사진도 하나 건진듯. K는 철학의 길 중간에 있는 Paper Craft 샵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여러 개 사서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원없이 인물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막상 블로그에 쓰려니 올릴 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



은각사. 10년전엔 공사중이어서 못 봤던 은각을 봤다. 

왜 때문인지 예전보다 훨씬 좁게 느껴졌다. 사람이 많아서? 그 때도 사람은 많았을텐데. 



나는 잘 짜여진 것을 좋아하고, 인간의 손길이 닿건 자연의 산물이건 잘 다듬어진 것을 좋아하는데 교토여행 한 달 전에 엄빠모시고 창덕궁 후원에 다녀온 터라 과연 일본 정원은 인공적이고 한국 정원은 자연적인가? 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일본이나 한국이나 좋은 것은 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경지에 이른 것들이다. 그러니 나는 일본식 정원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구나...하고 생각하는데 T가 옆에서 말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거 많았을텐데. 나쁜 놈들- 오호. 명쾌해라. 



마치 벚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전부 돈이다. 


은각사에서 나와 녹차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금각사로 이동.

금각사 들어가기 전에 점심부터.



금각사 앞에 있는 우동집. 나는 붓카케 우동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셋 다 다른 걸 시켜먹었는데 나는 혹시나 내 인후염이 옮을까봐 먹으라고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함.



금각사도 기억보다 엄청 작은 느낌. 왜 때문이지. 뭔가 복작복작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사진엔 안나오지만 이 주변에 온통 사진찍으려는 사람으로 빽빽하다. 예전엔 넓은 연못을 지나 한참 가면 두둥- 하고 금각이 나왔던 느낌인데 이번엔 턱! 하고 금각 먼저 보고 연못을 둘러봐서 그런가. 덕분에 감흥은 1/10로 뚝 떨어지고, 나는 은각사보다 금각사가 좋았었는데 이젠 그렇게 말 못하겠다. 



금각사 티켓과 금각의 머리부분을 함께 찍어보았다. 



료안지에 가서도 비슷한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반대로 티켓에 맞았다.



료안지도 처음왔을때만은 못한 느낌.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정말로 시간과 정신의 방;;; 에 들어온 느낌이었는데. 여전히 좋긴 좋았으나 내가 10년동안 늙은거지. 이제 나는 이렇게 고요한 세계가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간절하지 않은거다. T는 내가 여길 워낙 좋아한다니까 좋아해보려고 애썼으나 잘 모르겠다고 했다 ㅋㅋㅋㅋ


료안지에서 버스를 타고 이제 키요미즈데라로. 버스에서 만난 장년의 한국인 부부가 어디 보고 오는 길이냐, 우리는 아침에 키요미즈데라 들렀고 이제 금각사로 간다고 하길래, 여기까지 오신 김에 료안지도 가시죠- 라고 영업을 했다 ㅋㅋㅋ 그럴까? 하더니 후다닥 내림. 우리는 슬렁슬렁 니넨자카로 올라갔다. 사실 니넨자카로 간 건지 산넨자카로 간 건지 잘 모르겠다. 원래 계획은 니넨자카로 올라가서 산넨자카로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올라간 길로 내려왔다. ㅋ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일단 눈으로 찍어두고 내려오는 길에 사기로 하고 키요미즈데라 도착.



사실 나는 안 들어갔다. 본당이 수리중인데 그렇다면 굳이 내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가을에 또 올텐데 뭘. 둘만 들어갔다 오라고 하고 난 의자에 앉아서 흐트러진 몸과 소지품을 가다듬고, 사진정리도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T와 K는 오토와노타키에서 학문과 건강을 마셨단다. 10년 전에 내가 마신 건 사랑이었던 것으로. 그때 나는 학문을 마시고 싶었고, 지금의 나는 건강을 마시고 싶은데. ㅋ 사랑따위 ㅋ


그리고 기온거리로,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기온맛집이라는 탄토. 한국인 많았고, 한국어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오코노미야끼하고 뭘 또 시켰는데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난 오코노미야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ㅋㅋ

하지만 일본에 왔다면 스시, 오코노미야끼, 타코야끼, 라멘, 돈카츠, 우동은 한 번씩 클리어해야하지 않겠는가? 의 자세로 먹었음 ㅋ 기온의 이름난 맛집에서 먹었음에도 내 입맛에 아닌걸 보면 오코노미야끼는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님. 


그리고 기온부터 숙소까지 걷기 시작한다 ㅋㅋㅋㅋㅋㅋㅋ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왜? 이렇게 첫 날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K는 먼저 씻고 뻗었다. 나랑 T는 다시 나온다. 돈키호테를 털러 ㅋㅋㅋㅋ 이 날 거의 3만보 가까이 찍었던 듯. T가 가는 길에 택시탈까? 라고 해서 내가 얼척없다고 엄청 뭐라 함 ㅋㅋㅋㅋ 그럴거면 돈키호테를 왜 가냐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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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7 여행의 끝은 여행기의 완성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전에 후다다닥 여행기를 쓰는 것이 가장 좋은데, 갈수록 여행기를 쓰는 것이 귀찮아진다. 시간이 갈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사진을 봐도 이게 왜 찍은 사진인지, 이 때 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처럼 촘촘하게 일어서 모든 것을 예민하게 느끼던 감각들이 다시 스르르륵 내려앉아버리고 비일상은 다시 일상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니까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지금, 빨리 하나라도 더 지난 여행기를 글로 써내야 한단 소리다.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를 덮어씌운 것처럼 예전의 여행기억은 흐릿하고 둔탁해질걸.



몇 번의 여행으로 나는 나를 좀 더 잘 알고 있는데 일단 여행할때의 나는 이렇다. 


  • 숙소는 크게 상관이 없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깨끗하게 씻고 잠만 푹 잘 수 있다면 부대시설이나 조식여부를 전혀 따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숙소 예약은 내가 하면 안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여행다닐 땐 거의 안 먹는다. 식사를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때론 없으며, 군것질도 거의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 한 끼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대충 떼워도 된다. 현지음식에 매우 적응을 잘하며 오랜 여행중에도 딱히 한국음식이 생각나는 일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행인이 뭘 먹자 해야 된다. ㅋㅋㅋ

  • 엄청 걷는다. 걷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행 가면 특히 그렇다. 웬만한 거리는 걷는 것을 넘어  서서 웬만하지 않은 거리까지 걷는다.

  •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에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지도를 잘 보고, 길눈이 밝고, 동선을 짜는 데에 소질이 있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걸 위주로 사고하는 능력이 발달한 것 같다. 그렇다고 급하게 움직이거나 교통편을 놓치는 일도 거의 없는 걸 보면 이쪽은 확실히 특화되어 있다. 게다가 여행지에 가면 판단력이 매우 빨라진다. 한국에 있을때는 확실히 약간 멍~한 상태로 사는 것 같다 ㅋㅋㅋ

  • 자연, 풍경이나 전망을 보는 것보다는 인간이 만든 걸 좋아한다. 잘 짜여진 것을 좋아하고 인간의 노동력을 말도 안되게 때려넣은 극강의 예술품이면 더욱 좋아한다.


이번 여행을 같이 간 T와 K에게 먼저 이것을 분명히 했다. 숙소예약은 꽝임. 먹는 것도 잘 안챙겨서 너네가 챙겨야 함. 그러나 교통과 동선에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제법 소질도 있으니 그건 확실하게 가이드 하겠음. 10년전이지만 그래도 교토는 한 번 다녀왔으니 제법 잘 할 거임. 그리고 엄청 걸어다녀. 나랑 여행가면 살 빠지는 걸 보장할 수 있어 ㅋㅋㅋㅋㅋㅋ 일본어를 읽을 줄 알고, 한자를 제법 많이 알기 때문에 웬만한 건 대충 때려맞출 수 있어서 표지판을 읽거나 하는데에 불편함도 없을거야 ㅋㅋㅋㅋ 정 안되면 영어 쓰면 됨 ㅋㅋㅋㅋㅋ


T는 불안했는지 출발 전엔 매우 걱정이 많았고

- 뭐? 잘 안먹는다고? 초밥의 나라 일본에서???1일 5식은 해야지!!!!! 

- 뭐? 많이 걷는다고? ...................난 까페에서 쉬고 있을게 둘이 갔다와 ㅋ

- 일본어 잘 해? 뭐?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 음................. 

중간에 따로 다닐 생각까지 살짝 했던 모양이나, 막상 다녀보니 나에게 커다란 감명을 받아 ㅋㅋㅋㅋㅋ 안그래도 나를 좋아했는데ㅋ 더욱 좋아하게 되었으며, '너랑 여행 다니니까 너무 좋다. 앞으로 니가 여행가자면 어디든지 따라갈거야' 라고 외치는 매우 강력한 나의 빠가 되었다 ㅋㅋㅋ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난 너랑 여행간 거 너무 좋았어. 또 가자-를 말하고 있다. ㅋㅋㅋ 




이렇게 매우 좋았던 봄교토여행의 시작은 업무 땡치자마자 카카오택시 불러서 잡아타고 바로 김포로 슝- 하는 것으로. 일본 출국은 김포가 짱인듯요. 여유롭고, 사람 안많아서 쾌적하고. 한 번도 택시타고 공항에 간 적이 없어서 내심 불안했는데 매우매우 널럴했다. 면세품이 워낙 많아 몇 번에 걸쳐 정리하고 비행기 출발. 


간사이공항의 길게 늘어선 줄에서 출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순간, 포켓와이파이에 연결했고, 연결된 휴대폰 카카오톡에는 200개가 넘는 메시지가 들어와있었고, 공항내의 TV에는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내내 비춰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장면은 도보다리회담이었다. 나는 무슨일이지? 하고 메시지를 읽다가 저 멀리에 서 있는 T에게 입모양으로 "헐!!! 종전선언했대!!! 대박!!!" 이라고 계속 말을 했으나 T는 알아듣지 못했고, 엉뚱하게 내 옆에 서있는 한국인들만 놀라고 또 웃었다. 이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제일 안 반가워할 일본에 와 있구나!!!!!!!!!! 물론 나중에 종전선언은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올라가면 하루카특급을 탈 수 있다. 한국에서 미리 사둔 건데 이코카패스는 안샀고 하루카특급+교토1일버스권을 묶어서 샀다. 출발 3일 전인가 소셜로 구매, 이틀 후 직장으로 택배 받았다. 결론적으로 이 구매는 딱 좋은 선택. 세가지 가량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이쪽이 가장 체력적으로, 시간상으로도 이후의 일정에 맞는 것으로도 최선이었다. 


서비스로 교토버스노선도를 넣어줬는데 막상 여행다니는 동안은 거의 안 썼고, 출발 전 동선 생각해 계획 세우고, 대략의 이동경로 파악할 때 매우 유용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쪽엔 소질이 있어서 동선을 짜고 이동경로를 생각해두면 머리에 그림지도처럼 그게 딱 픽스가 된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데 하여간 된다. 나에겐 자연스러운일이니 다들 나 같은 줄 알았는데 이 사람 저 사람 같이 여행다녀본 결과 그건 아닌것 같더라.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했는데 게이한 시치조역과 매우 가까운 곳. 정말 매우매우매우매우 가까운 곳 ㅋ. 위치가 워낙 좋아 마지막 날 오사카로 출발할 때도 바로 이동해서 좋았고 교토역과도 당연히 가까워서 여행 내내 거점역할을 제대로 했다. 이 위치가 너무 마음에 들어 가을 교토여행도 시치조역 근처로 잡으려고 했으나 인원도 다르고 디테일도 다르다보니 가을엔 다른곳으로 ㅎ 역시나 내가 안했기도 하고 ㅋ


교토역에서부터는 캐리어를 끌고 도보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짐을 좀 정리했다. 면세품이 너무나 거추장스러워서 T와 K가 편의점에서 물을 사는 동안 나는 뽁뽁이 비닐과 커다란 박스를 웬만큼 버리고 캐리어에 쑤셔넣었음에도 여전히 많았다. 얼른 가서 다 정리하고 박스 다 버릴거야가 해야할 일 1순위. 도착하자마자 면세품부터 정리하고 씻고 푹 잤다. 


나는 이때 직업병으로 인한 ㅋ 목감기가 서서히 심해지는 때였고, 계속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팠다. 다음날부터는 목소리가 완전히 맛이 간다. 출발 며칠 전 이비인후과도 다녀왔고 약도 챙겨와 꾸준히 먹었지만 걍 여행 내내 목상태가 좋지 않았다 ㅋ 그러나 다행히 열이나 몸살은 없어서 조금 불편했을 뿐 열심히 다니는데에 지장은 없었다.


이 날은 제대로 도착한 것으로 해야 할 일을 다 한거고, 그거면 됐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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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02 파리, 개선문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정말 아침 안 먹고 산 지가 이십 년이 넘는데, 전날 저녁 완전히 속을 비운 상태로 자기도 했고, 오늘 엄청 다닐 예정이기 때문에 든든히 먹어놔야겠다는 각오로 정말 열심히 먹었다.

 

라디에이터는 막상 활용해보니 마법같은 존재라, 스타킹이나 레깅스를 얹어놓으면 아침에 정말 뽀송뽀송하게 말라있었다. 난방효과보다 빨래말리는 용도로 더 좋았던 듯.

 

 

이 날은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가 계획이라고도 하기 민망한 대략의 일정. 할 수 있다면 쇼핑도 할 생각. 지하철은 샤를 드골 에뚜왈(Charles de Gaulle Etoile) 역에서 내리면 된다. 이 때만 해도 밤에 여기를 또 올 줄은 몰랐지. ㅎ 날씨는 비만 안 오면 만족. 샹젤리제를 먼저 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개선문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전망대까지 가려면 지하에서 표를 사서 올라가야 하는데, 약간 헛갈리게 되어 있다. 문만 보고 싶다면 그냥 지하철 출구로 나가서 밖에서 보는 걸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올라가고 싶다! 올라가서 파리를 내려다보자. 신나서 올라감.

 

 

흉내낸 짝퉁들만 보다가 진짜를 보니 생각보다 완전 크다. 세상의 온갖 문들이 이 문을 흉내냈잖아. 그런데 이건 비할 바가 아니구나. 사진으로 보면 작아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더 크게 느껴진다.

 

 

벽에는 장군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부조도 많지만 저런 걸 땡겨서 찍고 싶진 않고 그냥 눈으로 보면서 계속 사람들을 따라 간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사진을 안찍었을 것 같지 않은데 없다. 하드 날라갈때 같이 날라갔나보다. 빙빙도는 나선형 계단을 계속해서 올라가야 하는데, 나는 이때쯤에 나의 소박한 행운에 매우 감사하게 된다. 내가 출국전에 캐리어 속에 넣어둔 얇은 회색 코트로 갈아입을까 고민했으나 결국 갈아입지 않은 것에, 키높이역할을 할 워커로 갈아신지 않은 것에. 갖고 있는 코트 중 가장 따뜻한 코트를 입고 온 것에. 발에 가장 편한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 스스로에게 감사했다 ㅎ

 

다음에 파리에 가면 또 한 번 개선문에 올라가야지.

 

 

중간에 한 두 번 정도 넓은 곳이 나오고 힘을 내서 더 올라가면 이렇게 파리 시내를 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펼쳐진다. 와오. 진짜 이 기분은. 그냥 360도를 다 돌아도 파리가 보인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쭉쭉 뻗은 일직선의 길이 방사형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저 개선문이 있는 광장의 이름이 샤를 드 골 에뚜알. 지하철 역은 그 이름을 땄다. 시계처럼 12개의 대로가 나 있다.

 

 

에펠탑도 보인다. 오? 여기서 보니까 엄청 가까워 보인다. 호텔까지 걸어가도 되겠는데? ㅋㅋㅋㅋ 농담처럼 말했는데 다시 생각해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린 유럽 여행 동안 정말 말도 안되게 걸어다닌다.

 

 

날씨가 흐린 것이 아쉽다. 여기서 보는 야경이 그렇게 끝내준다는데 야경을 볼 것이냐, 밝을 때 올라가서 볼 것이냐 고민했었지만 잘 한 것 같다. 야경은 다음 기회에. 다음에 또 오고 싶도록 아쉬움을 남기자. 위에서 뻥 안 치고 셀카 100장 찍었다. 혼자 찍고, 같이 찍고, 셀카봉으로 찍고. 머리는 온통 날리고 얼굴에 들러붙고, 그래도 좋다고 웃으면서 여기서 찍고 저기서 찍고. 손에 에펠탑 올려놓고 찍고. 나 혼자였으면 이렇게 열심히 셀카 많이 안 찍었을거 같은데 E랑 있으니까 내 기준에선 원없이 찍었다. 찍을땐 안 해 본 짓 하려니 이상했지만 결국 남는 건 사진과 그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기억. 안 그랬으면 온통 나 없는 배경사진들만 잔뜩 있었을지도.

 

 

이건 눈으로 내려본 게 아니라, 내려오는 도중에 어느 층엔가 개선문에 대한 박물관처럼 축소모형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곳이 있는데. 광장을 찍는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어서 아래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화질이 너무 좋고 신기해서 찍은 것.

 

공식 기념품 샵도 있는데, 뭐랄까. 난 그런 걸 잘 안사게 되더라. 눈으로 직접 본 오리지널들은 시간 속에서 낡아가는 것조차 너무 멋있는데 그걸 평면으로, 혹은 디자인 모티브로 재현해 놓은 레플리카들은 색도 너무 번쩍거리고, 튀고 조잡해보여 손이 안 가는 것 같다. 가기전만 해도 조카에게 팝업북을 사다 주겠다거나 내가 간직할 만한 매우매우 괜찮은 기념품 하나, 친한 사람들 줄 만한 작고 퀄리티 좋은 무언가를 사겠다는 생각을 잔뜩 했었지만 어느 곳을 가서 무엇을 보아도 오리지널을 제외한 모든 것이 마음을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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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 타워

비가 부슬부슬 왔고, 추웠다. 이때만 해도 구글지도님의 위대함을 활용하지 못할때라 애비뉴 이름을 머리속에 기억해두고 길 찾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길을 엄청 물어봤다 ㅋㅋㅋ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해가 짧아 정말 어둡고 비까지 내려 축축하고 칙칙한데다가 몸도 피곤했다. 호텔 찾는데 조금 헤매기까지 해서(정말 눈에 안 띄었다) 호텔을 드디어 찾았을 때는 어찌나 기쁘던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캐리어가 도착할 장소로 이 호텔 주소를 알려줬기 때문에 그 사정을 이야기했다.

-(문제상황설명) 아마 빠르면 내일 내 수트케이스가 도착할 텐데, 우리가 나가 있는 동안 짐이 도착한다면 좀 맡아줄래?

-응 알겠어. 근데 난 night직원이고, Daylight직원에겐 너가 한 번 더 얘기해야 할 수도 있어.

 

리셉셔니스트는 매우매우 꽉 끼는 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바지의 지퍼부분 솔기가 튿어져 있었다ㅠㅠ E와 나는 서로 아무말도 못하고 방에 와서야 헐. 봤냐- 뭐야. 모를리가 없잖아 변태야?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내일 아침까지 저 사람 저 옷 입고 있을 거잖아. 그럼 내일 조식먹을 때 또 봐야 돼? 하고 매우매우 괴로워했다 ㅋ

 

방이 좀 추워 라디에이터를 틀었으나 (스트라스부르에서도 라디에이터 틀기는 실패했다) 그 정도의 온기로는 어림도 없었다. 정말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로비로 내려가서,

 

-저기 있잖아. 방이 추워. 라디에이터를 틀었는데 내가 제대로 틀 줄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고 온도도 추워

-응 보조 라디에이터 줄게.

 

헐, 왜 이렇게 간단하지;;;;

목소리가 엄청 크신 아주머니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막 뭐라뭐라 해서 쫄았다. 우리가 귀찮게 해서 지금 화내는걸까? 근데 또 막상 우리랑 눈 마주치니 생긋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했다; 뭐지;;

 

짐을 풀고, 몸을 살짝 녹인 후에 아 도저히 아쉬워서 안되겠다. 에펠탑이라도 보러 갑시다. 아까 보니 별로 안멀어보이던데. ㄱㄱ 사실 엄청 어둡지만 한국에서라면 한창인 시간이잖아. 이 때가 9시 반쯤 됐던듯. 한국에서 9시 반이면 시작 아냐? ㅋ 갑시다 ㄱㄱ

 

 

꺅 꺅 에펠이다!!! 호텔이랑 정말 가까워 그냥 슉슉 걸어가니까 짜잔~ 하고 나타났다.

 

 

여기서 찍고 저기서 찍고, 멀리 가서도 찍고, DSLR 모드로 변경해서 찍고 정말 백 장은 찍은 듯. 인물 사진은 역광 때문인지 우리가 잘 못 찍어서인지 전부 괴기스럽게 나왔다 ㅋㅋㅋ 걔나 나나 휴대폰이 같은 기종이라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지만 E는 알콜중독 때문인지 수전증이 있어서 셀카봉을 들고 ㄷㄷㄷㄷㄷ 거려서 안 그래도 광량이 부족한데 초점이 하나도 안맞는다 ㅋ

 

 

테러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때라 주변에는 무장한 경찰이 많이 깔려있었다. 얼마 전까지 추모의 의미로 삼색조명을 밝히기도 했었고. 실제로 국내에서도 유럽여행 취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우리도 생각 안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자 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왔다.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이 괜찮냐며 걱정하는 카톡을 보내주었고, 여행하는 내내 유럽 전역에 걸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대도시 위주의 테러 예고 소문이 있었고, 우리가 다닌 일정에는 그런 곳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밝았다. 신년의 들뜸과 촉촉한 밤공기와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조명은 아직까지 연말 분위기를 주었고, 결국 밤에 나오길 정말 잘했다. 파리에 있는 동안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더 오자고 했지만 우리는 다시 오지 않았다. 지금은 별로 아쉽지 않지만 나중에 좋은 계절, 좋은 날에 반대쪽의 공원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물론 사람이 많아서 어렵겠지.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정류장에 있는 광고판(?)을 찍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표시인지 의미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찍었다.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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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에서 파리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나와 이제 주변을 좀 둘러본다. 성당 앞에는 시즌에 맞게 크리스마스 상품들로 가득하다. 나는 이런 걸 사는 취미는 없으므로 그냥 눈으로 보지만 또 이렇게 어느새 1년이 지나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니 왜 이런 취미가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트리나 스노우볼 같은거 하나 샀으면 좋았잖아. 나는 여행 내내 무언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지의 특색을 담은 것. 그러나 결국 그런 걸 좀처럼 사지 못한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에펠탑 옆에 있는 빨간 트리가 예뻐보인다. 재질은 모르겠으나.


 

성당 앞에는 쿠키와 캔디를 파는 상점이 꽤 많았고, 맛을 보면 맛있는것도 알겠는데 여기가 마지막여행이 아니라 거의 출발점이다보니 여행 내내 뭘 들고 다닐 수가 없다. 그럴싸한 물건을 볼 때마다 머리속에 선물로 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지만 여행초반이라 모두 짐이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잘 한 일이었다. ㅋ 유럽여행에서는 꼭 필요한게 아니라면 선물은 마지막에.


 

 

사람들이 흔히 여행기념선물로 사오는 게 이 마그넷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계속해서 이것도 선물로 살까말까 내내 고민. 값도 싸고 부피도 작으니까, 여행지의 정서도 전달할 수 있을테고. 하지만 난 자석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엄청난 실물을 보고 아직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인데, 그 모습을 흉내낸 1유로짜리 자석을 보면 조잡하게만 느껴져 역시나 이것도 제낌. 그냥 사진으로만 남기기로 한다.

 


클레베르 광장의 동상 아래에는 사람들이 한동안 켜놨을법한

파리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흔적이 남아있다.



꽃과 초. 각각의 불을 밝혔을때는 의미있었겠지만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지저분한 상태다.


 

우리는 스트라스부르역에 있는 PAUL에서 빵을 산다. 돌아다니는동안 들어가서 먹고 싶은 곳이 없으면 최후의 보루로 폴에서 빵을 사다 먹자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ㅋ 이 사람들처럼 앉아서 먹지 않고 사서 호텔로 갔다. 쇼케이스도 찍었고 내가 산 빵도 찍었지만 하드가 날라가서 반은 날라가고 반은 복구되었다. 그래서 그 사진들은 없다. ㅋ


 

하나는 긴 바게뜨 샌드위치였는데 기가막히게 맛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거였다. ㅋ 둘 다 맛있었다. 다음에도 또 먹을 곳을 정하지 못한다면 이 곳을 보험으로 하자고 했으나, 이후로 만나는 수많은 PAUL들 중에 여기가 우리가 사먹은 유일한 PAUL이었다.

 

 

차를 끓여 빵과 맛있게 브런치를 먹고, 12시쯤 되니 체크아웃 독촉이 들어온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첫 체크아웃을 했다. 두시 반쯤 SNCF를 타고 파리로 가야해서 시간이 좀 남기 때문에 캐리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우리는 스트라스부르 시가지를 더 돌기로 한다. 길거리에 있던 과일. 사먹을까 고민했으나 결국 사먹지 않음. 어찌나 알뜰하게 다녔는지 ㅋ 반짝반짝하는 사과가 조금 궁금했다. 

 

스트라스부르를 정말 지겹게 돌아다닌다. 두바퀴쯤 돌았나? 부지런히 걷고 열심히 보고 나니 이제 스트라스부르는 다시 오지 않아도 될 만큼 다 봤다 싶다. 여길 길게 잡지 않은 것이 아쉽지 않다. 대성당의 야경이 조금 궁금하긴 해도 야경이냐 새벽이냐 하면 우린 새벽이니까 매우 만족.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고난이 다 사라지는 곳이었다.

 


하도 오래되어 이게 어디인가 고민했지만 찍힌 시간대를 보아 Gare du Nord 역인듯. 빠리북(北)역. 도착하자마자 감격스러워서 사진 찍었을텐데 역시나 날라감 ㅋ 복구된게 다행이라 이것도 감지덕지했는데 포스팅하려다보니 많이 날라가긴 했구나. SNCF 표시가 저 멀리 보인다. 독일에서 넘어올때 고생했기 때문에 교통수단을 제 시간에 제대로 타는 것에 예민하게 신경쓰게 되었다. 이제 지하철로 갈아탄다.


 



서울지하철보다 조금 더 복잡한 파리지하철. 우리 숙소는 듀플레Dupleix역이기 때문에 환승을 해야한다. 하긴 저 노선에서 어디서 어딜가든 환승 안하기가 쉬울까.

 

노선도를 찬찬히 보니 샤틀레 라거나, 생 라자레 라거나, 생 폴 등등 한 번이라도 지나갔거나 내렸던 역은 모두 기억이 나고 반갑다. 이게 지나가거나 내려서라기보다는 지하철안에서 안내방송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생소한 외국어가 문자와 함께 결합되어 음성으로 각인된 효과.

  

 

문제는 이거다. 욕나오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그딴거 없다. 우리는 캐리어를 덜컹덜컹 끌기도 하고 번쩍번쩍 들기도 하며 열심히 내려간다. 여행자에겐 시간이 금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숙소에 가고싶다. 농담아니라 그냥 계단에서 캐리어를 던져버리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와우. 말로만 듣던 수동개폐. 혹시 못내리게 될까봐 다른 사람들 내릴때 어떻게 하는지 열심히 지켜봤으나 결국 도움을 받았다 ㅋ 저 레버를 위로 제끼면 뻑-푸슉-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린다. 처음엔 헉- 하고 놀랐지만 엄청 익숙하게 하게 된다 ㅋ


Dupleix 역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한번 반대방향으로 갔다가 온거 같은데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다.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출구Sortie도 신기하다. 나라마다 다른 지하철 출구방식. 역시 사진은 날라갔다.



역을 나와 지하철이 저 교각을 건너는 순간을 찍으려고 잠깐 멈춰서 몇번이나 찍었는데 ㅋ 성공했는데 사진이 날라갔는지, 이거 찍고 됐다 싶어 포기한건지 모르겠다. 지금 발견했는데 사진의 건물 지붕 위로 에펠탑의 맨 윗부분이 보인다 ㅋ 파리다 파리. 우리는 무사히 파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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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대성당

 

 

 

 

가까이서 보아도 아직 안개속에 쌓여있는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성당.

 

 

저쪽으로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들어간다. 당연히 우리도 들어가야지. 앞에 있는 차는 청소차.

 

 

프랑스 고딕양식이고, 찾아보니 거의 700년동안 지어진 성당이다. 지어질 당시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었고,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 몇 번째로 손꼽힌다.

 

 

파이프오르간. 미사시에 실제로 연주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가득해서 어디를 찍어도 화려하다.

 

 

밖에서 봤을때 상상할 수 없는 공간감. 갈빗뼈 같은 궁륭이 천장을 가로지르고 무게를 지탱하며 높게 공간을 띄워 이 안에 들어와있는 것만으로도 압도된다.

 

 

사진이 각도가 좀 묘하게 찍혔는데 설교단이다. 공간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것처럼, 마치 토굴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 지어질 때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고 이 부분이 먼저 지어졌기 때문이다. 워낙 건설기간이 길다보니 중간에 고딕 양식으로 변했고 이 성당은 두 가지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조각기둥들.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ㅋ

 

 

대성당만큼이나 유명한 성당의 천문시계. 12시 30분마다 종을 친다고 한다. 소리가 나면서 저 인형들이 막 돌아간다. 예수와 12사도 등등 조각에도 나름의 의미와 스토리가 있다. 시간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황도12궁도 알려주고 뭐 그러는데 난 크게 관심이 없었음.

 

 

로사리오, 팔찌 등을 판다. 카톨릭인 몇몇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려봤으나 딱히 끌리지 않아 사지 않음. 바티칸도 갈 예정이기 때문에 굳이 산다면 바티칸이 좋겠다고 생각했기도 하다.

 

 

이건 디카로 찍은 것. 아 다시 봐도 멋진 장미창.

 

 

천문시계 아래쪽에 위치한 이걸 뭐라고 해야돼...하수구도 아니고 맨홀도 아니고 하여간 아래의 지하공간을 덮어놓은 덮개. 종교관련한 곳은 어디나 비슷한 듯,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놓았다. 밑에 반짝거리는 것은 동전이다.

 

 

 

실컷 보고 나와 성당 앞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뒤로 멀어지면서 아쉬워서 또 찍었다. 아무리 멀리서 찍어도 전체의 모습을 다 담는 것이 어렵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안개에 가려 첨탑 꼭대기 부분은 아직도 희미하다. 나왔을 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성당앞의 상점들도 문을 열어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되었다. 성당의 모습은 더 선명해졌지만 들어갈 때의 그 순간이 너무 좋아 이 성당은 앞으로도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이후 여행하면서 수많은 성당을 보게 되지만 스트라스부르의 노트르담은 여행 중 처음 들린 성당이었고 워낙 극적으로 처음 마주해서인지 여행 마무리 무렵에 넌 어느 성당이 가장 좋았어? BEST 3를 꼽아봤을 때 둘 다 여기는 빠질 수가 없었다.

 

전날 밤에 도착했다면 성당 벽면에 빛을 쏘아 만드는 화려한 레이저쇼(?)를 볼 수 있었겠지만 이 아침의 물기 어린 모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전날 밤에 보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만약 전날 밤에 봤다면(볼 수도 없었겠지만 시간상) 아마 이 감동은 없었을거라 생각했고 둘 중 어느걸 택할래- 한다면 역시 이쪽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짧게 짧게 스쳐가는 여행자에게 언제 어떻게는 정말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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