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기록 CD 두번째

늘 광화문점을 이용하다가 퇴근길 직장 근처에 있는 알라딘 지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렇게 하면 퇴근경로가 살짝 바뀌지만 뭐. 접근성이 좋으니까. 대신 거추장스러워 한 번에 많은 CD를 들고 나가진 못하고. 



-엠마누엘 포이어만의 희귀레코딩

-알렉세이 류비모프의 Der Bote

-굴드와 번스타인이 함께 한 브람스 피협 1번

-하이페츠의 베토벤과 브람스 바협

-하이페츠 컬렉션 22번 쇼피스. 랄로.생상.쇼송 등

-하이페츠 컬렉션 29번 베토벤 트리오 with 루빈스타인, 포이어만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

-루빈스타인 컬렉션 2번 

-살바토레 아카르도의 파가니니 바협

-낙소스에서 나온 포이어만의 드보르작과 하이든 첼로협주곡


하이페츠와 포이어만에 빠져있을 때 사들인 게 너무 티나는 리스트 ㅋ 그래도 저 포이어만의 희귀레코딩은 정말 팬심 아니면 듣기 힘든 녹음상태이다. 지지난주인가 듣다가 잠들어버렸다. 부틀렉으로 돌던 걸 수집해 만들었나 싶을 정도. 하이페츠 컬렉션은 저 당시 폐반되던 때라 눈에 보이는대로 사들였는데, 전집의 특성상 한꺼번에 팔면 중고로 넘길 수가 있지만 이렇게 낱장으로는 팔기가 어렵다. 그래서 팔지 못한 컬렉션이 9장 정도 남았다.



이건 좀 고민했으나 처분하는 것으로. 역시 전집상태로는 처분이 가능한데 낱장으로 찍어보니 매입불가가 많더라. 



레코딩을 매우 좋아하지 않아 신비주의까지 더해진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전집. 그래서 이 전집 나올 때 브루크너 열풍도 더해져 아주 다들 들썩들썩 난리였다. 난 그 때 산 건 아니고, 한참 나중에 샀지만. 음반 표지는 모두 일본 교토에 있는 료안지이다. 부클릿에는 일본선승(유명인일수도 있으나 나는 모름)과 차를 마시는 사진도 있다. 




교향곡 3.4.5.6.7.8.9번과 미사 F단조. 전부 료안지 사진이 맞나? 9번은 왜 아닌거 같지. 지금 알아보긴 귀찮으므로 아니면 나중에 수정. 

 



오이겐 요훔의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100주년 음반.

역시 브루크너 교향곡 4번, 5번, 6번



재즈도 약간 정리. 

-드러머 아트 블레키의 아프리칸 비트

-모 베터 블루스 OST

-팻 메쓰니의 First Circle

-팻 메쓰니의 The Road To You

-키쓰자렛의 Still LIve

-키쓰자렛의 My Song

-키쓰자렛의 Tokyo '96

-김광민 1집 지구에서 온 편지

-딜로니어스 몽크의 Thelonious Alone in San Francisco

-앙드레 프레빈 트리오의 Like Previn!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We Get Requests


팻메쓰니, 키쓰자렛은 정말 열심히 들었으니까 당연히 얽힌 추억도 많아 잠시 떠올리고 정리. 김광민은 악보까지 구해 열심히 쳤었고. 나머지도 아쉽지 않다. 아트 블레키는 어렸을 때, 재즈 한참 듣던 때 악기별로 깊이 있게 들어보고 싶어서 샀으나 그렇게까지 정직한 아프리칸 비트 음반일 줄 몰랐지 ㅎ



유일하게 사진찍는걸 깜빡했는데 국악과 가요도 정리 ㅋ

-박동진의 흥보가 1

-박동진의 흥보가2

-정대석의 거문고 독주 '가즌회상'

-유희열 토이 2집

-이규호 1집 Alterego

-윤종신 5집 愚

-이소라 2집 영화에서처럼



흥보가는 국악 한참 좋아하던 때에 5대 판소리 완청해보려고 흥보가부터 야심차게 시작해보았으나 벽을 도저히 넘지 못함 ㅋㅋㅋㅋ 원래 사람 목소리 잘 안 듣는 취향에 일단 대본을 보지 않으면 뭔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흥보가로 끝. 한... 두 번 들었나? 흥보가만 권1, 권2로 나눠져있고 총 CD 다섯장이다 ㅋ. 정대석은 거문고에서는 손꼽히는 연주자고 가야금, 거문고를 좋아해서 산조, 정악 가리지 않고 듣는데 가즌회상은 의외로 좀 취향이 아니었다. 가요는 워낙에 비중도 적었고, 그나마도 예전에 정리를 많이 하기도 했고, 남은 것 중엔 매입불가 ㅋㅋ가 많아 일단 이거 네 개만 정리했는데 정리하는 김에 한 번 쭉 들어보았다.


우왓! 확실히 이 쪽은 트렌드가 빨리 변하다보니 90년대 음악은 이미 너무 촌스러워져서;;;; 

도저히 못듣겠더라;;;;;;;;;;;;; (였지만 괴로워하며 일단 한 번씩은 끝까지 들음)




모차르트 정리.  

-레퀴엠. 뵘

-피가로의 결혼, 에리히 클라이버

-폴리니와 뵘의 모피협 19번과 23번

-미켈란젤리의 모피협 13번과 23번

-페라이어와 루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2피아노 4핸즈 

-페라이어와 루푸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2피아노 4핸즈



사실 K.608과 K.501은 같은 녹음. 당시에도 호갱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다 샀던 것으로 기억. 이 정도 하고 나니 이제 듬성듬성 빈 칸이 생겼다. 리핑하면서, 출퇴근하면서 이것저것 계속 듣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수확. 그리고 원래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더 정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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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 디지털피아노

작년에 한 소비 중 가장 잘한 것을 뽑으라면 연말에 산 디지털피아노 되시겠다 ㅋㅋㅋ


나는 거의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인데...그렇다고 스트레스에 강한 것은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밑작업에 공을 들이고 그럴만한 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차오를때가 있다. 대개는 걷는 것만으로도, 어떤 때는 사람을 만나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풀리지만 뭔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는건지 아 피아노를 치고 싶다. 피아노피아노피아노 피아노 두 시간만 치면 풀릴 것 같은데 하는 날이 있다.


집의 업라이트는 몇 년 전에 팔아버렸고, 손에 닿는 피아노는 없고. (작년까지는 아쉬운대로 쓸 수 있는 게 직장에 있었다) 그럼 사야지 뭐. ㅎ 폭풍검색 후, 디지털 피아노에 대한 대략의 감을 잡고, 마침 그 다음 날 서울시향 베토벤합창 공연이라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예당앞의 야마하에 갔다. 각각의 모델별로 실컷 쳐보고, 설명도 듣고, 무엇보다 운이 좋았는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지금 팝업스토어로 한 5일간? 할인행사 중이니 꼭 가보시라길래 명함을 받고 내 전화번호를 적었다 (이름대면 할인 더 해줄 것같은 분위기를 폴폴 풍김-결과적으론 그런거 없었음 ㅋ).


결정해야 할 것은 두 가지. 

1. 모델-가격이 가격인지라 CLP-625, 635, 645 세 개 중에 고를 생각이었다. 그 상위 모델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쳐 본 결과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데 625, 635, 645단계에서는 눈에 띄는 레벨업이 있다.  

첫번째, 625는 10가지 음색 vs 635와 645는 36가지 음색. 특히 625는 LCD디스플레이 없음.

두번째, 625와 635는 인조 흑단 및 상아 건반 vs 645는 천연목 건반

세번째, 645부터는 블루투스 기능 탑재


2. 색상-로즈우드와, 화이트, 블랙 세가지 색상이고, PE가 있다. Polished Ebony. 즉 업라이트나 그랜드피아노와 똑같은 검은색 유광 도장으로 마무리된 것. 이 경우엔 가격이 모델별로 6~70만원까지 뛴다. 당연히 PE가 고급스럽다. 로즈우드/화이트/블랙은 실제로 보면 시트지마감 가구같은 느낌인데, 그냥 키보드 산다 치고 625의 시트지; 모델을 살 경우와, 못해도 10년은 칠 건데 그래도 재질을 생각해서 645를 살 거면....? 이왕 살거 PE를 사야지 싶고. 


마음은 이미 야마하로 정해졌지만 다음 날 집 근처의 영창매장에 들러 커즈와일과 비교해보고 다시 야마하 매장에 들러 마음을 굳힘. 그 길로 신세계 가서 쳐 보고, 한 바퀴 돌며, 마음을 정해 카드를 긁었다 ㅋ 645 PE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진빨 잔뜩 받은 것으로 생각되는 로즈우드 모델. 사진은 당연히 우리집 아님.



이게 Polished Ebony. 실물 사진은 하도 온갖 것들이 반사되어 보여서 사진빨 안 받아 포기. 팝업스토어 행사가격+상품권행사+상품권신공을 부려서 결제변경. 등등으로 매우 좋은 가격에 득템하였다 ㅋㅋㅋㅋㅋㅋ 1월 초에 배송될 거라고 했으나 크리스마스 지나자마자 바로 배송되었고 배송팀이 그 자리에서 조립해준다.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줄까봐 걱정하는 일 없이 실컷, 내가 치고 싶은 만큼 마음껏 칠 수 있다는 것. 어쿠스틱 피아노와 비교하면 디지털피아노는 피아노도 아니다-라는 사람들이 많던데, 아파트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치는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일거라는 생각에 연습을 아예 시작도 못하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디지털피아노는 축복같은 옵션이다. 


사실 스마트폰이 엄청나게 세련된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비해 디지털피아노의 버튼이나, LCD창 같은건 매우매우 구려서 PCS ㅠㅠ 시대의 디바이스를 보는 느낌이다. 뒤로가기 버튼 누르고 아래화살표 눌러서 폴더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ㅠㅠ 전자기기라고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지만 피아노라고 생각하면 매우 좋다. 10년 친다고 생각하고, 10년 뽕 뽑아먹을 정도로 실컷 친다면 아깝지 않은 가격, 그 때 가면 혁신적인 피아노가 또 나오겠지. 


커즈와일도 소리가 나쁘진 않았는데 야마하의 소리울림이 좀 더 예뻤고, 압도적으로 생긴게 이쁘다 ㅋ

625보다, 635보다 좋은 옵션인 건 그렇다치고, (그 옵션들을 과연 쓰긴 쓸건가도 엄청 고민함) 645의 PE모델을 굳이 살 필요가 있는가. 물론 PE가 예쁘긴 예쁘나, 이 가격차이를 감수하고도 살 만큼 예쁜 게 중요한가...를 이틀 동안 고민한 끝에 "예쁜 건 중요하다!" 라고 결론을 내린거라 후회도 없다. 오늘 아침에 치고 나니 새삼 잘 샀는데? 싶어. 12월이 지나 해도 바뀌었고 해서 가격을 검색해봤다. 다시 뿌듯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는 한 달 정도가 지났으니 가격이 떨어져도 감가상각과 기회비용으로 퉁 쳐서 속쓰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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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에서 491로, 그리고 아마도 며칠 후엔 310으로.

 

아름다웠던 소녀는 세포경화증을 앓고 꼽추가 되어버렸다. 한창 아름다운 20대에.  원래도 유난하게 아름다웠던,  천재적인 재능을 가져 다른 사람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가. 클라라 하스킬-하면 늘 따라다니는 이야기다.

 
나한테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하면 그냥 이 음반이 먼저다. 맑으면서 가볍지 않고, 깊으면서 둔하지 않다. 노년의 클라라는 마녀처럼 보인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연이은 질병과 고독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피아니스트로 살았고, 모짜르트 스페셜리스트였다. 멋지지 않은가. 나는 아름다운 소녀로 죽어 찬란한 가능성만을 남기지 않고 살아남아 연주자로 기억되는 그녀가 훨씬 멋지다.

며칠동안 K.488과 K.491이 너무 듣고 싶어서 끙끙대다가 씨디를 왕창 학교에 들고 가 아이튠즈를 다운받고 씨디를 변환해 옮기고, USB에 파일을 담아와 집에서 동기화를 하는 삽질을 했다. 집에 있는 컴퓨터는 씨디롬이 맛이 갔기 때문에 --_-- 잡스의 노예들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ㅋ

그리고 이제서야 K.491을 듣고 있다. 모짜르트 피협의 백미라고 하는 K.488보다 K.491을 조금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뭐..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이 모짜르트를 왜 좋아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 뻔하게 나올법한 이야기들이다.

몇 년 전에 두 곡 중 한 곡을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이 있다. 그때도 도서관이었고,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챌까봐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문채 닭똥ㅋ같은 눈물만 문제집 위로 떨어뜨렸었다. 혹시나 지금 들으면 또 울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그런 일은 없구나. ㅋ 그렇게 울어놓고서도 둘 중에서 뭐였는지, 488이었는지 491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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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리고 미니홈피나 트위터를 하지 않는 이유는)
기-승-전-결 완벽하게까지는 아니라도
짧은 글은 짧은 글대로, 긴 글은 긴 글대로
군더더기 없이, 그러나 뚝뚝 끊겨 희미하지 않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결된 형태로 쓰고 싶어서이다.
그게 잡담이건, 공연감상이건, 여행기이건.

그런데 요즘은 그게 통 되질 않는다.
일례로 올해 본 공연이 꽤 되는데 뭐 하나 제대로 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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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엔 김선욱 공연을 예매해놨다.
아마도 그 공연을 보고 나면 김선욱에 대한 내 마음이 정해질 것 같다.
계속 그의 공연을 볼 것인지 말 것인지.
뭐 그게 아니라도 당분간 그는 국내공연을 못할테지만.

여태껏 김선욱의 연주를 들으며 그 흐릿흐릿 잡힐 듯 말 듯 했던 것이 저번 공연에서 확실해졌다.
나는 매번 그가 구도자적인 자세로 피아노를 친다고 느낀다.
그가 생각하는 어떤 정확한 음이 있고 그는 그 음을 구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마치 과녁판의 좁디좁은 10점 영역을 겨누고 활을 쏘듯,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음의 지점이 있어 건반의 그곳을 정확하게 눌러야 하고
딱 그 정도의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의 터치는 늘 힘들다.

그의 넓은 등과 어깨는 그가 얼마나 공들여 피아노를 치고 있는지 
커다란 무게감으로 다가오고
연주가 끝나면 그는 언제나 탈진에 가깝고 이마엔 땀이 흐른다.
나는 그런 그의 연주자세에 감동한다.
그런데 그의 연주 자체에는???

모르겠다.

나는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혹은 듣고 나서 마다 어느 특정 연주자를 생각한다.
땡기면 치고, 마음에 안들면 그냥 나가버렸다는.
그러나 어느 날 달빛이 마음에 들면 신들린 듯한 연주를 했다는.

김선욱에게 플러스 알파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기같고 안개같고 빛같아서 희미하고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
하지만 뭔가 영혼을 건드리고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

그런 것으로 나를 매료시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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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Well-Tempered Clavier. Sviatoslav Richter


#1.
지난 몇 년 간은 듣는 음악 레퍼토리가 매우 한정되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사용 빈도에 있어서, CD플레이어→아이팟으로 중심이 확 이동했기 때문이다.
만장 단위, 혹은 벽 단위로 씨디를 세는 중증환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꽤나 많은 씨디를 갖고 있다보니 저걸 다 옮길 시간도 없고,
갖고 있을 하드용량도 부족해 맨날 듣는 것만 듣거나, 진짜 고픈 것만 듣거나.
(외장하드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으나 역시 가격,크기 대비 용량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 살까말까하련다)

두번째 이유는 씨디플레이어의 리모컨이 고장났다는 데에 있다.
내 씨디피(D-EJ2000)는 자체에 액정이 없어서 리모콘이 고장나면 대체 몇 번 트랙이 돌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는 걸 들을때 or 걍 그러려니 하고 들으면 상관없는데 모르는 곡을 들을 땐
몇 번을 들어도
대체 지금 뭘 연주하는거야 -_-+ 
울컥울컥 하고 솟구치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 팽개쳐놨었다.
얼마전에 아...이대로는 도저히 못살겠다!!! 걍 리모컨을 다시 샀다.


오랜만에 알아봤더니 용산에서 물어봤을 때보다 가격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 (인터넷 만세!!)
혹시 소니CDP를 나와 같은 이유로 팽개쳐놓고 있는 사람들은 옥션이나 지마켓같은데서 검색해보시라.


#2.
6월말부터 7월말까지는 넋을 놓고 산 듯한 시간이었다.
자구책으로 WTC를 들었는데...
난 이걸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이걸 들을 정도면 이미 상태가 심각하단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건 나에게... 조율용 음악이기 때문이다. -_-

역시 아이팟에 있는 버전들만 듣다가 리모컨이 배송된 이후 씨디들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리히테르의 WTC를 들었다.

J.S.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WV849-893

앨범표지는 전설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듯 오바스럽다;;;


이 음반은 약간 목욕탕 울림이라고 할까.

사실 그리 좋은 녹음은 아니다. 그 이유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내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억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잘 안 듣기도 하고.

그 때만 해도 나는 이 연주를, 마치 스테인드글라스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성당 안 저쪽에서
성당이니까 파이프오르간이어야 할 것 같아도 걍 피아노라 치자.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그게 마치 나 한사람만을 위한 연주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연주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오랜만에 다시 이 연주를 들어 보니 그런 느낌보다는 아.. 이거 참 성실한 연주구나. 싶다.
초반에 몇 회 보다 엎은 선덕여왕에서 유신랑이 내려치기 천 번을 하다가
마지막에 흐트러졌다고 다시 1부터 시작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무도 보는 사람 없어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한 곡 한 곡을 연주해 나간 흔적.

하긴, 이 음반은 총 4장의 씨디로 되어 있고 연주시간을 모두 합치면 4시간 반쯤 된다.
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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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 Nights


벌써 7월의 마지막 주다. 7월 한 달은 대체 어떻게 보낸 건지 모르겠다. 반쯤은 정신을 놓고 살았던 것 같고, 반쯤은 그걸 수습하며 살았다. 며칠간은 평균율을 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쇼팽을 들었다. 밤 10시에 침대에 누우면 한두시에 눈이 번쩍 떠져서 다시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음악을 듣기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Royal Festival Hall, London, 16 May 1961 (Piano Concerto No.2)
Concert Hall, Broadcasting House, London, 6 October 1959



오랜만에 듣는 쇼팽, 그러니까 오랜만에 듣는 루빈슈타인은 요즘의 피아니스트들과는 색깔이 확실하게 다르다. 물론 20세기에 활동했던 피아니스트들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관객과는 분리된 견고하고 투명한 예술의 세계에서 노니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관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고 쇼를 보여주는 기분이랄까? 마치 디너가 제공되는 클럽에서 빅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을 보는 것 같다. 미스터치도 많고, 막 내달리기도 하지만 청자에게 '당신은 지금 서비스를 제대로 받고 있다'는 걸 각인시키는 연주를 한다.

갖고 있는 책을 찾아보니 과연. 루빈슈타인은 연주에 대해 그런 가치관을 갖고 있었고, 그런 성격이었다고 한다. 아마 이 사람의 실연을 들은 사람들은 완벽한 건 아니었지만 묘하게 즐거운 연주였다고 소근대면서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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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8. 뉴욕카네기홀 초청공연 프리뷰-김선욱&김대진



p. r. o. g. r. a. m.
Samuel Barber-Music for a Scene from Shelly, Op.7
Beethoven-Piano Concerto No.4 in G Major, Op.58
Tchaikovsky-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etique"




흠. 이런 얘기 자꾸 한다고 맛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만...요즘 내 상태가 좀...그렇다. 정신도 살짝 가출했고 맛도 좀 간 상태라 거의 3주전에 예매한 공연을 프로그램도 모르고 예습도 안한 상태에서 갔다. 24일에 경기도 문화의 전당? 에서 김대진과 수원시향&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5번 공연이 있었는데 그거랑 헷갈려서 어제까지도 내가 보고 온 공연이 협주곡 황제인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협주곡 연주 중에는 내내 졸았기도 하고.

이 날은 특히나 아침부터 내내 정신없었던데다가, 잠도 잘 못잤고, 영윤이가 운전을 해야되는데 얘도 2시간 밖에 못잤대서 출발하기 전에 소파 위에서 한 30분 재우고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갔다.


분당 호밀원의 비빔국수. 시간에 쫓겨 10분동안 해치웠다. --_-- 보이는 것만큼은 맵지 않다. (물론 그래도 매콤하다) 성남아트센터는 주차장과 공연장의 거리가 좀 되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3분 남았네 젠장. 나는 힐을 신었기 때문에 영윤이가 예매확인서 들고 일단 뛰고, 다행히도 정각에 세이프;;;



무대가 작다. 여기는 오페라하우스인데 애초에 클래식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공연장이 아니라 주로 뮤지컬공연을 하는 모양인데 3열까지는 좌석이 무대보다 낮아서 만약 뮤지컬을 본다면 배우들의 발만 보는 수가 있다. 우리 좌석은 12열로 여기도 괜찮았지만 소리를 감안한다면 6열이나 7열쯤이 더 낫지 싶다. 여기의 단점은 무대가 소리를 먹는다는 것 그러니까... 아...하여간 여기 소리 개떡같다.

첫 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매우 좋았다. 마치 M.나이트 샤말란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느낌? 약간 서스펜스한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흘러가는 느낌이 좋더라. 그리고 이제 드디어 협주곡이다. 맙소사. 피아노를 무대 중앙까지 옮겨오는데 podium 바로 앞에 놓는 것이 아닌가. 다 무대가 작은 죄로 협주곡 내내 김대진 선생의 희끗한 모발만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앉은 연주자들도 안보이고 소리는 웅웅대며 뭉개진다. 예술의 전당에서 들었던 소리와 너무 다르다. 그래서...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지 않고 걍 항복했다. 아주 넋을 잃고 졸면서 백일몽도 꿨는데 눈을 반 뜰때마다 바이올린 주자가 벌떡 일어나서 나가기도 하고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거의 지구와 안드로메다 중간쯤에서 유영을 했던 거 같다;;;

계속되는 박수에 김선욱은 트로이메라이를 앵콜곡으로 연주했다 캬아- 이게 아주... 여기가 예술의 전당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난 벌떡 일어났을텐데. 아깝다.

인터미션 후 비창 시작. 협주곡 때 잘 졸아서인지 제법 상태가 좋아졌고 기대감이 뭉글뭉글 솟아올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좋았긴 한데 연습이 부족했지 싶다. 중간중간 관악 소리가 쏘고 미스가 나고, 전체적으로 실수가 있고 안맞고 좀 이런 게 있었지만 전반적인 흐름, 그리고 1-2-3-4악장 그 각 악장마다의 느낌은 아주 좋았다. 

연주는 둘째치고 난 이 공연장의 소리가 심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마 오페라하우스에서 다시 공연을 한다면 어떤 공연이라도 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영윤이 말로 콘서트홀은 괜찮다지만. 



그리고 야탑역. 늦은 시각이었지만 지켜주지 못해 어떤 사람에게 미안해 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정신없는 사이 어느새 한 주가 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슬퍼한다. 그런데 그 슬픔 이후엔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는 여태껏 그랬듯이 또 시간과 함께 이걸 흩어버리게 될까 아니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붓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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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08. for Four Pianos


2009/01/08 - [cantabile/classical] - 090107. for Viola and Piano
서로 바쁜 일정을 딛고 또 언제 볼 것 인가(혹은 볼 수는 있을 것인가)..했으나 의외로 빨리 만났다. @@~




이 날의 테마는 최소 피아노 2대에서 4대까지를 위한 곡들로, 그랜드 피아노 4대가 배치되어 있는 모습은 눈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닌데다가 그냥 그 자체로 멋져서 인터미션때 사진 한 방 찍으려다가 너무 뻔뻔하게 디카를 꺼낸 나머지 딱 걸려서 제지. 흑. ㅠ_ㅠ 근데 공연중엔 이해가 가는데 인터미션때의 빈 무대를 찍는 것도 안 되는 이유가 뭐지.

처음 프로그램을 보고는 윽; 현대다..싶어 부담을 느꼈지만 생각보다는 접근이 편했고, 딱 한 곡은 좀 난해하긴 했어도. 그 중엔 이걸 반드시 피아노 4대로 작곡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었다. 중간중간 돌아가며 휴지파트가 있거나 혹은 같은 파트의 소리를 더할 뿐, 4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곡은 없어서 3대였어도 크게 다르진 않았겠구나 싶은 느낌. 또 하나는, 1층 맨 뒤 좌석이었기 때문에 어차피 소리는 다 비슷하게 날라와서 잘 모르겠지만 연주자들이 곡마다 자리를 바꾸는 걸 보면 그냥 바꾸는 건 아닐테고 소리의 조화를 고려한 part별 배치가 있는 걸까 했다.

앵콜 곡 연주가 참 좋았는데, 친구나 나나 많이 들어 본 곡이라 어버버버- 하면서도 끝내 곡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 집에 와서도 이리저리 검색을 해봤으나 뭐 조금이라도 알아야 검색이 먹히지. 별 수 없이 공연기획사 홈페이지에 가서 질문을 올렸더니 다음날 아침 달린 답변.


어제 앵콜로 들려드린 곡은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Sabre Dance)'을 
중국계 미국 작곡가인 N. Jane Tan이 편곡한 작품입니다.


바로 이 곡 ↓



오홋- 세이지 오자와는 저렇게 지휘하는구나..@@
공연에서는 이 곡을 피아노 4대로 연주한 건데 분위기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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