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n'에 해당되는 글 40건

  1. Moonrise Kingdom, 2012 2014.07.31
  2. 연휴 첫 날 2013.05.18
  3. 은교. 왜 박해일이어야 했는가. 2012.04.29
  4. 건축학개론 2012.03.22
  5. 바흐 이전의 침묵+클라라 2010.12.29
  6. Tenacious D 2010.12.29
  7. 500일의 썸머 2 2010.09.27
  8. KOFA-구로사와 아키라 4 2010.06.28

Moonrise Kingdom, 2012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아껴보게 되는 영화.

이걸 영화관에서 봤으면 아까워서 어떻게 봤을까.

(그래도 재개봉하면 보러갈거다)

 

여태까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는다면,

1990년대에는 첨밀밀이었고

2000년대에는 이터널선샤인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는데

2010년대에는 문라이즈 킹덤이 될 것 같다.

 

로열 텐넌바움도 재밌게 봤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었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감독의 강박적인 좌우대칭과

놀라운 색채감각을 확인하고는 왔지만

사랑스럽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문라이즈 킹덤 보면서 완전히 반했다.

 

더치커피 내려서 아이스커피 만들어놓고,

냉장고 안에는 레이디엠 부띡의 밀 크레이프가 들어있고,

(밤에 먹으면 살찔 것 같아 내일 먹을거지만)

선선한 바람 부는 여름밤에 문라이즈 킹덤이라니.

게다가 나는 장기휴가중이고.

세상에 이렇게 호사스러울데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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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 날

연휴 첫 날. 퍼질러 잠을 자니 하루가 다 갔다. 아이언맨 1과 아이언맨 2와 어벤저스를 보고, 잠을 자고, 500일의 써머를 다시 보고,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본 다음 또 잠을 자고 일어나 빌리 엘리엇을 봤다. 몇 편을 본거야. ㅋㅋㅋ

 

하도 많이 봤고. 또 이젠 나도 늙어서 그냥 볼 줄 알았는데 또 울었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오열을 하게 된다. 희한하단 말이지. 우는 포인트도 항상 똑같아. 조만간 고객님들과 함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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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왜 박해일이어야 했는가.

 

 

은교를 본 건 아마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 보게 된 예고편에서

김고은이 너무 매력적이라 저건 보고싶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감독이 김고은보고 눈에 요사스러움이 있다고 했댔나.

하여간 뭐 비슷한 표현을 했는데.

아마 나도 여우에게 홀리듯이,

김고은의 표정과 눈빛에 홀려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핵심은 극중 인물들의 대사를 두 번만 빌리면 압축될 수 있다.

서지우가 싸인회에서였나, 지도 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했던 말.

"사물은 하나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은교가 했던 말. 은교는 이 말을 영화를 통해 두 번쯤 한다.

"할아버지. 저는 제가 그렇게 예쁜 앤 줄 몰랐어요. 예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안나도 뭐 대충 뜻이 그렇다.

 

 

 

영화는, 카메라는 정말로 집요하게도 은교의 몸 구석구석을 애틋하게도 훑는다.

은교의, 한 줌도 안 되게 손에 잡힐 듯한 발목부터

넋을 놓고 자고 있는 여고생의 쇄골언저리부터 가슴팍.

들어올려진 교복 상의 사이로 살짝 드러난 탄력있는 허리, 피부의 솜털, 말랑말랑한 발뒷꿈치까지.

아.... 정말 예쁘다. 눈부시다. 어쩌면 저렇게 고울까. 탄력있을까.

마치 내가 이적요인듯이.

몸에는 검버섯이 피고 배가 늘어진 70대 노인의 시선으로 보기라도 하는 듯이.

 

영화를 보고 나온 많은 사람들이 

박해일은 미스캐스팅이었다. 더 노인이었어야 했다. 이런 말들을 한다.

물론 박해일은 절대 70대 노인으로 보이지 않고,

아무리 노인처럼 말을 해도 목소리가 젊으니 영화의 몰입에 적응을 좀 해야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영화를 보다보니 '저래서 박해일이어야 했구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박해일이어서 좋은 건지를 생각하게 됐다.

 

 

70대의 이적요는 너무도 마시고 싶은 젊음의 기운, 돌아가고 싶은 그 순간을 은교를 통해 가진다.

마음은 아직도 달리고 싶은데, 가뿐하게 뛰어넘고 같이 웃고, 같이 미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그는 너무 성공했고, 70대의 노인이며, 은교는 그를 할아버지라 부른다.  

하지만 은교랑 있을때의 이적요는 노인의 껍질을 쓰고 있을 뿐, 눈을 감으면 자신이 청년인 것처럼 느껴진다.

 

노인인 박해일이 갑자기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듯이, 해사한 얼굴로 뛰어다닐 때

그 절절한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너랑 뛰고 싶다. 웃고 싶다. 몸에 있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검은 점들이,

얼굴의 늘어진 피부가,  늙어버린 몸이 괴롭고 억울하다.

내 마음은 이렇게 가벼운데. 젊은데...

70대의 이적요를 더 나이든 배우가 연기하고, 청년 이적요를 다른 젊은 배우가 연기했다면

아마 이 장면에서의 몰입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돌려 생각해보니 그렇네.

실컷 누리고 살아서 나이들었는데 그걸 또 누리고 싶다고,

그 젊음의 맛을 또 보고 싶다고 칭얼대는 건 반칙아냐? 그땐 뭐하고?

 

그러니까 한 시간이라도 젊을 때 실컷 놀자.

열심히 나다니고. ㅋ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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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난 누가 다시 이십대로 돌아가게 해준다고 그래도 싫다.
젊음이고 개뿔이고, 걍 됐다. ㅋ

그건 그냥 떠올리면 어딘가가 뻥하고 뚫리는 것 같은 추억이고
조금은 따끔따끔거리지만 나쁘기만 한 건 아닌 그런 복잡한 기분. 그 정도다.
별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90년대를 그 시기에 살았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문화의 홍수같은 게 있었고, 갑자기 막 흘러넘치는 뭐 그런 게 있었다. 
90년대는 우리 현대사 흐름상 그 때 그렇게 올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시대였고,
아마 그런 시기는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운좋게도 그걸 다 누렸다.
진짜 누리기만 했다. ㅋㅋ

이 영화를 보니 그 시절에 다시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세대가 정확하게 겹친다.
나는 건축학개론이 아닌 현대건축의 이해를 들었고
너무 많이 겹치다 보니 디테일 하나하나가
그냥 다...낯설지가 않고 공기처럼 휘감더라.

저걸 순수라고 해야할 지 찌질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그냥 저런 걸 너무 잘 알고, 많이 봐왔고, 겪었고. 뭐 그래서
눈 한 번 떼지 않고, 시계도 한 번 안 보고 어느새 영화가 끝났다.

모르겠다.
이십대가 봐도 사십대가 봐도 같은 느낌일지.
타겟층이 너무 확실한 영화라.
그리고 하필 내가 그 과녁판의 정중앙에 위치해있어서.
괜히 오늘 봤나 싶기도 하다.
내일 출근해야되는데. "싱숭생숭"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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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이전의 침묵+클라라




플랫되어 있던 음들이 명확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던 순간들.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던 바흐의 음악들-다 좋았지만
첫 장면, 빈 공간을 돌아다니던 자동 연주 피아노 때문에 계속 한 가지 생각만 머리 속에 맴돌았다.
바흐는 결국 연주자도 배제하고, 악기도 배제한다.
이 영화가 그걸 증명하고 있는 셈이고.

귀족의 의뢰를 받아 신에게 음악을 바치던 시대와 
스스로를 표현해 음악을 내놓던 시대를 비교하고 싶어
여세를 몰아 클라라도 봤지만.

재미없었다. 지루했고.
이건 팬심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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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acious D



올해 본 영화 중 최고로 어이없는 영화. 킥-
사실 테네이셔스 디는 요즘 아이유 3단 고음 동영상과 맞물리면서 재조명-_-을 받고 있는 영화인데.
나도 이거 봐야지..하고 잊고 있다가 아이유 때문에 생각나서 찾아봤다.
(잭 블랙도 자기 플짤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다. 틀림없이 좋아할텐데 ㅋ)

네이버에서 테네이셔스 디를 치면 영화가 뜨는 게 아니라 밴드가 뜬다.
그러니까 테네이셔스 디는 진짜 있는 밴드다.
당연히 멤버는 저 두 사람으로 이 영화는
자기네 밴드를 다룬 얘기다.
그것도 완전 말도 안되게 황당해서 유치하단 말도 안나온다. ㅋ


중국에 주성치가 있다면 미국엔 잭 블랙이 있는 셈으로
둘 다 어찌나 대체불가능하게 저질인지.
잭 블랙은 High Fidelity의 잠깐 장면만으로도 어우 저질-_-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이 영화는 두 락커가 운명의 피크를 찾아 떠나는 모험;으로 시놉부터 저질; 하여간.. 골 때린다.

어제 밤에 잠이 안 와 보다가 시종일관 낄낄대고 웃었다.
나이 드니까 점점 더 그런데, 심각한 영화를 보고 싶지도 않고,
영화를 보다가도 잠깐만 지루해지면 금방 잠든다.
오늘도 영화 두 편 보는데 앞에껀 정말 졸려서, 안 자고 싶은데 잠깐 졸았고
뒤에껀 지루해서 뒤척거리고 시계보고... 자발적 고문이었다.

남은 며칠 간의 연말은 가볍고 가벼워 새털처럼 무게감 없는 영화들만 보면서 지내야지.
잭 블랙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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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어쩔 수가 없다. 희귀한 경우지만 보자마자 저 사람이다!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비합리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때로 아주 순식간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라 오프닝 순간에 그냥 마음이 홀려버릴 때가 있다.
매우 드문 경우지만.

나는 현실의 사람들은 몇 번을 마주쳐도 누가 누군지 못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희한하게도, 왜, 영화속의 인물은 어떻게, 딱 보는 순간
어 저 사람 어디어디 나왔던 사람이다! 하고 알아보는걸까.

아직 말 한마디 안하고 한 컷 나온 첫 순간일 뿐인데.
진짜 현실에 쓸데없는 능력만 갖고 있구나.

아... 밖엔 비가 온다.
그리고 오늘 밤엔 늦게 자도 된다.
행복하구나. ㅠ_ㅠ

홍차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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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A-구로사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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