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9/01/01 - [Ex Libris] - 2018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8/01/05 - [Ex Libris] - 2017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7/01/23 - [Ex Libris] - 2016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6/02/14 - [Ex Libris] - 2015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5/01/01 - [Ex Libris] - 2014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4/01/01 - [Ex Libris] - 2013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2/12/31 - [Ex Libris] - 2012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2/01/26 - [Ex Libris] - 2011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0/12/31 - [Ex Libris] - 2010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09/12/31 - [Ex Libris] - 2009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09/01/22 - [Ex Libris] - 2008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역사]

01. 조선왕조실톡1, 조선패밀리의 탄생/무적핑크+이한

02. 조선왕조실톡2, 조선패밀리의 활극/무적핑크+이한


[인문]

03. 미루기의 천재들/앤드루 산텔라

04. 도서관 여행하는 법/임윤희

05.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매슈 워커


[예술]

06. 라틴소울/박창학


[경제/경영]

07.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08. 결혼은 모르겠고 돈은 모으고 싶어/김경필

09. 앞으로 5년, 빚 없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백정선.김의수

10. 쏘쿨의 수도권 꼬마아파트/쏘쿨

11. 1일1짠 돈습관/다음짠돌이까페

12. 가난한 싱글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지영

 

[사회/정치]

13. 일본에게 절대 당하지 마라/호사카 유우지


[에세이]

14.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고영성+신영준

15.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시노다 나오키

16.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17. 걷는 사람, 하정우/하정우

18.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신미경

19. 웃기고 앉아 씁니다/아사이 료

20. 시간을 달리는 여유/아사이 료

21.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한도전/히가시노 게이고

22.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김혼비

23. 본과폰, 두 사람의 생활/bonpon

24.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김보통

25. 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26. 건투를 빈다/김어준

27. 여행의 이유/김영하

 

[소설]

28.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29. 수면의 감옥/우라가 가즈히로

30. 화이트래빗/이사카 고타로

31. 러시 라이프/이사카 고타로

32. 진실의 10미터앞/요네자와 호노부

33. 사신의 7일/이사카 고타로

34. 사막/이사카 고타로

35.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이사카 고타로

36. 바이바이, 블랙버드/이사카 고타로

37. 반상의 해바라기/유즈키 유코

38. 악보와 여행하는 남자/아시베 다쿠

39. 도와줘/기욤 뮈소

40. 진범의 얼굴/마에카와 유타카

41. 누구/아사이 료

42. 스페이드3/아사이 료

43. 요노스케 이야기/요시다 슈이치

44. 아름다운 흉기/히가시노 게이고

45. 게임의 이름은 유괴/히가시노 게이고

46. 인어가 잠든 집/히가시노 게이고

47. 까마귀의 엄지/미치오 슈스케

48.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나카야마 시치리

49. 사하맨션/조남주

50. 콩고의 판도라/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51. 살인 현장은 구름 위/히가시노 게이고

52. 박쥐/요 네스뵈

53. 바퀴벌레/요 네스뵈

54. 레드 브레스트/요 네스뵈

55. 네메시스/요 네스뵈

56. 데빌스 스타/요 네스뵈

57. 리디머/요 네스뵈

58. 스노우맨/요 네스뵈

59. 레오파드/요 네스뵈

60. 팬텀/요 네스뵈

61. 폴리스/요 네스뵈

 

[건강]

62.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이회림

63. 최강의 식사/데이브 아스프리

 

[미니멀라이프]

64.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선현경

65.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아즈마 가나코

66.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비 존슨

67.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 정리를 시작했다/윤선현

68. 정성스럽게 혼자 삽니다/shoko

69.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슬로우어_오누리

70.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라이프/밀리카

71. 나는 미니멀리스트, 이기주의자입니다/시부


[만화]

72. 삼국전투기1/최훈

73. 삼국전투기2/최훈

74. 삼국전투기3/최훈

75. 삼국전투기4/최훈

76. 삼국전투기5/최훈

77. 유럽에서 100일 1/김지효

78. 유럽에서 100일 2/김지효

79. 유럽에서 100일 3/김지효

80. 유럽에서 100일 4/김지효

81. 유럽에서 100일 5/김지효




1년에 81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언제나처럼 철저하게 유희를 중심에 둔 독서였고,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만 읽겠다(재미도 없는데 습관적으로 집는 경향이 있다.)라고 생각하고 노르웨이 작가인 요 네스뵈로 갈아탔는데 요 네스뵈도 좀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지금 현재 갖고 있는 것만 읽고 그만 읽으려고 한다. 새로운 작가를 또 찾아나서야지.


몇 년동안 읽어와서 이제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 노 플라스틱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데도 가끔씩 읽게 된다. 약간의 네비게이션 같은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다. 


올해 난 또 어떤 책들을 읽게 될까.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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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통수와 뒷통수를 모두 후려친 아사이 료

우와. 오랜만에 글 쓰려고 하니 티스토리가 확 변했다. 전에는 사진 두개를 병렬로 놓을 수 있었는데, 사진을 여러장 한꺼번에 업로드 할 수 있었는데. 둘 다 안 된다. 불편해졌다;;;;;;;;;;;; 진짜 불편해진건지, 낯설어서 서툰건지는 더 써봐야 알겠다.

 

그래서 일단은 할 수 없이 사진을 띄엄띄엄 올려야 한다.

 

첫번째 읽은 책은 이거였다.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었다. 나는 그 날 진짜 할 일이 없었고, 남이 안 만진 새 책을 일빠로 읽고 싶어서 신간코너에서 슬렁슬렁 땡기는 제목들을 가진 책들을 낚고 있었는데 아 이 제목은 너무나.....없어보인다. 폰트와 그림봐라. 서점에 이런 책 깔렸다. 대놓고 웃기다고 광고하는게 웃기지 않을 확률이 크다. 시덥잖은 아재개그일수도 있다. 하아...이걸 물어 말어... 고민하다 에이 어차피 한량모드인데 하고 집은 책이었다. 그나마도 당장 읽지도 않고 며칠 묵혔다가 읽었다. 근데 너무 재밌다!!! 진짜 미친듯이 웃었다. 너무 웃어서 눈물도 났다. 웃은 것도 속으로 키득키득 웃은게 아니라 육성으로 뿜었다. 미쳤네 이 작가. 나이도 어리다. 아... 글은 이런 인간이 쓰는 거구나. 이런 걸 재능이라고 하는거네.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작가는 어려서부터 엄청 노력했다. 노력을 무시하는 발언이 아님) 그런 생각 해 본 적도 없지만 행여라도 나는 글밥 먹고 살 생각은 하지 말자 라고 주제파악했다. 그리고 꽂힌 작가에게 언제나 그렇듯이 아사이 료 로 검색해서 있는 책들을 싹쓸이 해 모았다. 

 

두번째로 읽은 책은 이것보다 먼저 쓴 에세이였는데 감흥이 덜했다. 그러니 패스. 

그렇다면 과연 이 작가를 그렇게 대단하게 만든, 사실은 앞뒤가 반대로 이 작가가 대단했기 때문에 준거지만 어쨌든. 나오키 상을 받은 그 작품을 읽어야겠다! 왜냐. 내가 홀딱 반한 저 에세이와는 완전 극과 극일 것이므로. 저런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진지빨고 글을 쓴 건 도대체 어떤 것일지가 너무 궁금했다. 나오키 "상"이란 것에 홀린 게 아닌것임을 밑줄 긋고 궁서체로 폰트 바꿔 강조한다. 난 원래부터가 상이란 거에 크게 관심이 없다. (진짜다. 어릴 때 받은 상도 아직 여전히 어릴 때 다 갖다버렸다)

 

그게 이거다. 누구. 처음부터 트위터가 마구 삽입되어있는 형식의 글이라 이게 뭐지 싶었고, 고유명사에 엄청 강한데도 불구하고(진짜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박수치며 "인정" 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느린 박자로 두 세번 끄덕일거다) 누가 누구지 싶어 몇 번 앞으로 왔다갔다하며 등장인물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중반쯤 넘어가면서부터 완전히 빠져들었고, 후반부로 가서는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와..... 대박..... 이런 소설에서도 반전을 줄 수가 있네. 이 작가는 레알 천재. 인정. 한 가지 좀 아쉬웠던 것은 뒷표지에 써있는 내용이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나는 뒤를 먼저 읽어버려서 쓰리콤보 받을 수 있는 것을 투콤보 정도 받은 느낌이다. 그니까 책이 아쉬운게 아니라 내가 아쉬운거다. 뒤를 왜 읽었니. 

 

나는 오로지 유희를 위해 독서하는, 철저하게 별 생각 없는 독자이므로 이렇게 운명처럼 우연처럼 재밌는 책을 읽으면 너무너무 신난다. 여태까지도 딴엔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재밌는 책이 아직도 있다. 이러니 독서를 끊을 수가 있나. 

 

아 근데 "누구"는 진짜 섬뜩하다. 적고 많음의 차이이지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면이라고 생각하는데...무섭다. 누구나에도 누구가 들어간다. 그러니까 진짜 저 책의 제목은 "누구"가 아니라 "누구도" 혹은 "바로 너!" 일지도 몰라 ㅠㅠ 

 

덧. 작가가 가장 긍정적으로 그린 인물은 룸메이트 고타로(누구도 자기 잣대로 재거나 평가하지 않는)가 아닐까 싶지만 내 마음에 들었던 등장인물은 동아리선배 사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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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8. 화이트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금도 기억나는데, 그러니까, 맙소사. 벌써 10년쯤 전이네. 정말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학교도서관에서 '용의자 X의 헌신'을 뽑아서 읽었다가 바로 그 대목에서 헐? 헐! 헐?!!!!!!!!!!!!! 하고 감탄했었다. 그 이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눈에 띄는 대로 거의 다 읽었었지. 물론 용의자X는 반전의 대표격인 소설이라. 이후 읽은 책들에서 그걸 뛰어넘는 충격을 받는 일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는 꽤 있었다.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에 나오는 고스케 형사라거나, 용의자X와 갈릴레오 시리즈에도 나오는 유가와 교수처럼 애정을 가지게 되는 주인공들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가 너무 쉽게 등장인물을 죽이고, 뜬금포 교훈을 던지는 식의 이야기가 많아서 그냥 그냥 관성으로, 의리로 읽게 되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거기다가 어마어마한 다작이라 몇 년쯤 지나고 나니 내가 이걸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서 다시 읽다가 중간쯤 가서야 윽, 이거 읽은 거네... 한 적도 두세 권 쯤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나의 취향은, 뭔가 탐정스러운, 작가의 페르소나 같은, 아이코닉한 인물을 좋아한다는 것. 엘큘 포와르나, 셜록 홈즈나, 미스 마플이나, 주인공이 내세우는 시리즈 인물을 좋아한다. 그리고 너무 진지한 작품보다는 적당히 유머와 여유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물론 진지하고 묵직한 작품도 좋지. 하지만 그런 건 1년에 한 두세편이면 된다. 독서가 취미이자 생활인데 매번 너무 헤비한 작품을 읽어서는 나도 일상생활이 곤란하다.


그런데! 그런 작가를! 또 만난 것 같다. 사실 모른다. 이 작가의 작품은 몇 개 '알고'는 있었지만 읽은 건 처음이라. 근데 느낌이 왔다. 오- 이 사람은 파볼만한 가치가 있겠어.


이 책에는 레 미제라블과 흰토끼가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그 두 이야기를 살짝씩 섞어 변주하면서 마치 전래동화처럼, 예를 들면 호랑이한테 잡힌 나그네를, 토끼가 혹은 여우가 꾀를 내어, 호랑이에게 유리한 걸 제시하는 것처럼 하면서 나그네도 구출하고 자기도 적당히 살고. 그 과정에서 호랑이는 응징하고. 아니면 나그네는 가던 길 가고. 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으로 진행된다. 게다가 작가가 중간에 불쑥 불쑥 등장해 마치 변사처럼 독자한테 이야기를 던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구로사와가 매우 매력적이다. 구로사와가 툭툭 던지는 말이, 그 말이 만들어내는 상황이 재밌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엔 아깝다. 물론 모른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 이 등장인물이 시리즈로 등장할지 어쩔지, 다른 작품도 이처럼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어쨌든 이 작품은 재밌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흥미가 생겼다. 부디 다른 것도 재밌기를.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구로사와를 재활용했기를.


첫 느낌은 이거 영화를 염두에 두고 썼구만. 혹은 자기 작품이 영화화된 전력이 많구만- 간혹 소설 중에 그런 것들이 있다. 씬Scene처럼 읽히는 소설들이. 여기서 장면이 바뀌겠군, 아 여기서 과거회상이군, 카메라가 이렇게 움직여서 여기를 클로즈업 하겠군 하는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소설들.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변사의 활용이다. 다음이 궁금한 거 아는데 잠깐 기다리라고. 이 타이밍에서 저쪽 사정도 좀 보고 오자는 둥, 잠깐 과거 이야기로 가자는 둥. 변사(사실을 작가)가 장면전환의 역할을 한다. 반대로 어떤 점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지는 모르겠으나 영화를 소설처럼 찍는 감독들도 있는 모양이다. 소설가이자 전직 장관인 모 감독(이렇게 말하면 누가 몰라 ㅋㅋ)의 최근작 영화가 바로 그 이유로 재미없었단 사람이 있더라. 영화에는 영화만의 이야기 방식이 있는데 그 감독은 마치 소설을 쓰듯이 영화를 찍더라. 그래서 자기는 너무 그 영화가 구렸다- 뭐 이렇게. 


다시 이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이 책을 신나게 읽다가 거의 다 읽었을 무렵, 1/4 가량이 남았을까 싶을 즈음,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감이 좋은 독자는 사건의 흐름, 흰토끼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지도 모르지만," 정확히 이 부분에서, 책장을 돌려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딱히 감이 좋지 않아도 여기까지 읽으니 사건의 전모를 나 역시 다 파악할 수 있었으나, 오! 재밌어! 재밌어서 다시 읽고 싶어- 해서 다시 읽었다. 


작가의 말이나 역자의 말처럼, 읽다가 벌떡 일어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여기까지면 어지간히 했겠지- 하다가 뒷부분에서 어이쿠 ㅋ 역시나 그냥 넘어가지를 않네 ㅋ 하는 만족감이 있었다.


덧. 당연히 영화화 되었겠지-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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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04. 삼국전투기

뭘 좋아한다고 말하기 꺼려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 분야에 많은 덕들이 포진해 있는 것들이 특히 그렇다. 덕질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게 내 지론인데, 나는 덕질에는 소질이 없다.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라 뭘 좋아해도 그냥 엥간히 좋아한다. 삼국지도 그냥 좋아하는 정도다. 막 인물들을 줄줄 꿰고 무슨 전투하면 머릿속에 촤르륵- 서사가 펼쳐지고 이러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어떤 아재;; 가 킥킥거리며 읽고 있길래 그 자리에서 검색들어갔는데 위키백과 내용이 재밌어보여 바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가끔 재밌는 드립이 있긴 하지만 1권 읽었더니 그냥 그래서 5권쯤 가면 재밌겠지 했는데 5권까지 읽은 지금도 그냥 그렇다. 진짜 엄청난 덕질의 소산일텐데 나에겐 개그와 패러디만 눈에 띌 뿐 내용이 쏙쏙 들어오지 않는,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다. (가끔 나오는, 당시의 전투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매우 재밌다)

현재 6권까지 나와있다. 삼국지매니아들은 좋아할 것 같다. 아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사람들은 이 패러디가 뭔지 이해못해서 재미가 또 없을, 역시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다. 

읽다보니 갑자기 <창천항로>가 보고 싶어져 정주행하다가, 인내심을 끌어올렸으나 도저히 못참고 21권에서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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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03. 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


시노다라는 사람이 25살부터 27년간? 28년간? 자신이 먹은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걸 25주년 되는 50살 되던 해에 방송국에 보냈고, 책으로도 나오고 뭐 그렇게 된 이야기인데. (저자는 62년생이다. 올해 58세) 사실 내용은 재미없다. 말 그대로 본인의 일지라서 식당에 대한 간단한 감상, 메뉴의 구성, 가격, 본인의 애호도 이런 것으로 짤막한 내용을 꾸준히 적어나간 것이다. 일단 한국인으로서 전혀 알 수 없는 일본의 특정 동네에 많이 분포한 식당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같은 식당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저자의 기호가 확실해서 중복되는 메뉴가 많기도 하다. 그러니 글은 읽다 보면 집중력이 탈출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집 앞에 매일 물 한 바가지를 붓는 행동(청소)만 10년을 해도 틀림없이 뭔가 변한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무언가 결과를 보려면 10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이 사람은 이걸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굳이 그만둘 이유를 못찾기도 했고, 늘 하던 걸 그만두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얼마나 명쾌한가. 


책 앞날개에 있는 저자의 간단한 약력에서는 미술관계전공이라거나 미술관계의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없는데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 그림도 매우 잘 그렸다.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어 와서 다시 그린 것이 아니라 오로지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머리로 기억한것만으로 집에 와서 복기하듯이 수성펜을 이용해 단숨에 그린거라니 더욱 놀라운데 여러 접시를 먹어도 그릇의 모양까지 다 기억한다. (본인 말로는 30개까진 기억할 수 있다 한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오. 튀김은 이렇게 그리는구나. 수성펜으로 그리고 마카로 칠한건가? 오 색깔은 이렇게 쓰니 진짜 그걸로 보이네. 등 내용보다는 그림이 포인트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자신의 의미있는 경험을 그림으로 슥슥 그려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 부럽다. 사진과는 다른, 내 손으로 새겨넣은 그림의 맛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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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02.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왜 이게 베스트셀러인가. 이해할 수 없다. 장르소설 발달한 일본에서 굳이? 이런 설정은 꽤 많지 않은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도 이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고, 히가시노 게이고 책 중에도 두어 권은 그럴 듯. 읽는 도중에 예상 가능했고, 절반 이상은 맞았다. 


누군가 한 표현 중에 좋은 게 있다. "게으른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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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01.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새해 첫 독서는 이 책. 연말에 읽었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 두번째인가 세번째로 그런 보스몹이 나온다. 모든 책을 다 잘게 잘라 한 문장으로 요약하려는.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몹과는 다른 이유인데 책을 읽고 나면 그 중 반은 나중에 이게 무슨 내용이었더라 싶어서 ㅋㅋㅋ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그런데 이 책이 그 책같아 두 번 읽은 책도 몇 권 있다. 한 책을 여러 번 읽으려면 재밌어서 여러 번 읽어야지 까먹어서 또 읽는게 말이 되나 싶어서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독서록 같은 걸 쓸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하냐면. 몹이 듣고 있던 베토벤 9번 합창교향곡의 테이프 레코더를 PLAY+FF 를 눌러 배속재생해버린다. 당신이 하고 있는 건 이것과 같은 행동이라고. 


한 줄 요약이 될 수도 있고, 장문이 될 수도 있고, 기분 내키는 대로 어쨌든 내 독서의 흔적을 블로그에 묻히려고 한다. 기억을 위한 기록이건, 그냥 어찌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의 분출이건 아무려면 어때. 뭐라도 되겠지.


이 책은 그냥 가볍게 한 번 읽어볼 만 한데, 사실 이 나이-삼십대 후반-이 이렇게 훈수둘 만한 나이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저자들이 이룬 성취가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만한 것인지 싶으나(무언가 작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그걸 자랑하지 못해 안달난 경우를 많이 보아서),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도 많고 하니 시간이 남아돈다면 끄덕끄덕 하면서 되새김질해서 인생에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해능력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생각보다 안된다는 건데, 이건 정말 매우매우 공감한다. 특히 윗세대들이 그러한데, 이 텍스트를 읽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문해능력'은 정말 말 그대로 활자화되어있는 책이나 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기화하고 나와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는 타인과 대화하는 것에서 드러나는 것까지를 말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것이기도 하고. 얼척없는 보고라인 몇 번 거치고 피드백 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지능을 의심해 본 사람들은 다 공감하겠지.


남을 까자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고, 나는 저 네 가지 중에서 경청하는 것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것은 훈련이고 습관이라는 것에 또 한 번 공감한다. 


두 번째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는 거다. 저자는 스마트폰만 꺼도 독서량이 늘거라고 하는데, 아마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겠지. 내 경우엔 쭉 독서 리스트를 11년 기록하고 보니 일신상의 변화와 독서량이 매우 연관되어 있는데, 시간보다는 심적 여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게 한 눈에 보이더라. 사실 이것에 대해서는 굳이 후회하거나 시간과 에너지를 더 쪼개서 독서를 많이 했어야 했는데-는 식으로 반성할 생각은 1도 없다. 나는 매 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았다. ㅋ 다만 이제 꽤 여유가 생겼으니 올해는 독서량을 확 늘려볼까 한다. 




P.S. 책을 읽으며 묘한 기시감이 들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국경없는 괴짜들>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였다. 자신들의 업적을 과하게 자랑하는데 읽는 독자로서는 도대체 그 업적과 성취가 와닿지 않는 면에서 그렇다. 물론 그 책보다는 이 책이 훨씬 쓸 만한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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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8/01/05 - [Ex Libris] - 2017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7/01/23 - [Ex Libris] - 2016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6/02/14 - [Ex Libris] - 2015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5/01/01 - [Ex Libris] - 2014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4/01/01 - [Ex Libris] - 2013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2/12/31 - [Ex Libris] - 2012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2/01/26 - [Ex Libris] - 2011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10/12/31 - [Ex Libris] - 2010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09/12/31 - [Ex Libris] - 2009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2009/01/22 - [Ex Libris] - 2008년, 나는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나.



[역사/문화]

01.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9 인종.명종실록

02.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 선조실록

0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광해군일기

04.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인조실록

05.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효종.현종실록

06.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숙종실록

07. 35년 1/박시백

08. 35년 2/박시백

09.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유럽편/원종우

 

[인문]

10. 전을 범하다/이정원

11. 라틴어수업/한동일

12. 열두 발자국/정재승

13. 어디서 살 것인가/유현준



[사회/정치]

14. 세대게임/전상진 



[과학]

15. 에덴의 용/칼 세이건

16.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수학]

17. 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소설]

18. 휴먼 스테인 1/필립 로스

19. 휴먼 스테인 2/필립 로스

20. 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

21. 아르테미스/앤디 위어

22. 고래/천명관

23. 7년의 밤/정유정

24. 연애의 행방/히가시노 게이고

25. 그해, 여름손님/안드레 애치먼

26. 눈보라 체이스/히가시노 게이고

27. 바깥은 여름/김애란

28.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쓰무라 기쿠코

29. 라플라스의 마녀/히가시노 게이고

30. 종의 기원/정유정

31. 한여름의 방정식/히가시노 게이고

32. 플래티나 데이터/히가시노 게이고

33. 죽여 마땅한 사람들/피터 스완슨

34. 그대 눈동자에 건배/히가시노 게이고

35. 회색인간/김동식

36. 천공의 벌/히가시노 게이고

37. 살인의 문 1/히가시노 게이고

38. 살인의 문 2/히가시노 게이고

39. 구르미 그린 달빛 1/윤이수

40. 구르미 그린 달빛 2/윤이수

41. 구르미 그린 달빛 3/윤이수

42. 구르미 그린 달빛 4/윤이수

43. 구르미 그린 달빛 5/윤이수

44.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요네자와 호노부

45. 노후자금이 없습니다/가카야 미우

46.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나쓰카와 소스케

47.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리언 반스

48. IT (상)/스티븐 킹

49. IT (중)/스티븐 킹

50. IT (하)/스티븐 킹



[에세이]

51.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윤성근

52. 읽다/김영하

53. 보다/김영하

54. 말하다/김영하

55.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56. 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

57. 밤은 책이다/이동진

58. 뉴욕규림일기/김규림

59.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60.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61.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가와카미 미에코+무라카미 하루키

62.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도도 시즈코



[건강]

63.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미레요 길리아노



[인테리어]

64. ROOM/곽소영

65.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단순하게 살기/오쿠나카 나오미



[취미]

66. 나도 손글씨 잘쓰면 정말 좋겠다/공병각



[자기계발]

67. (예의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김불꽃

68. 약자들의 전쟁법/박정훈



[만화]

69. 콩고양이 1/네코마키

70. 콩고양이 2/네코마키

71. 콩고양이 3/네코마키

72.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다카기 나오코



[여행]

73. 소곤소곤 프라하/최아름

74. ENJOY 크로아티아/맹지나

75.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정태남

76. 이것이 동유럽이다/오동석

77. 처음 크로아티아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윤우석

78. 퇴사하고 여행갑니다/김대근+김태현

79. 교토 일상산책/김정훈

80. 도쿄는 꿈맛/허안나




ㅋ 책 제목만 쭉 읽어보니 엉망진창이구만 ㅋㅋㅋ 딱 인생에 불만 많은 사람인데? 

2018년의 독서는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한 권이면 됐다. 압도적 1위. 그 외에 소소한 재미가 있었던 책을 세 권만 뽑자면, 『야밤의 공대생 만화』가 1위와 3위 사이의 간격이 넓은 2위.『열 두 발자국』『어디서 살 것인가』가 공동 3위 되겠다.


와. 이 책 뭐냐. (좋지 않은 의미로)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뉴욕 규림 일기 이 두 권은 독립출판에서 너무 잘 팔려서 메이저까지 진출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냥 나의 취향이 마이너리티려니- 하고 생각하련다. 이 마이너리티를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겠다.


기대했던 내용이 전혀 아닌, 뒷통수 맞은 책은『약자들의 전쟁법』과『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인데 약자들의 전쟁법은 진짜로 약자들의 "전쟁법"인줄 알고 보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약자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러니까 진짜 "전쟁" 얘기. 그런데 조선일보에서 한 자리 했던 사람이 쓴 그냥 자기계발서였다. 88만원세대들아. 늬들 전략이 잘못돼서 그래. 약자들 중에서도 성공한 사람이 있다니까! 하면서 스티브잡스 얘기하고, 무슨 초대 총장, 기업가 얘기하고 그런다. 답다 다워.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는 라이프스타일과 철학 얘기인줄 알았더니. 시중에 나온 흔한 다이어트 서적만도 못한. 한식예찬하는 것과 비슷한 프랑스 식단을 먹으면 살찌지 않습니다 수준의 책이다. 


그 외에도 낚인 책들이 많지만, 그래도 올해 독서는 대체로 즐거웠다. 내가 절대 고르지 않을 책들을 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도 있으며, 말 그대로 우연히 만났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책들도 있었고. 책은 사람이랑 비슷한 것 같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렇다. 자세히 풀어서 이야기하면 허접한 비유밖에 되지 않을듯 하니 접는다. 2019년의 독서도 역시나 즐겁기를!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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